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성 생활/시 한 송이

(15)
부활, 봄 부활, 봄 봄꽃이 물을 먹고 자란다고 말하는 자는 이단이다 봄꽃은 피를 빨아먹고 저리 피어난다 도대체, 겨울 다음에 봄이 온 적이 있었던가? 봄은 겨울 너머에서 오는 다.섯.번.째 계절 겨울이 죽인 자의 피를 먹고 겨울을 죽인 자의 피를 마시고 봄은 겨울을 삼키고 온다 만져 보라 천지에 배어있는 검붉은 피 봄의 성흔(聖痕)을 “이르시되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요 20:27) / 이종태
집으로 가는 길: 성 안나의 집 집으로 가는 길: 성 안나의 집 (A Way to Home: Saint Ann’s) 1. 들판을 가로질러 낮은 숲으로 향하는 호젓한 시골길 발밑에서 돌멩이 형제들이 자글자글 나무 위에서 참새 자매들이 쫑알쫑알 한낮의 뜨거운 땡볕에 삭발한 정수리가 익어가도 길옆의 들꽃도 덩달아 설레는 길, 즐거운 길 낮은 담장 옆으로 마차의 행렬이 지나가고 대문 앞에서 엄마가 손짓하고 나도 모르게 어린 아이가 되어 아장아장 서섹스(Sussex)를 걷는 길 어제를 걷는 길 2. 세상과 갈라진 샛길 마침내 발견한 외딴 판잣집 평생 찾아온 그곳 페인트로 흰색의 튜닉과 검은색의 스카풀라를 입히고 붉은 색의 십자가를 다니 대리석이 빛나는 대저택보다 호화스런 침묵이 찬연한 곳 3.태초부터 속해 있던 고독 나를 반기고 헛간 구석까지 ..
식어버린 커피 어제 저녁 마시다 만 커피아침 책상머리에서식다 못해 싸늘해진 놈을 한 모금 삼켰다.싸하면서도 고소함에 흠칫 입이 놀랐다. 아직 맛이 살아있는 놈을 다시보게 된다. 지난 여름빼곡하여 하늘까지 가렸던나뭇잎들의 추락이 아침부터 하염없다.햇빛 가득 어제 하늘이오늘은 싸늘한 겨울비로 잿빛 충만이다. 한때 뜨거웠다가도 식어버리고,얼어 붙었다가도 다시 타오르기도 하는 것이인생이 아니던가. 커피는 뜨거울 때에만맛이 있는 줄 알았다.온기와 열정을 담고 있어야만 제대로된 인생인 줄 알았다. 인생의 맛은뜨거울 때라야만 논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냉랭한 커피잔을 비운다. 이른 시간부터 잎을 떨구는 저 나무는겨울비로 몸을 맑혀더 단단한 나이테를 제 몸에 채우겠지. / 오래된 오늘
See 바다를 보니 마음이 풀어졌다 신기하다 사람은 바다도 보고 산도 보고 꽃도 보고 소도 보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 된다. / 산처럼
Sit 내가 앉자 세상이 앉았다 차-악 세상이 앉자 해가 솟았다 불-끈 / 산처럼
아침묵상 바람도 찾아오지 않는데까치만 애타게 울어댄다 자동차가 휑 지나가고빈 길 위에 아침 햇살이 쪼그리고 앉았다 밤 사이 비어 버린배가 고프다고 보채서그대를 찾아 나선다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고빈 흔들의자 위에그대가 묵상에 잠겨 있다 / 바람연필 "오늘 오후, 나는 낮은 초록색 나무 울타리를 보고 깊은 침묵에 귀 기울이며 만족했다. 그 울타리는 우리를 우주의 나머지 부분으로부터 분리시켜준다. 내가 만족한 이유는 경치나 침묵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 때문이다."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 1915-1968), The Sign of Jonas, (San Diego: Harcourt, 1981), 63.
꽃이 핀다 메마름, 고갈 죽음 그림자 흘러 내리는 사막에도 꽃이 핀다. 타는 햇살, 살갗 에는 모래 바람, 눈길 하나 없는 지독한 고독, 온 몸으로 삼켜내며 꽃이 핀다. 사막의 주인이 누구였던가? 더이상, 바람에 이리저리 사방 뒤덮은 모래일 수 없다. 꽃이 주인이다. / 오래된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