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능하신 하나님,
우리에게 밤을 주시니, 님을 찬양합니다.
아무 것도 의식하지 않고,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동물처럼, 나무처럼, 고래(古來)의 대지처럼,
아무 말없이, 아무 죄없이,
그저 어둠 속에 누워는 그 시간.
밤, 그 고요한 시간을 주시니, 님을 찬양합니다.
내 뜻과 내 말과 내 재간이 나를
'그냥 있음'의 신비로부터 떨어뜨려 놓지 못하는 그 시간.
그 시간, 우리는 그냥 있습니다.
돌처럼, 새처럼, 잎처럼,
님이 만들어내신 사람처럼,
님께서 손수 지으시고 붙들고 계신 작품들,
그저 가만 존재하는 그 모든 피조물들처럼.
세상을 다시 우리에게 주시니, 님을 찬양합니다.
깨어난다는 이 기적.
새로 깨어나 또 다시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이 기적.
우리에게 님의 자녀가 되는 자유,
님의 자녀이기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시니, 찬양합니다.
우리를 살게 하실 뿐 아니라,
'살아 있음'을 느끼도록 우리를 일깨워주시고,
그래서, 생명이라는 이 놀라운 선물을 경탄할 수 있게 해주시고,
우리 삶을 님의 뜻대로 사용하시도록 님께 드릴 수 있게 해주시니, 찬양합니다.
우리를 인도해주소서, 기도하오니,
이 날, 또 모든 날들을 지낼 때,
그 미지의 길을 걸어갈 때, 우리의 걸음을 인도하소서.
많고많은 문들 중에서
님께서 우리 각자로 하여금 열기를 바라시는 바로 그 문 앞으로
우리의 걸음을 인도해주소서.
그리고 그 문 앞에서 우리에게 용기를 주소서.
우리가 말해내기를 님께서 바라시는 그 말,
그 사랑과 치유의 말을 말해낼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그리고 그 길의 모든 굽이굽이에서
님의 음성을 알아들을 수 있는 귀를 주소서.
그리하여, 듣고, 듣게 하소서.
귀기울여 듣고, 순종하게 하소서.
힘이 다 빠져버린 것 같은 날에도,
우리로 이 날을, 오늘을, 우리의 최초의 날인 것처럼,
또한 우리의 최후의 날인 것처럼 살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아멘.
프레드릭 뷔크너(Frederick Buechner: 1926-),
「The Hungering Dark」(HarperSanFrancisco), pp. 79-80.
이종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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