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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생활/수필 한 조각

죽을 생각을 하고 살면 - 스데반의 순교 축일에

스데반이 부르짖어 이르되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하고 무릎을 꿇고 크게 불러 이르되 주여 이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이 말을 하고 자니라. 

 

(사도행전 7:59-60)


 12월 26일,  초대 교회의 집사였던 스데반의 순교를 기리는 날이다.  성탄절 다음 날인 12월 26일이 초대 교회의 첫 순교자 스데반 집사의 축일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기 예수 탄생의 기쁨이 가시지 않은 조용한 아침, 생명의 탄생과 더불어 순교자의 죽음을 묵상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듯 하지만 어찌 보면 그리스도 안에서 삶과 죽음은 똑같이 하늘의 영광을 가리킨다. 바로 전장에서 사도들을, 그리고 가난한 자들을 돕기 위해 초대교회의 집사로 임명된 스데반은 뜻밖에도 사도들처럼 기사와 표적을 행하다가, 대제사장 앞에서 당당히 복음을 전하다가 순교를 당한다. 예수님처럼 그는 사람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그리고 하나님께 자기 영혼을 맡긴다. 사람들로부터 돌에 맞아 죽었지만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하늘의 영광을 추구한다. 


몇 주 동안 아팠다. 아프면서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가장 아쉬운가 생각하다가 참느라, 기다리느라, 다하지 못한 설교가 가장 마음에 걸린다. 혹시라도 상처 입을까봐, 지금은 때가 아니라서, 천천히, 느리게 가기 위해서 아끼고 아껴왔던 말씀들…….


결국은 살 생각을 하기 때문에 할 말을 다하지 못한다. 살 생각을 하기 때문에 미운 채로, 화해하지 못한 채로, 용서를 빌지 못한 채로 그렇게 살아간다. 하루를, 또 한 해를 그렇게 넘긴다. 차라리 죽을 생각하고 살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미워해야 할 시간이 없다. 그리고 꼭 말하고 싶은 말들, 편히 말할 수 있다. 설교자는 살 생각 말고 죽을 생각하며 말해야 한다. / 소리벼리 정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