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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수치와 책망을 겸손히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다른 사람이 해 주는 충고와 책망과 꾸지람을 마치 자기가 자신에게 하는 것 같은 인내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종은 복됩니다…. 변명하는 데 빠르지 않고 본인이 범하지 않은 죄에 대해서도 수치와 책망을 겸손되이 참아 견디는 종은 복됩니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Francis of Assisi)성 프란치스꼬와 성녀 글라라의 글(분도출판사, 2004), 영적 권고 23.

얼마 전에 지인에게 충고 한마디를 들었다. 아니, 충고라고 하기엔 동정과 호의가 가득한 조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날 하루 종일 마음이 평화롭지 못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당신이 뭔데', '뭘 안다고' 같은 단어들이 내 안에서 하루 종일 춤을 추었다. 형제 자매들에게 듣는 책망과 충고들은 신앙과 인격을 성숙시키는 좋은 거름이 된다. 그러나 그 거름은 입에 달지 않은데, 나이가 들수록 더 쓰게 느껴지는 것 같다. 

나이 들수록 더 옹졸해진다는 말이 있다. 그 옹졸함이란 다름 아닌 교만의 결과다. 교만이 사람을 좁게 만든다. 인내심은 줄고, 화가 늘어난다. 듣는 일은 줄고, 말은 많아진다. 웃음은 줄고, 호통은 커진다. 부끄러움은 줄고, 뻔뻔함은 늘어난다. 사죄는 줄고, 변명은 늘어난다. 그래서 나이들수록 더 기도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겸손 훈련'이 절실해진다.  

다윗이 압살롬을 피해 달아날 때 머리를 가리고 맨발로 울며 도망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참담할까? 그 때 시므이라는 사람이 위로가 필요한 다윗에게 오히려 저주를 퍼붓는다. 다윗의 신복 아비새는 “이 죽은 개가 어찌 왕을 저주합니까? 제가 머리를 베어오겠습니다.”라고 한다. 그러나 다윗은 “그냥 나둬, 저게 다 하나님이 하시는 말씀이야.”라고 답한다. 사람의 저주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을 수 있는 겸손이 얼마나 대단한지, 더 엎드려 겸손을 훈련해야겠다.  / 김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