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사막 교부)
임종이 가까이 왔을 때 압바 아가돈은 삼일 동안이나 계속 눈을 뜬 채 누워 있었다. 제자들이 그의 몸을 흔들며 물었다, "압바 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그가 말했다, "나는 지금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 있다네." 그들이 물었다, "두려우신가요?" 그가 말했다, "나는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며 살고자 최선을 다해왔지. 하지만 나는 인간일 뿐. 내 행한 일을 과연 하나님께서 기뻐하실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겠나?" 제자들이 물었다, "경건하게 살아오신 삶에 대해 확신이 없으신가요?" 압바가 말했다, "하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겠나. 하나님의 심판/판단과 사람들의 심판/판단은 다르기 때문이지." 그들이 계속 더 말씀해주길 청하자, 그가 말했다, "청컨대, 내게 말을 시키지 말아주게나...
이성과 신앙의 결합 (존 웨슬리)
열광과 편견이 이성(理性)의 이라는 이름으로 행세하면서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성과 신앙을 결합시킴으로서, 이러한 시류에 최선을 다해서 대항하는 것이다.존 웨슬리 (John Wesley: 1703-91), “조셉 벤슨(Joseph Benson)에게 보낸 편지,” 1770. 지금 우리 앞에는 지난 두 세기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일이 큰 숙제처럼 놓여 있다. 지난 두 세기는 흔히 “이성의 시대”라고 불린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이 시대는 인간의 광기, 편견, 충동, 탐욕 등이 그 어느 때보다 적나라하게 분출된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와중에서 인류는 이전엔 생각할 수조차 없었던 규모의 폭력, 학살, 전쟁들을 겪었고, 분열, 차별, 억압 속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런 일들을 떠올리고..
긍휼의 영성에 눈뜨다 (존 울먼)
이번 여행에서 두 가지가 내 마음에 각인되었다. 첫째, 노예들의 고된 노동의 댓가로 편안함을 누리며 사는 사람들의 집에서 기거하고, 먹고, 마실 때마다 내 마음에 불편함이 계속해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 둘째는, 노예를 수입하고 거래하는 무역이 성행하고, 그에 따라 상응하는 노동없이 여유있게 사는 백인들과 그의 자녀들에 대해 나의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는 것이다. …… 이 내적 고민은 한두 번이 아닌, 내 마음에 고정된 문제가 되었다. - 존 울먼(John Woolman: c. 1720-1772), 《Journal of John Woolman》, chapter 2. 신실한 기독교인이라 자부하며 신앙 생활을 하던 학창 시절, 사회불안을 조장하고, 폭력을 일삼는 노동자들과 대학생들에 대해 나는 신앙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