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에 절제함이 없다면, 우리가 좋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들이 우리를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타고난 것처럼 남에게 친절을 잘 베푸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주의하지 않으면, 바로 그 친절함 때문에 곁길로 빠지게 됩니다. 지혜가 출중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지혜에 그들을 속지 못하도록 늘 조심해야 합니다.
마카리우스 (Macarius of Egypt, c.300-390) 저, 이후정 옮김, 『신령한 설교』 (은성), 16.9.
여기서 ‘절제’로 옮긴 단어는 nepsis (영어로는 sobriety)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방탕하거나 뭔가에 취하지 않고) ‘늘 절제하며 영혼을 맑게 유지함’이라는 의미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모든 잡념들, 특히 모든 죄의 근원이 되는 여덟 가지 나쁜 생각들 (대식, 간음, 탐욕, 비탄, 분노, 나태, 허영, 오만)이 우리 속에서 들어와 활개치지 못하도록 늘 주의를 기울여 성찰하여서 몸과 마음의 평온을 이루어 유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막 교부들을 포함한 많은 초대 교회의 영적 스승들은 이러한 nepsis를 올바른 기도에 들어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준비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같은 단락에서, 마카리우스는 우리가 가진 것들 때문에 시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이 ‘절제(nepsis)’와 함께 두 가지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 첫째는 덕(德, virtue)의 균형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꿀과 같이 달콤한 것만 넣는 것이 아니라, 후추와 같이 매운 양념도 넣어 숙성해야 하듯이, 우리의 신앙도 다양한 덕목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성숙해 집니다. 이를 테면, 온화함은 엄격함과 짝을 이루어야 하고, 지혜는 신중함과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말은 행동과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마카리우스는 이 모든 일을 실천함에 있어서 자기 스스로 해나갈 수 있다는 태도를 버리고 언제나 “온전히 주님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마카리우스는, 신앙 생활에서 시험들을 극복하며 꾸준하게 성장하는 길은, 은사와 선물들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받았던 사실에만 만족하지 말고, 그것들에 그릇된 의도와 생각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성찰하면서 잘 가꾸어 가야 하고, 또 여러 가지 신앙의 덕목들(갈5:22-23)이 서로 서로 균형을 이루어 하나로 조화되도록 힘써야 하며, 무엇보다도, 모든 일에 우리들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주님과 그분의 성령의 도우심을 언제나 의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듯합니다. /새결새김 남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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