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이 매우 강해서 우리가 선을 선택하기에는 너무 연약하다고 느낄 때는 모세가 그랬던 것처럼 가능한 한 빨리 위대한 신비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서 그 싸움터에서 도망쳐야만 한다.
- 닛사의 그레고리우스(Gregorius Nyssenus, c.335-395), 《모세의 생애》.
악을 선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악에게 지게 되는 연약함의 순간들이 있다. 선은 커녕 악을 선택하지 않는 것마저도 힘겨운 때가 있다. 악인가 선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부름 자체가 싫어지는 때가 있다. 그런 순간 악을 이겨내고 선을 선택하려고 하다가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이겨내고 선을 선택한다고 하는 데, 그것이 오히려 더 큰 악으로 나아가게 되는 경우다.
그 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은 악을 선택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도망쳐 신비이신 하나님을 향해 달리는 것이다. 인생에서 시간적으로 촌각을 다투는 선택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는 마음의 불편과 조급을 견디다 못해 이 정도쯤은 해결하겠지하는 마음으로 선택하고 더 괴로워지게 된다. 하나님의 부름을 따를 힘이 없거나 그것을 발견할 수 없거나 발견하기도 싫을 때 신비이신 하나님을 향해 달려야한다. 신비이신 하나님을 만나는 순간 우리는 다시금 선을 향한 부름에 응답할 내적 준비가 이루어진다. / 유재경
'한 줄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적 결혼 안에서 평안 (아빌라의 테레사) (0) | 2015.03.11 |
---|---|
문자에 죽어가는 설교자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0) | 2015.03.04 |
회개, 소망의 딸 (요한 클리마쿠스) (0) | 2015.02.22 |
재의 수요일, 그 분을 닮다 (디트리히 본회퍼) (0) | 2015.02.17 |
과세 불균형은 사회를 파멸시킨다 (이현필) (0) | 2015.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