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가족들은 [정욕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던 저를 결혼이라는 방법으로 구해내려고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제가 최대한 효과적으로 말하는 법을 배워서 웅변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of Hippo: 354-430) 《고백록》, Book II, ii (4)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읽다 보면, 마치 현대의 이야기로 여겨질 정도로 공감이 되는 부분들이 있다. 북아프리카의 타가스테(Thagaste)라는 중소 도시에 살던 아우구스티누스의 부모들은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교육열이 '뜨거운'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영특했던 아우구스티누스를 큰 도시 카르타고(Carthage)에 보내어 공부시키기 위해 일찍부터 저축을 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수사학을 배워 '성공'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는 그것은 정말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라, 아버지의 '공명심'을 만족시키기 위한 일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사실 청소년기 자신에게 정말 필요했던 것은 세상에서의 성공을 위한 교육과 저축이 아니라, 영혼이 죄로부터 벗어나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청소년기의 아우구스티누스는 육체적 정욕에 빠져 지냈고, 사랑에 빠져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기도 하였다. 또래들과 함께 어울려 잘못된 일들을 행하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보다 더 악한 일을 행하는 것을 자랑하였다. 그래서 그는 당시 자신의 부모들이 자신을 최소한 결혼이라도 시켜서 육체적 정욕으로부터 탈출하도록 했어야 했지만, 자신의 가족들은 그것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회고한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을 받게 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노력만 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위해 자신들의 즐거움과 유익도 과감히 희생하기도 한다. 특히 진로 결정을 앞두고 있는 청소년기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은 교육에 많은 관심과 노력과 물질을 쏟는다. 그런데 정작 자녀들의 영혼에 대해서는 과연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자녀들의 내면의 상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자녀들이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 속에서 자라나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는 것일까? 3월이 되면 한국의 학교에서는 새로운 학년이 시작된다. 진급하는 자녀들을 위해 부모님들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새로운 학용품, 학원, 옷, 선물 등, 지금 부모로서 내가 준비하는 것들이 자녀들에게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보자. 그들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자. 그것은 나의 욕망의 색안경이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이라는 순전한 '맨눈'으로 자녀들을 바라 볼 때 알게 되지 않을까? / 권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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