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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생활/수필 한 조각

광한루에서: 춘향의 정절을 생각하며

남원에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숙소로 잡은 호텔 앞이 광한루입니다. 춘향이와 이몽룡이 살아있는 듯 합니다. 첫사랑의 시샘인지는 몰라도 그들은 반대와 이별 그리고 시련을 경험합니다. 님 그리며 매일 이 정원을 거닐었을 춘향이와 함께 걸어봅니다. 춘향이에게 사랑을 지켜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보이지 않고 약속은 희미해지는 님을 그리며 정절을 지켜간다는 것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문득 날마다 기도의 시간에 목마르고 보이지 않은 약속에 흔들리며 세상의 요구와 흐름에 허우적대면서도 주를 향한 정절을 지키고 싶은 저와 많은 성도들의 모습이 겹쳐져 떠올랐습니다. 

목에 큰 칼을 찬 채 님을 기다리는 춘향은 아마 처음에는 이도령이 장원급제해서 돌아올 것을 기대하는 소망으로 살았을 겁니다. 그러나 변사또의 회유가 가속되고 삶의 무게가 무거워지며 이몽룡마저 실패자인것이 확인됩니다. 춘향이가 마지막까지 정절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정절을 지켜서 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약속을 지키며 죽으려는 마음 때문아니었을까요?

이번주간 묵상했던 계시록2장의 서머나 교회에게 주시는 권면이 떠오릅니다.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하나님께 충성해서 잘 살고 충성해서 부자되고 충성해서 성공하려고 하지말고 충성해서 죽으라는 주님의 음성으로 들립니다. 춘향이처럼 믿음의 정절을 지키고 사는 삶은 죽음을 각오하고 죽음 안으로 들어가는 삶이 분명합니다. 로마처럼 거대한 경쟁과 분열의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은 하나님께 정절을 통해 경쟁의 우위에 서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하나님께 정절을 지키느라 세상에서 죽어도 좋다. 죽겠다라는 마음임에 분명합니다./ 유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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