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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사랑 (아빌라의 테레사) 아직도 누에[자기 자신]는 살아 있는 게 아닙니까? 마치 요나의 칡넝쿨을 갉아먹던 벌레와 같이 우리의 자애심, 자존심, 그리고 하찮은 일을 가지고 남을 판단한다든지, 이웃을 우리 자신처럼 아낄 줄 모르는 사랑의 결핍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덕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기껏 한다는 노릇이 죄짓지 않으려는 것뿐이라면, 하나님의 뜻을 완전히 받아들이기에 필요한 그 마음가짐에는 너무나 먼 것입니다. …… 사랑이란 결코 한가로울 수 없는 것, 한가로운 사랑은 벌써 잘못되었다는 표인 것입니다. - 아빌라의 테레사(Teresa of Avila: c. 1515-1582), 《영혼의 성(The Interior Castle)》, 5궁방, 3장. 6절., 4장,10절. 아빌라의 테레사는 영적 여..
침묵 기도, 일상 중에 녹여 내기 (3) : 삶을 하나로 묶기 이 글은 높은뜻 정의교회 '기도학교'에서 강의한 내용입니다. 침묵기도를 일상 속에 뿌리내리는 데에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며 세 번에 걸쳐서 게재합니다. (1) 기도와 항해, (2) 매일의 기도, (3) 삶을 하나로 묶기 / 주선영 침묵 기도, 일상 중에 녹여 내기(3) 삶을 하나로 묶기 앞선 글에서는 매일의 기도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해서 말씀 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기도를 통해 삶을 하나로 묶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삶을 하나로 묶기 헨리 나우웬은 현대 신앙의 위기는 신앙 체험이 없는 것이 아니라, 체험이 피상적이고 연속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삶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속되며 깊은 차원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경험하려면, 침묵 기도로 형성된 내적인..
침묵 기도, 일상 중에 녹여 내기 (2) : 매일의 기도 이 글은 높은뜻 정의교회 '기도학교'에서 강의한 내용입니다. 침묵기도를 일상 속에 뿌리내리는 데에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며 세 번에 걸쳐서 게재합니다. (1) 기도와 항해, (2) 매일의 기도, (3) 삶을 하나로 묶기/ 주선영 침묵 기도, 일상 중에 녹여 내기(2) 매일의 기도 앞선 글에서는 우리의 삶은 배가 항구를 떠나 하나님이라는 목적지로 향하는 항해와 같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 눈을 뜨자 마자 이부자리에 앉아서 5-10분 정도 이렇게 자기 삶의 방향, 즉 목적지에 맞게 배의 항로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시기를 권해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매일의 기도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 언제 : 삶의 리듬과 갈망 매일 아침, '배의 항로'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면서..
침묵 기도, 일상 중에 녹여 내기 (1) : 기도와 항해 이 글은 높은뜻 정의교회 '기도학교'에서 강의한 내용입니다. 침묵기도를 일상 속에 뿌리내리는 데에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며 세 번에 걸쳐서 게재합니다. (1) 기도와 항해, (2) 매일의 기도, (3) 삶을 하나로 묶기/ 주선영 침묵 기도, 일상 중에 녹여 내기(1) 기도와 항해 삶, 항해 우리 삶은 한 척의 배가 이쪽 항구에서 떠나 저쪽 항구로 항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배는 목적지가 있습니다. 도착해서 닻을 내려야할 항구가 있고, 그 항구를 향해 방향을 조정하면서 망망대해를 가로지릅니다. 우리 인생, 삶이라는 이 배의 목적지는 어디일까요? 목적지, 하나님 성 아우구스티누스(Saint Augustinus)는 “당신은 우리를 당신을 향해서 살도록 창조하셨으므로 우리 마음이 당신 안에서 쉴 때까지는 편안하..
기도 중에 만나는 도움 (N.T. 라이트) 우리 현대인들은 무엇이든 자기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심지어 기도할 때에도, 잘 쓰여진 기도문으로 기도하기를 주저한다.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기도문을 가지고 하는 기도는 “진실한” 기도라고 보기 어렵고, 기도자의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기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이는 낭만주의 운동과 실증주의의 지속적인 영향이 우리의 내면 세계를 위축시킨 탓이다. — [개인의 내면적 주관적 감정만을 믿을 만한 것으로 여기려는] 낭만주의 운동과 [실험을 통해 입증 가능한 것만을 진리로 받아들이려는] 실증주의의 성향은 서로 합세하여, 우리의 마음(감성)에서 임의적이고, 자발적이고, 즉흥적으로 나오는 것만을 진실된 것으로 여기려는 관념을 만들어 냈다.- N. T. Wright (1948- ..
너희는 이미 소금이다 (디트리히 본회퍼) 예수는 "너희는 소금이다"라고 말했지,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세상의 소금이 되라고 호소하지도 않았다. 원하든 거부하든, 자신들에게 주어진 부름의 힘 안에서 제자들은 소금이다. -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 지음, 이신건 옮김, 《나를 따르라(Nachfolge)》, (서울: 신앙과 지성사), 121. 대인 관계에 있어서 많은 오해는 대상의 말을 '경청'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는 것/ Contemplative Listening)하지 않음에 있다. 잘 듣지 않고 자기 편의로 해석해서 짐작하고 판단한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을 때도 우리는 '경독' (공경하는 마음으로 읽는 것/Contemplative Rea..
하나님께 전달되는 목소리 (닛사의 그레고리) 만약 지도자가 하나님과 대화 할 수 없는 자라면 백성들은 하나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에만 관심을 두지 하나님을 볼 수 있는 은밀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용기를 내도록 권유하는 동시에, 하나님을 향해 울부짖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께 전달되는 목소리는 단순한 외침이 아니라 순수한 양심에서 우러나오는 묵상을 통해서 나온다. -닛사의 그레고리우스 (St. Gregorius Nyssenus, 335-395), 고진옥 옮김, 《모세의 생애》, (은성출판사, 2003), 111. 설교를 위해 강단에 올라가기 전 습관마다 행하는 일이 있다. 거울을 바라보는 것이다. 넥타이는 잘 매어져 있는지, 머리는 잘..
광한루에서: 춘향의 정절을 생각하며 남원에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숙소로 잡은 호텔 앞이 광한루입니다. 춘향이와 이몽룡이 살아있는 듯 합니다. 첫사랑의 시샘인지는 몰라도 그들은 반대와 이별 그리고 시련을 경험합니다. 님 그리며 매일 이 정원을 거닐었을 춘향이와 함께 걸어봅니다. 춘향이에게 사랑을 지켜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보이지 않고 약속은 희미해지는 님을 그리며 정절을 지켜간다는 것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문득 날마다 기도의 시간에 목마르고 보이지 않은 약속에 흔들리며 세상의 요구와 흐름에 허우적대면서도 주를 향한 정절을 지키고 싶은 저와 많은 성도들의 모습이 겹쳐져 떠올랐습니다. 목에 큰 칼을 찬 채 님을 기다리는 춘향은 아마 처음에는 이도령이 장원급제해서 돌아올 것을 기대하는 소망으로 살았을 겁니다. 그러나 변사또의 회유가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