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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시의 프란치스코(Francis of Ass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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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과 식별 소명과 식별 필자가 영성지도를 하다가 만난 신학생 가운데에는, 목사인 아버지의 뜻을 따라서 신학교에 들어온 경우가 있었는데,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 학생은 소명이 없이 신학교를 다니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또 어떤 신학생은 번듯한 직장 생활을 갑자기 그만 두고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았다고 확신에 차서 신학교에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 그런 신학생 가운데 어떤 사람은 마침내 선교사가 되어 사역을 활발하게 잘 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중도에 포기하고 다시 사회생활로 돌아간 사람도 있다. 소명은 개인의 일생에 큰 영향을 주기에, 소명을 잘 식별하는 일이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식별을 잘 안내해주는 커리큘럼을 한국 교회 안에서 찾기 힘든 실정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소명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소명 식별..
영적 분별이란 무엇인가 : 개념과 유형들 우리의 삶은 분별과 선택의 연속이다. 그리고 성경은 분별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태초에 아담과 하와는 뱀의 유혹을 받고서 자신들의 잘못된 욕망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여, 금지된 열매를 따먹는 치명적인 선택을 했다. 그러나 수천 년 후 예수는 사탄의 유혹과 고난에 대한 두려움에 직면했지만, 정확한 분별과 자기희생적 선택을 통해, 첫 남자와 여자의 실패로 죽음의 어둠 속에 빠진 인류에게 구원의 빛이 되었다. 그래서 분별과 선택은 성경과 기독교 역사에서 때로는 명시적으로, 때로는 암시적으로 매우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져 왔다. 영적 분별 또는 식별(spiritual discernment)은 폭넓게 정의하면 개인이나 공동체가 자신(들)이 체험한 어떤 영적 경험이나 현상, 또는 내면의 생각과 정서가..
거룩한 상처 사순절, 주님의 성흔을 묵상하는 때입니다. 성흔(stigmata)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손과 발, 그리고 옆구리에 난 상처를 말하지요. 예로부터 주님을 깊이 사랑하고 따르기 원하는 사람들은 그 성흔을 묵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예수의 상처까지도 닮기 원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사도 바울은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stigmata)을 지니고 있노라”(갈6:17)고 말했고, 예수를 닮기를 추구했던 성 프란체스코(Fransis of Assisi: 1181-1226)는 세상을 떠나기 두 해 전에 베르나 산에서 금식하며 기도하는 중에 몸에 오상(五傷)을 얻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들이 실제로 육체에 성흔을 지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 두 성인들은 그리스도를 사랑하여, 고난에 이..
10. 자연의 모든 생명을 형제자매로 부르다 자연의 모든 생명을 형제자매로 부르다프란체스코의 〈태양의 노래〉 숲, 힐링, 그리고 생명 몇 해 전부터 한국 사회는 웰빙(well being)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힐링’(healing)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책, 먹거리, 여행, 방송 프로그램 등 ‘힐링’ 아닌 것들이 없을 정도다. 웰빙 시대가 유기농 식품이나 슬로프드(Slow food) 등 먹거리가 이끈 시대라면, 힐링 시대는 숲이 이끄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전에는 이름도 몰랐을 동네 뒷산에 올레길, 둘레길, 비렁길 등의 멋진 이름을 붙이는 것도 숲의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22일자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에는 숲 속을 걷는 것이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기사가 실렸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도시생활이 사람의 정..
죽음의 산을 부활의 터널로 (김금남) 제가 살고 있는 이 한국 땅의 광주에서 서울까지 고속버스로 직행하려면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사이에 있는 장성 갈재 때문에 그 태산을 넘을 길이 없어서 그 태산 속에 터널을 뚫어서 고속도로를 연결했음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광주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을 갈 때 터널이 뚫려있는 길을 신기하게만 생각했습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다 산 앞에 서면 산 너머가 보이지 않으므로 가 볼 수 없었던 것을 터널을 뚫[음으로써] 가서 보고 알 수 있듯이 주님께서 십자가에 죽고 부활하시므로 내세가 저희들 눈에 보였던 것입니다. …… 이제는 광주에서 서울을 간 사람이 태산이 있어도 아무 의심 없이 가는 것처럼 주님이 부활하시고 천상으로 올라가신 다음에[는] 사람이 금세에서 내세를 가는 길[에] 죽음이라는 태산이 있어도 아무 ..
바람 형제로 찬양 받으소서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바람 형제와 공기, 흐리거나 청명한, 모든 종류의 날씨로 인하여 나의 주님, 찬양 받으소서. 그들로 인하여 당신의 피조물들이 그 생명력을 유지합니다. - 아씨시의 프란치스코(Francis of Assisi, 1182-1226), "태양의 찬가" (The Canticle of the Sun) 중에서 '도시 문명'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의 메시지는 성경 전체를 꿰뚫고 있는 일관된 신학적 사상 중에 하나이다. 동생 아벨을 죽인 에서는 부모를 떠나 에돔이란 민족의 아비가 되고, 에돔인들은 철을 다루는 전문가들로서, 도시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였다. (영화 "노아"는 이 대목을 영상화하는데 탁월한 면을 보여준다) 인간 탐욕의 상징물이 되었던 바벨탑도 타락학 욕망들이 도시라는 공간을 통해 정당화하고 확장..
수치와 책망을 겸손히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다른 사람이 해 주는 충고와 책망과 꾸지람을 마치 자기가 자신에게 하는 것 같은 인내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종은 복됩니다…. 변명하는 데 빠르지 않고 본인이 범하지 않은 죄에 대해서도 수치와 책망을 겸손되이 참아 견디는 종은 복됩니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Francis of Assisi), 《성 프란치스꼬와 성녀 글라라의 글》(분도출판사, 2004), 영적 권고 23.얼마 전에 지인에게 충고 한마디를 들었다. 아니, 충고라고 하기엔 동정과 호의가 가득한 조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날 하루 종일 마음이 평화롭지 못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당신이 뭔데', '뭘 안다고' 같은 단어들이 내 안에서 하루 종일 춤을 추었다. 형제 자매들에게 듣는 책망과 충고들은 신앙과 인격을 성숙시키는 좋은 거..
4. 제자공동체로서의 교회 제자공동체로서의 교회: 디트리히 본회퍼의 《신도의 공동생활》과 누르시아의 베네딕트의 《규칙서》 교회는 본질적으로 공동체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기독교인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2천년의 역사를 넘어서 지금까지 교회가 존속할 수 있었던 원인들 중 하나는 교회가 공동체성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교회는 교회가 공동체인가라는 질문 앞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를 새롭게 하려는 목회자들의 고민은 어떻게 해야 교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성경적 공동체에는 어떤 특징들이 있는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복음 전파와 동시에 가장 먼저 하신 일은 열두 명의 제자공동체를 세운 일이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믿음 위에서 열두 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