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아스 그뤼네발트Mathias Grünewald의 <이젠하임 제단화>에는 4세기 이집트 사막의 교부 성 안토니우스 (St. Anthony 또는 Antonius of Egypt)가 등장한다. 이처럼 서양미술에서는 기독교 고전 작품 또는 성서의 이야기를 소재로 활용하여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그림과 고전 작품에 대한 이해와 묵상을 돕기 위하여 제단화의 일부와 더글라스 버튼-크리스티 교수의 글을 일부 번역해서 싣는다.
"Isenheimer Altar" by Matthias Grünewald
These files are from the Wikimedia Common and http://www.aiwaz.net.
DOUGLAS BURTON-CHRISTIE 지음, 권혁일 옮김, "Athanasius(c.295-373): The Life of Anthony, " in Christian Spirituality: The Classics, Arthur Holder 편집 (New York: Routledge, 2010), 13-14.
그 인물은 수척하며 죽은 듯하다. 그의 몸무게로 인해 못이 박힌 그의 손과 발이 찢어지고, 그의 육체는 꺾쇠로 보이는 것에 갈가리 찢어졌으며, 그의 머리는 마치 몸에 붙어 있지 않은 듯 축 늘어져 있다. 마티아스 그뤼네발트Mathias Grünewald의 15세기 작품 ‘이젠하임의 제단화’Isenheim Altarpiece는 서양 미술 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가장 강렬하고 충격적인 그리스도의 이미지들 중의 하나를 담고 있다. 그것은 받아들이기에 어려운 이미지이다. 이것은 그 제단화에서 중심이 되는 다른 두 인물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 중 옆판에 보이는 매우 흉측한 인물은 육체가 썩어 들어가는 염증으로 뒤덮였고, 복부는 팽창했으며, 사지는 곧 몸에서 모두 함께 떨어져나갈 것처럼 보인다. 그는 ‘성 안토니의 불’이라고 알려진 무서우면서도 때론 치명적인 세균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데, 그 병은 오백 년 동안 유럽을 황폐하게 만들어왔다. 또 다른 인물은 이집트의 성 안토니St. Antony이다. 그는 그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확실히 낫게 하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졌던 성인이다. 그는 다수의 섬뜩하고도 악마적인 존재들에 의해 구타당하고, 할큄을 당하며, 찢겨지면서 그 자신의 고통을 견디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뤼네발트의 제단화에서 이 세 인물들, 곧 그리스도, 성 안토니, ‘성 안토니의 불’에 의한 익명의 희생자의 융화는 너무나도 강력하게 인간의 고통을 형상화 해낸다. 이 세 인물들을 응시한다면, 어떤 이는 이 고통으로부터의 구원이 실제로 가능할까라는 불확실성의 느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 고통은 너무 극심하고, 강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어떻게 무언가가 또는 누군가가 그 고통을 완전히 극복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사실은 그 제단화는 희망의 상징이다. 심지어 ‘성 안토니의 불’의 희생자와 같이 바로 절망의 가장자리 위에서 사는 이들에게라 할지라도 구속과 치유는 가능하다는 신호이다. 그 제단화는 처음에 그 질병으로 인한 희생자들이 치료를 받던 병원 시설의 일부로 창작되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그 희생자들의 병원생활을 특징짓던 고통과 불안으로부터 그리스도도 성 안토니도 초연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아주 중요했다. 오히려 그들은 고통을 함께 하고 심지어 거기에 참여하는 것으로 보여질 필요가 있었다. 이제하임 제단화에서 다수의 섬뜩한 생물들에 의해 시달리고, 가리가리 찢기는 것으로 묘사된 성 안토니는 [공격에] 노출되고 취약하며 무력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닌 한 인물을 나타내 보이고 있다. 그리스도처럼, 그리고 ‘성 안토니의 불’의 희생자와 마찬가지로 그 성자는 의심과 극심한 고통의 끔찍한 장소를 깊숙이 여행한 것으로 보일 수 있었다. 안토니는 이와 같이 고통 가운데 있는 외로운 영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아마도 그는 그 영혼들 또한 자신들의 고통 한가운데서 그리고 고통을 넘어서 하나님의 현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그들 속에 불붙일 수 있었다.
성 안토니에 대한 중세 유럽의 다른 묘사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젠하임 제단화에 묘사된 성인의 이미지는 4세기의 명작, 《안토니의 생애The Life of
Antony》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작품이 처음 출현한 때부터, 이집트 사막에서 하나님을 추구하고 악마들과 싸우던 은둔 수사의 이야기는 기독교 상상력 속에 깊이 공명되었다. 이와 같은 공명은 이 작품이 출현한 이후 오랫동안 계속되었는데, 무수한 적용과 해석을 통해서 각 시대는 그 이야기에 신선한 의미를 주려고 노력했다.
'영성 생활 > 예술과 영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의를 비처럼 내리게 하라 (Roráte Caéli-대림절 찬송) (0) | 2014.12.16 |
---|---|
영화 <노아>: 리더의 분별과 실존의 갈등 (0) | 2014.07.23 |
이 땅, 조선을 위한 십자가 (0) | 2014.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