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마음이야 하나님을 닮아 곱고 청명하고 아름다운 것을. 사실, 내 마음이라 불릴만한 것도 따로 없지. 내 마음 내 님과 하나니까, 내 마음 찾으러 들어가면 반드시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 찾아질 것 아닌가. 하나님 아버지께서 사랑하시고 기뻐하셨던 아들의 참 마음이 찾아 질 것 아닌가. 그것이 진짜니까.
근데, 이것은 뭔가. 종일토록 정신 나간 아낙네 머리 풀어 헤친 것처럼 사방팔방 뛰어 다니면서 발에 닿는 것은 다 뻥뻥 차고 다니는 이것은. 채인 사람은 이유 몰라 섭하다 눈물 찔금 짜고. 눈물 방물 맺혀 서럽게 바라보는 까만 눈동자 들여다보면, 내가 제 정신인가, 내가 사람 맞나 싶은데. 이것이 도체 뭐란 말인가. 아! 이거 가짜 아닌가! 가짜 맞구먼. 어째서 가짜가 진짜 노릇하고 있고. 또 어째서 가짜가 태연하게 진짜 노릇하고 다니게 그냥 두는 건가.
그래서 성인도 그렇게 기도하셨는가. 성인에게도 기도가 필요하셨는가. 진짜가 진짜 자리에 있고 가짜가 진짜 노릇 못 하게 깨어 있어야 하는 그 절실함을 알고 기도로 청하는 것이 바로 성인이구나. 그럼 이제 마음을 다 잡고, 성인을 따라 기도 한 자락 올려 보자.
사랑하옵는 주여,
제가 너그러워질 수 있도록
가르쳐 주소서.
당신을 섬기되,
마땅히 받으실 만큼 섬기도록
가르쳐 주소서.
주되, 그 대가를 셈하지 아니하고,
싸우되, 상처받음을 마음에 두지 않으며,
땀흘려 일하되, 휴식을 찾지 않게 하소서.
힘써 일하되,
당신의 뜻을 행하고 있음을 아는 보수 외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도록
가르쳐 주소서.
- 로욜라 성 이냐시오 기도. 한국예수회,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자서전》 이냐시오영성연구소, 35.
/ 주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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