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의 추천 영성 고전
Pope Innocent III has a dream of St. Francis of Assisi supporting the tilting church (attributed to Giotto)
성 프란치스코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겠으나, 그가 '글'을 남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프란치스코가 유명한 것은 그의 '삶' 때문이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누구의 '삶'을 아는 것이 정말 그를 아는 것일 터. 그러나 과연 우리는 정말 프란치스코의 삶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프란치스코처럼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일 경우 오히려 우리가 그의 삶에 대해서 제대로 잘 모르고 있기 쉬운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우리가 그를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무수히 들어봤다고 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았다고 해서 정말 그를 아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를 오해하고 있기 싶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아야 한다. 그가 자신에 관해 하는 이야기를 말이다.
물론, 성인(聖人)은 자기 '자신'에 관해 잘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는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니, 하나님'께' 이야기한다. 프란치스코의 글은, '영성고전'에 드는 책들의 글이 그렇듯, 실은 '기도'다. 형제들에게 '편지'를 쓸 때도, 그들을 '권면'할 때도, 공동체 '회칙'을 내릴 때도, 프란치스코는 실상은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기도'인 그의 글을 직접 읽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프란치스코를 만난다. 가공되지 않은, 낭만화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프란치스코를 말이다.
날 것 그대로의 프란치스코는 모든 '진짜'가 그렇듯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는 불편하리만치 엄격하고 관용적이며, 전통적이고 개혁적이며, 이성적이고 신비적이며, 비관적이고 낙관적이며, 가톨릭적이고 복음주의적이며, 인간적이고 거룩하다.
역사상 "예수님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 중 으뜸은 단연 프란치스코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그의 글은, 기도문은 복음서의 글만큼이나 단순소박하며, 깊다.
"지극히 높으시고 영광스러운 하느님이시여,
내 마음의 어두움을 밝혀 주소서.
주여, 당신의 거룩하고 진실한 뜻을 실행하도록
올바른 신앙과 확고한 희망과 완전한 사랑을 주시며
지각과 인식을 주소서. 아멘."
소위 영적으로 '도통'(道通)한 듯 보이는 말은 잘 없다. 프란치스코에게는 그저 '가난'이 하나님께 이르는 '도(道)/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란치스코는 '가난'을 이데올로기화한, 이후의 프란치스코 '파'들과 달리 가난을 '주창'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그는 가난을 '노래'할 뿐.
"귀부인이신 거룩한 가난이여,
주께서 당신의 거룩한 자매인 거룩한 겸손과 함께
당신을 축복하시기를!"
프란치스코는 "마음의 가난"을 이렇게 말한다.
"여러 가지의 기도와 신심행사에 열중하고 육신의 많은 극기와 고행을 하면서도, 자기에게 해가 될 듯한 말 한 마디만 듣거나, 혹은 어떤 것을 빼앗기기만 하면 발끈하여 내내 흥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이들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진정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뺨을 치는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필자도 프란치스코의 글은 유학을 와 프란치스코회 수사이신 교수님에게서 '프란치스코의 영성'에 대해 배울 때 처음 제대로 읽어 보게 되었다.
가장 깊은 울림이 있었던 건 프란치스코가 구술했다는, "참되고 완전한 기쁨"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참된 기쁨이 무엇인지 기록해 놓으십시오"...
라고 시작되는 그 글. 여기 소개하기보다는 독자 여러분께 성 프란치스코의 글 모음집을 구하여 그 전체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독하여 보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다. / 이종태
Francis and Clare
- 저자
- Armstrong, Regis J. 지음
- 출판사
- Paulist | 1982-03-01 출간
- 카테고리
- 인문/사회
- 책소개
- Francis (c. 1182-1226) and Clare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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