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들이 하나님을 '임시방편'(Stopgap)의 신으로, 곧 늘 우리 삶의 변두리 문제들만 처리하는 존재로, 그리고 인간들이 자기 멋대로 하다가 안 되면 '주여!'라고 외치는 끝점에서 일하는 존재로, 혹은 [연극이나 영화에서 처럼] '급할 때 호출하면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는 신'(deus ex machina)(1)으로 여기는 것을 진저리치며 혐오한다. 주님의 자리는 우리의 가장 중심이어야 한다."
디트리히 본회퍼 (Dietrich Bonhoeffer: 1906-1945), Letters and Papers from Prison,
1944년 4월 30일의 글
물론 주님은 우리의 약함을 통해 일하신다. 그러나 주님이 원하시는 약함은 '자발적이며 능동적인 약함'이다. 스스로를 비우고, 스스로를 낮게 여기며, 스스로를 부인하는 그런 약함을 원하시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우리의 약함은 '수동적 약함'이다. 내가 혼자 다 해보다가 이것도 저도 안되면, '주여!'라고 외치는 단말마적 응석이다. 너무나 가진 것이 많은 세대이기에, 너무나 편한 것이 '널부러진' 세상이기에 '능동적 약함'은 간 데 없고 대신 '수동적 약함'만 믿는 자들 속에서 공해처럼 나뒹군다.
하나님은 더 이상 우리 삶을 디자인하고 컨설팅하며 함께 걷는 동역자가 아닌, 필요한 때와 와서 '임시방편'으로 나의 필요를 채우고 가버리면 되는 그리고 급할 때 호출만 하면 달려오면 되는 그런 '시다바리'로 전락한다. 주님은 중심을 던지는 비움과 부인, 그런 약함을 통해서 일하시건만…… / 나무 잎사귀
(1) "deus ex machina'는 문자적으로 '기계 장치의 신'이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고대 그리스의 연극에서 신들(gods)이 기계 장치를 타고 등장해서 복잡한 내용을 해결한 데서 유래했다. 마치 오늘날 영화에서 '슈퍼맨'과 같이 극적인 상황에 나타나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이다. 본회퍼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에 대한 참된 믿음 없이 하나님을 삶의 주변부로 밀어내고, 마치 '기계 장치의 신'처럼 필요할 때만 불러서 '이용'하는 '종교성'을 비판하였다. 그리고 하나님의 자리는 우리 삶의 중심부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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