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힘 잃어가는 해를 산등성이가 겨우 떠받치고 있을 무렵
뻗은 자신의 몸으로 그늘을 잔뜩 걸치고 있는 나무.
볕은 제법 따갑고 풀들은 성급한 봄단장을 했지만
아직 겨울옷을 입은 채 서 있는 나무는 고독하다.
얕게 뿌리를 내린 것들은 작은 바람에도 안달하며 들떠 있지만
깊은 나무는 자기 때를 알고 가만히 서있다.
지난 해 가뭄이 극심했을 무렵 지금 짙푸른 풀들은 흔적조차 없었다.
하지만 나무는 푸른 잎을 피우고 지친 걸음을 내딛던 이들에게 그늘을 주었다.
오래된 오늘 임 택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