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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내 마음, 주님이 장사(葬事)되신 곳 (마카리우스)

무덤에 관해 말하는 것을 들을 때, 눈에 보이는 무덤만을 떠올려서는 안 됩니다. 왜냐햐면 그대의 마음이 곧 무덤이요 묘지이기 때문입니다. 사탄과 그의 졸개들이 당신의 마음과 생각에 요새를 건설하고, 또 그 안에 길을 내고, 고속도로를 뚫어 여기 저기에서 활개치고 다닌다면, 그대는 지옥이며, 무덤이며, 묘지요, 하나님에 대하여 죽은 자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 마음과 생각 속에서 사탄은 위조지폐을 찍어내고, 쓰디쓴 잡초의 씨를 퍼뜨리고 있으며, 옛 누룩으로 그것들을 부풀리고 있습니다. 이제 인간의 마음은 탁한 진흙탕물을 토해내는 구덩이가 되었습니다.

 

- 이집트의 마카리우스(Macarius of Egypt)c.300-390) 『신령한 설교』 (은성), 11. 11.

 

마카리우스가 여기서 그리고 있는 인간 현실, 아프고 슬프지만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나의 마음은 무덤과 같이 어둡고 불결하고 죄가 넘쳐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만들어 내는 생각들은 참으로 지옥을 방불케 할 때가 많다!


그런데 그 지옥 같은 마음의 가장 깊은 곳으로 주님께서 내려오셨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죽음에게 명령하십니다. “네가 억류하고 있는 영혼들을 풀어 주어라, 그들이 나를 부르고 있다.” 이렇게 주님은 단단히 둘러싸 짓누르고 있는 무거운 돌덩이를 뚫고 영혼에게 오십니다. 그것을 가두고 있는 무덤의 문을 열어 제치십니다. 주님은 진실로 죽은 사람을 일으켜 생명에 이르게 하시고, 어두운 감옥에 갇힌 영혼들을 이끌어내십니다 (마카리우스, 『신령한 설교』 11. 11.).


실로 놀라운 영성가의 통찰이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나서 가신 곳, 그 무덤, 그 음부는 바로 지옥이 되어버린 내 마음이다이 누추하고 처참한 곳에 오시기 위해서, 이 어두운 곳에서 나를 이끌어 내시기 위해서 주님이 죽으시고 묻히셨다니……. ‘감격스럽다라든가 혹은 다른 어떤 말로 다 담아낼 수 없는 놀라움, 송구함, 감격, 감사, 이런 것들이 뒤얽힌 복잡함이 나를 덮친다.


한참이 지나서 나의 태도, 나의 이해 여부에 아랑곳 없이, 주님께서 이미 오셨다는 사실이 나를 안도하게 하고 감사의 예()를 올리게 한다. 그러고 나니 그분의 다시 오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분이 기다려진다. '주님, 오셔서 나를 둘러싼 모든 어두움에 종언(焉)선고하소서이 대림의 절기에 주님 어서 오소서! 마라나타!' / 새결새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