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친구: 유해룡 교수 퇴임 기념 문집》
유해룡 외 지음 | 권혁일 편집 | 키아츠 | 2018
“과연 오늘 하나님은 우리 각자와 관계를 맺으시며, 인간은 그것을 알아차리며, 그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갈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해서 답할 수 있기 위해서 영성지도가 필요하다.” (p.76).
《영혼의 친구》는 장로회신학대학교 유해룡 교수의 퇴임 기념 문집이다. 유해룡 교수는 한국 개신교에 기독교영성학(또는 영성신학)을 처음으로 도입한 학자이고, 개신교 신학교에 영성수련과 영성지도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시작한 영성지도자이다. 대전신학교에서 4년 6개월,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21년 6개월, 총 26년간 기독교영성을 가르치고 영성지도자로 활동하고 올해(2018년) 8월 은퇴했다. 《영혼의 친구》라는 제목은 아일랜드의 켈틱 영성에서 사용하는 anam cara(아남카라)에서 가져온 표현으로서 영성지도(spiritual direction)에서 영성지도자(spiritual director)를 가리키는 말이다. 영국의 영성지도자인 케네스 리치(Kenneth Leach)의 책 제목으로도 사용된 바 있다. 《영혼의 친구》를 편집한 권혁일 박사는 유해룡 교수가 시작한 기독교영성 신학석사(ThM) 과정을 1기로 졸업한 제자이고, 미국 Graduate Theological Union에서 기독교영성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권혁일 박사는 유해룡 교수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동료 학자들과 제자들의 도움을 얻어 이 책을 편집하였다.
《영혼의 친구》는 크게 두 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나는 유해룡 교수의 삶과 공헌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성지도에 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영혼의 친구》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유해룡 교수의 삶과 길과 글”, 2부 “영성지도의 기초”, 3부 “영성지도의 다양성”, 4부 “영성지도와 영성 훈련”, 그리고 5부 “영성지도의 현장”.
먼저, 《영혼의 친구》는 유해룡 교수가 누구인가에 대해 잘 소개하고 있다. 그의 제자인 주선영은 유해룡 교수의 삶의 여정에서 “집요하리만치 강한 갈망과 그 갈망이 삶의 원천이요, 궁극이신 하나님 그분을 향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음을 읽게 된다”고 말한다 (p.21). 권혁일, 김경은, 박세훈은 유해룡 교수를 실천적 교육자와 기독교영성학자라는 각각의 측면에서 한국 교회와 신학교를 위해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평가한다. 실천적 교육자로서 그는 신학생들을 위해 기독교영성을 이론적으로만 가르치지 않고 신학생들이 신학교 3년 동안 목회자후보생으로서 영성 형성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적용했다. 예를 들어, “신학대학원 1학년 학생들의 생활관 입사와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3박 4일간의 주말 경건훈련을 기본으로 하여 새벽기도, 화요모임, 자기 점검, 청소와 같은 봉사활동” 등을 경험하게 했다. 이 프로그램은 다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신학교들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기독교영성학자로서 그는 한국실천신학회에 영성분과를 설립하였고 이후 기독교영성학회가 태동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가 저술한 책과 논문은 대부분 한국 개신교에서는 처음으로 다루는 주제들이 되었고, 후배 학자들이 참고할 좋은 징검다리 역할을 해왔다.
다음으로, 《영혼의 친구》는 영성지도가 무엇인가에 대해 이론적으로 실제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영성지도에 관한 첫 번째 글들은 유해룡 교수의 논문이다. 유해룡 교수가 쓴 두 편의 논문, 즉 “기독교 영성지도의 고유한 특성과 과정” 그리고 “영성지도란 무엇인가?”는 영성지도와 목회 상담의 비교, 영성지도의 과정, 그리고 영성지도의 사례 등을 탁월하게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주제들을 좀 더 들여다보자. 첫째, 현재 영성지도와 관련해서 일어나는 질문 중 대표적인 것이 ‘영성지도가 목회 상담 또는 심리치료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이다. 유해룡 교수의 논문은 이 질문에 대해 영성지도자의 관점에서 가장 잘 정리된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그는 영성지도와 심리치료가 상호보완적이라고 한다: “영성지도자는 몸과 영혼 및 인간의 전체성의 건강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영성지도 중에 정신적 장애로 인해서 영적 진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영성지도자는 신중한 분별을 통하여 그런 사람들로 하여금 심리치료에 참여하도록 도와주는 역할도”(p.61) 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영성지도는 목회 상담과 구별되는 고유성이 있는데, 그것은 개인의 통합과 건강한 삶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적으로 피지도자와 하나님과의 성숙한 관계 발전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둘째, 유해룡 교수는 영성지도의 과정으로 (1) 듣기에 대한 자기 평가, (2) 기도 내용의 명료화, (3) 긍정하기와 관계 발전의 조언, (4) 접촉점을 분명히 하는 대화록, (5) 처방, (6) 지도 전체 과정에 대한 반추 등을 제안하는데, 특히 “접촉점”이나 “처방”에 대한 견해는 오랜 경건훈련의 경험에서 나온 독특한 요소들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해룡 교수는 앞서 설명한 영성지도의 과정을 적용한 사례들을 성경과 목회 현장에서 선택하여 제시한다. 아울러 각각의 사례에서 목회적 배려와 영성지도는 어디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지를 생각해보도록 안내한다.
영성지도에 대한 두 번째 글들은 유해룡 교수의 동료 학자와 제자들이 쓴 논문이다. 먼저 이강학의 “영성지도의 정의”, 김경은의 “영성지도의 역사”, 이상학의 “영성지도의 신학”은 영성지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정보를 알려준다. 다음으로 권혁일의 “영성지도자의 탄생과 성장을 위한 모판 만들기”, 이경희의 “디모데서에 나타난 바울의 영성지도”, 김병호의 “이블린 언더힐의 영성 모델에 따른 영성지도”, 조한상의 “영성지도자로서 조나단 에드워즈”, 그리고 오방식의 “토머스 머튼의 영성지도” 등은 영성지도의 다양한 모델들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최승기의 “프란치스코 드 살의 영적 식별”, 이주형의 “한국인의 마음과 영적 분별”, 이경용의 “영 식별로서의 감정 성찰과 영성지도”, 백상훈의 “그림 묵상의 영성학적 이해와 영성지도”, 유재경의 “하일러의 신비적 기도와 에바그리우스의 관상 기도에 대한 탐구”, 양정호의 “노르위치의 줄리안의 기도의 신학”, 그리고 최봉규의 “영적 성숙을 돕는 영성지도를 위한 신학적 성찰” 등은 영성지도와 관련된 댜양한 영성훈련들을 소개하고 있다.
영성지도에 대한 세 번째 글들은 유해룡 교수의 동료 영성지도자들과 제자들이 쓴 문집이다. 박신향의 “영성지도, 거룩하고 안전한 공간: 한 중년 여성의 위기와 영성지도 이야기”, 이정희의 “사마리아 여인의 발견”, 유재경의 “영성지도: 영적 우정을 통한 영적 성장의 길”, 박순희의 “교회 기도학교 개설을 위한 제안”, 이귀옥의 “생애기도를 통한 하나님 만남과 영성지도”, 그리고 정재상의 “렉시오 디비나를 통한 장년부 교육의 새로운 모습” 등은 영성지도의 다양한 현장에서 나온 생생한 경험을 담고 있다.
《영혼의 친구》는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한국 영성지도자들이 쓴 본격적인 영성지도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안내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영성지도의 역량이 한국 교회에 이만큼 축적되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아울러 그동안 유해룡 교수의 노고가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유해룡 교수는 필자가 졸업하던 해에 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 강의를 시작했기에 필자는 그로부터 영성을 배우고 영성지도를 받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필자가 졸업 후 기독교영성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준비할 때, 유학 가서 박사 과정 논문 주제를 정할 때, 그리고 박사 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지금 복무하는 신학교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 유해룡 교수는 실제적이고 사랑어린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제자이자 후배 학자로서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글쓴이 : 이강학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기독교영성 부교수)
이 글은 〈목회와신학〉 2018년 11월호에 게재된 서평을 옮겨 놓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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