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멸망의 도시뿐 아니라 이곳 하늘문에서도 지옥으로 가는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존 버니언 (John Bunyan, 1628-1688),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 in Modern English)》, (Gainesville, FL: Bridge-Logos, 1988), 211.
조지 폭스를 한참 읽다 천로역정을 지은 존 버니언이 거의 같은 시기를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주 어렸을 때 읽었던 천로역정의 책을 구해보니 영문 책인데도 두께가 상당하다. 그저 어릴 적 재미있게 읽었던 천국으로 향하는 여행길에 관한 이야기를 영성을 공부하며 나이가 든 지금 읽어보니 한 문장 한 문장 속에 숨겨져 있는 의미나 여백이 새롭고 깊게 다가오는 것 같다. 버니언은 폭스와 마찬가지로 수 차례 감옥에 들어갔다가 그의 대작 천로역정도 감옥 속에서의 하나님을 향한 성찰의 결과로 만들어진 열매이다.
글의 끝 부분에 숱한 고난과 유혹과의 분투를 통해 마침내 천성문에 다다랐을 때에 그는 여행 도중 가끔씩 마주쳤던 '무지(無知)'를 만나게 된다. 자신과는 달리 쉬운 길을 따라서 천성문에 도달한 무지는 여행의 목적지에 다다랐지만 손과 발이 묶여 공중으로 던져져서 동굴 속으로 처박히고 만다. 끝까지는 왔는데 결국 선한 열매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천국으로 향하는 영적 여정에 있어서 쉬운 길이 가장 좋은 길인 것은 아니다. /소리벼리(정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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