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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좋음 (노리치의 줄리안)

좋은 것을 좋은 것이게 하는 그 '좋음'(goodness)은 곧 하나님이다. 어떤 것이 좋은 건 하나님을 가졌기 때문이다. 


노리치의 줄리안 (Julian of Norwich: 1342 – ca.1420),

《하나님 사랑의 계시 Showings》, LT, ch. 8.


줄리안에게 하나님은 '좋은' 분이다. 아니, '좋음'(goodness) 자체다. 무엇이 좋은 건 그것에게 하나님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가진 것이기에 그것이 그렇게 좋은 것이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 세상 살면서 무언가 좋은 것을 접했다면, 그건 곧 우리가 하나님을 접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을 이렇게 알고 있는가? 우리는 하나님을 '좋은' 분이라 고백하긴 하지만, 줄리안처럼, 또 칼빈처럼, 하나님을 "모든 '좋음'의 원천"(fountain of goodness)이신 분으로 경험하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 경지에 이른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와질까 생각해본다. 좋은 나무 향기를 맡을 때, "아, 하나님의 향기이구나!" 좋은 사람을 만났을 때 "아, 하나님의 사람이구나!" 좋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 하나님 이야기로구나!" 


보면, "하나님만 좋고 다른 건 다 나쁘다"는 식으로 생각해야 신앙이 좋은 것이라 여기는 이들이 있다. 줄리안에 따르면, 또 교회사의 많은 영성가들, 신학자들에 따르면, 그건 그렇지 않다. "하나님만 좋고 다른 건 다 나쁘다"고 생각해야 신앙이 좋은 것이 아니라--그건 영지주의다!--이 세상 모든 좋은 것들을 좋은 것들로 알아보고 거기서 하나님의 선하심을 보고 듣고 맡고 만지고 맛볼 수 있어야 신앙이 좋은 것이다. 


좋으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좋은 것들을 좋아라 할 줄 아는 사람, 그가 참 신앙인일 것이다. 싫어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야 진정으로 영성 깊은 사람이다.  / 산처럼 이종태



 al shal be wel

 and al shal be wel

 and al manner of thyng shal be wele

 - The Shewings, LT, 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