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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겸손과 새로움 (아빌라의 테레사)

우리가 주께 바라는 모든 것을 당연히 들어주시는 것은 이 겸손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겸손을 지니고 있는가를 대뜸 알아보는 방법은, 자신들이 주님의 그러한 은혜, 그러한 맛을 마땅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죽는 날까지 그런 은혜를 받을 만한 사람이 못 된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 아빌라의 테레사(Teresa of Avila:  c. 1515-1582), 《영혼의 성(The Interior Castle), 4궁방, 2장. 9절.


Teresa of Ávila by Peter Paul Rubens

2014년의 새로움이 각 사람에게 허락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시간 안에서 각 사람은 새 일을 준비하고 계획합니다. 그리고 소망과 염원을 담아 바라는 것을, 스스로를 향해서는 다짐하고 하나님께는 간구합니다.

이 소망과 간구는 소중하지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겸손이라는 덕목이지요. 아빌라의 테레사는 우리가 주께 바라는 모든 것을 하나님이 들어주시는 것은 겸손 때문이라고 알려줍니다. 우리는 때론 지금까지의 자신의 경험과 그것들을 이룬 능력들을 기본 전제로 삼고, 그 다음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지난 해의 작고 소소한 것에서부터 위대한 성취까지. 그것을 새해의 출발점이자 바탕으로 당연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것을 기대하지요.

그러나 겸손함이란 주님의 은혜를, 그리고 지금까지(지난 해까지, 어제까지, 조금 전까지) 누린 맛들을 실상 죽는 날까지 받을 만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고백에 담겨있습니다. 새해는 지난 해의 성취를 바탕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나의 존재가 시작된 신비를 기억하며, 그리고 그 시작을 열어주신 하나님과 열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겸손이 올 한해 예상치 못한 하나님의 신비를 발견하는 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작은소리찾기 박세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