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보(Pambo) 교부가 안토니 교부에게 물었다. ‘제가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그러자 연로한 안토니가 말하기를,
‘그대 스스로 의롭다고 여기는 것에 신뢰를 두지 마시오. 지나간 과거를 염려하지 마시오. 그러나 말(tongue)과 육욕(stomach)을 통제하시오.’”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 (주제별)》Ch. 1. 2.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에 실린 이야기의 대부분은 많은 대중들을 앞에 두고서 행해진 대화나 가르침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이고도 개별적인 정황에서 펼쳐진 것이었다. 팜보교부는 안토니 교부(Saint Anthony)에게 자신의 삶에 필요한 실제적인 가르침을 청한다. 그러자 안토니는 제일 먼저, 자기 나름의 의(own righteousness)에 기대지 말라고 그에게 가르침을 준다. 한 마디로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잘난척 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막까지 와서 그토록 수행에 힘써 온 팜보 교부로서는 기분 상하기 딱 쉬운 말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자세히 알 길은 없지만, 그에게 너무나 시의적절한 말이었는지 모른다.
주변에 소위 영적 훈련에 있어서 많은 경험과 수고를 하신 분들 가운데, 가끔씩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가 하나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더 낮아지려고 동원한 그 행위들이 오히려 '하나님' 없이 '자신'이 높아지는 일에 쓰여지게 된 것이다.
팜보 교부는 후에 안토니와 더불어 다른 사막 수도자들로부터 본받을 만한 대표적 수도자로 언급되기도 한다(1). 가르침과 교훈은 일방적일 수 없다. 안토니 교부에게 사랑이 없었으면 위와 같이 아프지만 꼭 필요한 조언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젊은 팜보에게 겸손과 열려있음이 없었다면 이같은 교훈을 자신 영혼의 살과 뼈로 수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오늘 만남의 배경에는 가르치는 자와 배우는 자 모두의 성숙된 영적인 토양이 있었다. 아름다운 영성의 꽃이 메마른 사막에서 피었다. / 오래된 오늘
(1) The Sayings of the Desert Fathers (The Alphabetical Collection), trans. Benedicta Ward (MI, Kalamazoo: Cistercian Publications, 1987),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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