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궁핍한 이들을 보살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줄 때에, 우리가 주는 것은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정당하게 속한 것이다.
- 그레고리우스 1세(Gregorius I: 540-604), 《목회 규칙(Regula Pastoralis)》, III. 21.
언젠가 사석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어느 분이 "부자들의 것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는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부자들의 것을 빼앗아" 가난 한 이들에게 준다는 표현이었다.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많이 걷어서 가난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는 것은 정말 "부자들의 소유를 빼앗는" 것일까?
수도자 출신으로서 교황으로 지명된 첫 번째 인물이었던 그레고리우스 대제는 그런 생각과는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 그에 의하면 땅이 내는 소산물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것이다. 하나님께서 햇빛과 비를 주셔서 땅에서 자라게 하신 곡식들은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나눠 먹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소유가 넉넉한 이들이 궁핍한 사람들의 필요를 공급하는 것은 '자신들의 것을 나눠 주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가난한 이들에게 속한 것을 돌려 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자선을 행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정의의 빚을 갚는 것"이다. 또한 마땅히 주어야 할 것을 주는 것이므로, '주는 사람'은 자신이 '받는 사람'보다 더 훌륭한 존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런 의미에서 소수의 사람이 공공의 것인 부를 독점하는 것은 다른 이들의 소유를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그레고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고 있는데, 부자들이 먹을 것을 창고에 쌓아두고 필요한 이들에게 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자신의 이웃들을 날마다 학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아로 학살당하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가난으로 학대당하고 있는가? / 권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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