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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사순절, 이 거룩한 기간에 (누르시아의 베네딕트)

수도자의 삶은 사순절의 연속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할 수 있는 강인함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사순절 동안만이라도 공동체의 모든 형제[자매]들이 지극히 순결한 삶의 방식을 유지하고, 이 거룩한 기간 동안 평소 가지고 있던 태만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한다. 


- 누르시아의 베네딕트(Benedict of Nursia, 480-ca.547), 《베네딕트의 규칙서》 

권혁일, 김재현 옮김, 제49장. 1-3. (서울: KIATS, 2011), 94.


사순절은 “거룩한 기간”이다. 그것은 이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묵상하는 예수의 삶과 고난,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사랑이 거룩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기간은 우리가 “지극히 순결한 삶의 방식을 유지”하고 게으름을 벗어 버리면, 거룩하신 주님을 좀 더 닮아 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베네딕트의 규칙서》8세기 사본

누르시아의 베네딕트는 사순절에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한 훈련 방법으로 (1)악한 습관에 빠져드는 것을 거부하는 것, (2) 참회의 기도, (3) 독서, (4) 마음의 성찰, (5) 자기 부인, (6) 음식물과 수면의 절제 등을 들고 있다. 물론 이것들은 베네딕트의 수도원에서 일상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것들이지만, 그는 사순절에는 정해진 의무에 좀 더 추가하여 실천하고 이에 전념할 것을 가르친다. 하지만 수도자들은 이러한 훈련들을 의무감에서 억지로 하기보다는 “성령의 기쁨”을 가지고 자신의 의지로 자신을 하나님께 드려야 한다. 또한, 과도한 ‘고행’을 통해 자신을 남에게 드러내고자 하는 허영심을 경계하기 위해, 이 훈련들은 수도원장의 영적 지도 아래 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와 같은 베네딕트의 ‘규칙’은 수도원에 사는 수도자들뿐만 아니라, 세상 속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이정표를 제시해 준다. 사순절 기간 동안 마음을 새롭게 하고 영성 훈련을 평소보다 한두 가지 더 추가하여 성실하게 실천한다면, 다가올 부활절이 감격이 없는 ‘연례 행사’가 아니라 기쁨과 소망이 생생한 잔칫날이 되지 않을까? 올해의 사순절이 이미 사분의 일정도가 지났지만 아직 한 달이나 남아 있다. 이미 사순절을 특별하게 보내고 있는 이들은 다시 마음을 새롭게 할 때이고, 아직 사순절을 평소와 같이 평범하게 보내고 있는 이들은 지금이라도 분별력 있는 영적 지도자(또는 형제, 자매)와 상의하여 적절한 훈련을 시작할 때이다.  / 권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