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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사막 교부)

임종이 가까이 왔을 때 압바 아가돈은 삼일 동안이나 계속 눈을 뜬 채 누워 있었다. 제자들이 그의 몸을 흔들며 물었다, "압바 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그가 말했다, "나는 지금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 있다네." 그들이 물었다, "두려우신가요?" 그가 말했다, "나는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며 살고자 최선을 다해왔지. 하지만 나는 인간일 뿐. 내 행한 일을 과연 하나님께서 기뻐하실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겠나?" 제자들이 물었다, "경건하게 살아오신 삶에 대해 확신이 없으신가요?" 압바가 말했다, "하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나. 하나님의 심판/판단과 사람들의 심판/판단은 다르기 때문이지." 그들이 계속 더 말씀해주길 청하자, 그가 말했다, "청컨대, 내게 말을 시키지 말아주게나. 나는 지금 바쁘다네." 그리고는 그 순간 그는 기쁨 가득한 모습으로 숨을 거두었다. 제자들이 보니, 그가 숨질 때 모습은 마치 사람이 자기 친구나 사랑하는 이를 포옹하는 모습 같았다. 그는 모든 일에 있어 늘 깨어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자주 이렇게 말하곤 했다, "깨어있지(vigilance) 않고는 사람은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네. 하나의 덕도 이루지 못하지."


The Book of the Elders: Sayings of the Desert Fathers, The systematic collection 

(Collegeville, MN: Cistercian Publications, 2012), 190 (Agathon 29b).


"나는 지금 바쁘다네(I am busy)."

했다는 말에 오래 생각이 머물렀다. 


하나님 앞에서 정신 차리고 깨어있는 일로 바빴다는 것인데, 

죽는 순간까지 그런 일로 바빴다니..


죽는 순간 

죽음이 그에게 친구요 연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래서 였을 것이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늘 서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


눈을 뜨고 살고 있나.. 


/ 이종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