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주(綾州)서 K 장로님이 오셨습니다. 죄송했습니다. 과세에 대한 불균형이 장차 사회를 파멸하고 말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기독교인들이 진정한 신앙에 입각하여 생활하고, 교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을 아뢰었습니다. 사회정의를 세우기 위해서 수양할 것을 의논했습니다.
- 이현필(1913-1964), 《이현필: 풍요의 시대에 다시 찾는 영적 스승》(서울: KIATS, 2014), 272.
한국의 수도원 운동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받는 이현필 선생은 1952년 4월 19일과 21일의 일기에서 불공정한 세금 매김에 대해서 쓰고 있다. 그는 세금을 부과하는 자들이 "하나님을 두려워 한다면 불공평한 부과를 하지 않을 것"이며, 세금을 납부하는 자들도 "하나님만 두려워하고 섬긴다면 세금으로 전 재산을 빼앗겨도 잘 살 줄 압니다."라고 적는다. 결국 세금 문제는 위정자와 납세자가 하나님만을 두려워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위정자가 가난한 자의 신음을 들으시는 정의의 하나님을 두려워한다면, 불공정한 조세 정책을 "경제살리기"라는 미명으로 포장하여 국민들을 속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납세자들도 우리의 필요를 채우시는 자비의 하나님을 신뢰하고 경외한다면 탈세를 통해서 스스로 살길을 찾거나 탐욕을 채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현필의 시대 이후 반 세기가 훨씬 지난 오늘, 한국사회에서의 빈부 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빈부 격차의 심화는 소득 분배뿐만 아니라 세금 매김이 더욱 불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현필의 통찰력이 정확하다면 그 종착역은 사회의 파멸이다. 그러한 결과가 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서의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이다. 최근 이슈가 된 세금 문제에 대해 불평을 하는 데서 끝날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보다 진지하게 논의하고 실천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 권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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