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사람들은 욕망이 일어나기 시작할 때 그것에 복종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에 화를 내며 등을 돌리고, 자기 스스로를 원수처렴 여긴다. …… 이런 이들은 이를테면 잠수부와 같다. 잠수부들은 왕관을 장식할 진주를 얻기 위해, 혹은 임금의 옷을 자주빛으로 채색할 염료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바다밑까지 헤엄쳐 들어간다. 금욕의 삶을 사는 수도자들은 이런 잠수부들과 같다. 그들은 세상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깊은 어두움 속으로 내려간다. 거기에서 그리스도의 왕관과 거룩한 교회와 새 세상과 빛의 도성과 천상의 성도들에 어울리는 값진 보석들 모아 온다.
- 마카리우스(c.300-390) 『신령한 설교』 (은성), 15. 51.
마카리우스는 이 설교에서, 사람들이 자기 밖의 세상에 대해서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자기 자신의 마음(내면)을 들여다보고 점검하는 데는 서툴고 무관심하다고 지적한다(§ 48). 우리의 소원과 욕구가 만들어지는 자리인 마음에는 무질서도 있고, 오류도 있고, 어두움도 있으며, 악에 오염된 부분도 있다 (§ 49-50). 그러므로 참된 것을 얻으려면 먼저 우리에게 어떤 욕구가 생기면 그것을 얻기 위해 바로 행동에 나서지 말고, 먼저 그것을 잠시 내려 놓고 그 욕구가 일어나는 우리의 마음을 잘 점검하고 그 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더하여 “깊은 어두움”으로 들어가는 일은 세상과 그 문화, 그리고 나의 지식과 가치 체계 일체를 벗어 놓고 물러나는 일도 포함한다. 이런 자기 부정의 모험을 감행할 때 사람은 비로소 참으로 값진 것, 참되고 영원한 것, 즉 우리가 마땅히 원해야 할 것을 발견하게 된다고 이 초대의 수도자는 말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욕망의 성취에 적극적인 시대이다. ‘내가 가지고 싶은 것’, ‘내가 되고 싶은 것’을 향해 돌진하는 인생에 갈채를 보내며, 그런 목표를 성취한 사람들을 성공한 사람으로 높인다. 이런 만큼 우리는 우리가 가진 소원의 바탕에는 무엇이 있는지, 그것을 만들어내는 우리의 마음은 얼마나 순수하고 선한 동기들을 담고 있는지, 우리의 소원과 욕구의 추구는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야만 한다.
끝으로 우리들의 마음과 거기서 생겨냐는 욕구를 그냥 절대시하고 추종해서는 우리가 행복해 질수도, 성숙해 질 수도, 거룩해 질수도 없다고 말하는 이 수도자는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으로 들어가, [세상을 향해 열린] 문을 닫고서, 숨어 계시는 네 아버지께 기도해야 한다” (마6:5)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담긴 의미를 잘 깨달아 살아낸 지혜로운 신앙의 선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 새결새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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