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일 (내 생각처럼) 세상의 슬픔에 대해 진정으로 염려하였다면, 나 자신에게 슬픔이 닥쳐왔을 때 이처럼 압도되지 않았을 것이다. 상상 속 내 믿음은 ‘질병’, ‘고통’, ‘죽음’, ‘외로움’ 등으로 이름 붙여진 가짜 돈으로 계산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밧줄이 나를 지탱해 줄지 어떨지 문제가 되지 전까지는 그 밧줄을 믿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것이 문제가 되자, 믿고 있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 C.S. 루이스, 강유나 옮김.《헤아려 본 슬픔》 홍성사, 61.
그리스도인들은 세속적 행복을 경계하라는 도전을 받는다. 세속적 성공에는 어떤 함정이, 반면에 고난에는 숨겨진 영광이 있다는 메시지를 듣는다. 주님의 말씀을 통해 보건데, 순례자들에게 고난은 ‘영적 여정(spiritual journey)’이라는 패키지 여행에 포함된 예정된 계획임에 틀림이 없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으며, “울며 씨를 뿌리는 자”가 종국에는 기쁨으로 거두게 될 것이라고 듣기도 하였고, 진지한 기독자라면 이것을 받아들였으리라.
날라리 신자가 아닌 이상, 누구나 영적 여정 안에서 만나게 될 고난과 슬픔이 무엇일지 상상해볼 뿐만 아니라, 그런 일들이 닥칠 때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계획도 짜본다. “나에게 욥의 불행이 닥치면 어떻게 할까?” 우리는 종종 이런 식으로 애통하는자와 공감하며, 나름대로의 대비책을 마련해본다. 그리고 이것으로 우리 자신의 믿음을 가늠한다.
이것은 루이스가 말하는 “이러한 일들을 계산해 넣고 있었던 믿음”이다. 상상 속의 믿음. 실제가 되기 전까지는 진실을 알 수 없는 믿음 말이다. 상상 속에서는 거뜬히 이겨냈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루이스에 따르면 만일 두 가지가 충족된다면 실제로도 거뜬히 이겨낼 것이다. '믿음이 진실한 것'이고, '다른 사람의 슬픔에 대한 염려가 진정한 것'이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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