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웨슬리의 《그리스도인의 완전》

  • 비밀댓글입니다

    2013.01.31 11:04
  • 교보문고 중고장터에 한 권 나와 있기는 한데, 역자와 출판사가 다른 책이네요.

    http://used.kyobobook.co.kr/product/viewBookDetail.ink?cmdtBrcd=7216616206771&orderClick=LKA&Kc=

    이후정 교수님의 번역으로 읽으시려면 (1) 인터넷 중고서점들을 뒤져보시거나, (2) 가까운 대학도서관, 공공도서관 중에서 이책을 소장하고 있는 곳을 찾아서 빌려 읽으시거나 아니면 (3) 감신대학교 출판부에 전화를 걸어 문의해 보시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큰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합니다 ^^;;

    BlogIcon 바람연필 2013.02.01 11:34 신고
2013년 1월의 추천고전



 웨슬리  《그리스도인의 완전》

이후정 옮김서울감리교신학대학교출판부, 144 .

 


1726년에 …내 마음, 즉 내 온 마음을 하나님께 드리지 않는다면, 비록 내가 인생 전체를 그분께 드린다고 해도 내게 아무런 유익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의도의 단순성(simplicity of intention)과 정감의 순수성(purity of affection),” 즉 우리의 모든 말과 행동을 모두 아우르는 하나의 의도와, 우리의 모든 감정을 지배하는 하나의 열망은 영혼의 두 날개이며, 이들 없이 우리는 절대로 하나님께로 날아오를 수 없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3, p.8).

 

성탄과 주현절이 있는 이 절기는 우리에게 오신 주님과 더불어 새로이 영적 여정을 시작하기에 좋은 절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절기에, 한 평생을 그리스도인의 완전을 향한 열망으로 살았던 존 웨슬리(John Wesley, 1703-1791)의 글을 소개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일 것 같습니다. 그분의 글을 통해 신앙 생활의 갱신과 진보를 갈망하시는 분들이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책을 쓰게 된 이유


이 책의 원 제목은 A Plain Account of Christian Perfection (그리스도인의 완전에 관한 평이한 해설)입니다. 이 책은 웨슬리에 의해서 1767경에 초판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웨슬리는 그 당시까지의 자신의 영적 여정과 초기 감리교의 성장에 맞추어, 그가 그리스도인의 완전에 관한 교리를 받아들이게 되기까지 …… 여러 해에 걸쳐 인도되어 온 단계들을 평이하고 분명하게 설명하고있으며, 그가 "한 시기 한 시기에 무엇을 생각했으며 또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 사실 그대로 적나라하게 선포하고 있습니다 (§ 1, p.7).

 

웨슬리는 1730년 중반부터 영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며많은 사람들의 신앙에 새로운 활력을 주었던, 감리교 운동의 대표적 지도자였습니다. 이 운동은 시작부터 일관되게 성화와 완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운동의 파급력이 커져가는면서 웨슬리의 완전 사상에 대해 비판하거나 비난하고 또 그 사상을 오해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논란들을 거치면서 웨슬리는 완전 사상이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성장을 위해 반드시 강조되어야할 가르침이라는 점을 더더욱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760년대 중반에 이르러, 감리교 운동을 시작한 이래 20년 넘게 수많은 사람들과의 논쟁의 논쟁을 거치면서 가다듬어온 자신의 완전 교리를 책으로 출판하였습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하여 자신이 주장하는 그리스도인의 완전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왜 성서적 기독교 신앙의 핵심인지를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동료 감리교인들을 위해서 간결하지만 신중한 필치로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설명하였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완전은 모든 신자들의 삶의 목표

 

웨슬리가 말하는 완전이 무엇인지를 간략한 몇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면 다음과 같은 웨슬리 자신의 요약이 최선일 것 같습니다.

 

완전은 삶 전체를 하나님게 바치는 의도의 순수성이다. 그것은 온 마음을 다 하나님께 바치는 것으로, 한 소원과 한 의도만이 우리의 기질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영혼과 육체와 재산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하나님께 바치는 것이다. 또 다른 견지에서 보면, 그것은 그리스도 안에 있던 마음 전체로서,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행하신 대로 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온갖 더러움, 모든 내적 외적 불결함에서 깨끗해지는 마음의 할례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온전한 형상, 그것을 창조하신 분을 완전히 닮는 형상으로 마음이 새롭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견지에서 보면, 그것은 온 마음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우리 자신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다. (§27, p.135).

 

웨슬리는 그리스도인의 완전을 향한 성화의 실천과 이의 전파를, 기독교 신앙생활의 요체요 하나님께서 웨슬리와 감리교인들에게 맡기신 지상至上 과제” (Grand Depositum)이라고 선언하였습니다. 그의 완전 사상은 기독교 영성 전통에서 줄곧 궁극적인 가치로 높이는 하나님과의 연합의 비전을 담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영혼에게 제안할 행복도 하나뿐입니다. 그것은 그 영혼을 지으신 분과 연합하는 것이요, ‘성부와 성자로 더불어 사귐이 있는 것이며, ‘주와 합하여 한 영이 되는것입니다. 여러분이 끝까지 추구할 목표는 오직 한 가지, 즉 시간과 영원에 있어서 하나님을 기뻐하는 그것입니다. 다른 것들은 이 일로 향하는 한에서 갈망하십시오 (§6, p.10).

 

웨슬리가 제시하는 완전/연합은 자기을 비움을 통해 하나님으로 충만하게 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을 때마다 다음과 같이 기도해야 한다고 가르쳐줍니다.

 

주여, 당신께서 주신 것을 당신께 돌려드리기 위해 제가 왔습니다. 저는 그것을 아낌없이 포기하고 나 자신의 무(nothingness)로 돌아갑니다. 마치 공허하고 어두운 공기가 태양의 빛으로 충만해질 수 있듯이, 당신에 의하여 그리고 당신으로 충만해질 수 있는 공허함 외에 무엇이 천지간에 당신 앞에 가장 완전한 피조물이겠습니까? …… , 이와 같이 당신의 은혜와 선행을 받아들일 수도 있고 되돌려드릴 수도 있는 기능을 저에게도 주십시오! (§25, p. 130-31)

 

이 기도문이 담고 있는 중요한 한 가지 통찰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부어주시는 은혜 (imputation)와 우리의 응답의 순환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 안으로 다가가게 된다(impartation)는 점입니다. 인간의 선행(善行)은 바로 은혜에 대한 이러한 응답입니다. 이는 무엇보다도, 구원에 있어서 선행보다 은혜의 역할을 극히 중시하는 개신교 전통의 사람들에게 큰 시사점이 있습니다. 웨슬리는 오직 믿음으로혹은 오직 은혜로만을 지나치게 문자적으로 고집하는 사람들(유신론자唯神論者, Solifidians)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마치 강물이 모두 바다 속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의인들의 몸과 영혼과 선행도 하나님께로 돌아가서 거기서 그의 영원한 안식 속에 살게 됩니다” (§25, p.121).

 

선행은 이를테면 그 자체가 하나님 안에 잃어지기 전에는 마지막 완전에 이르지 못한다. 이것은 선행에게는 일종의 죽음으로서, 우리의 육체의 죽음과 흡사하다. 즉 육체는 자신에게 충만해질 우리의 영혼, 혹은 하나님의 영광 속에 자신을 잃기 전까지는 그 최고의 생명 즉 불멸의 생명을 획득할 수 없는 것이다. 선행이 이 영적 죽음으로 잃는 것은 그 선행에 들어 있던 지상적인 필멸의 요소뿐이다 (§25, p.130).

 


그리스도인의 완전은 온전한 사랑의 실천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웨슬리는 성화와 완전을 일차적으로 교리로 보다는 기독교적 삶의 주제로보았던 것입니다 (“머릿말,” p.3). 그래서 웨슬리는 그리스도의 완전을 한마디로 말해야 한다면, “완전한 사랑, 순결한 사랑, 거룩한 사랑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았습니다. 최선을 다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야 말로 기독교적 삶의 전체이기 때문입니다.

 

웨슬리는 이 완전하고 거룩한 사랑의 중요성을 우리가 인정한다고 해도 이것을 이 세상의 삶에서 어떻게 하면 성취할 수 있느냐는 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점을 신중하게 검토합니다. 그는 하나님이 사랑의 원천이시며, 인간의 사랑은 그에 대한 응답이라는 점, 그리고 올바른 응답을 위해서는 성령의 인도를 따라야 한다는 원칙을 전제하고, 각자의 삶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이러한 것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신중하게 실천적, 경험적, 윤리적 차원을 포괄하여 아주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성도의 인격과 성품, 기질과 이의 변화 등에 관한 실천적 제안과 충고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웨슬리는 이러한 것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문답의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이러한 가르침들이 감리교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각종 모임들 (신도회, 속회, 밴드, 연회 등)에서 신자들의 영적 지도를 위해 사용되었던 정황과 관련이 깊습니다. 이런 문답들을 살펴보면 오늘날 우리의 영성 생활에도 도움이 될만한 제안들이 많다는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현대인에게 가지는 의미: 이성과 경험의 시대에 완전의 삶을 검증함

 

웨슬리가 살았던 18 세기 영국은 오늘날 한국의 상황과 통하는 면이 많습니다. 당시 영국은 산업 혁명 이후 산업화로 인해 사회구조가 급변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문화 사상적으로도 과학적 사고와 이성적 추론, 경험과 실증 등을 통해 전통적 가치들을 재평가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한국 개신교인들의 신앙 실천 전통들 중에는 18세기 영국의 신앙운동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습니다. 이런 점들 때문인지, 웨슬리의 글을 읽다보면, 마치 그가 오늘날 우리의 신앙 행태를 보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우리 현실에 와닿은 웨슬리의 제안 한가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웨슬리가 당시의 열광주의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합니다.

 

저 교만의 딸, 열광주의를 경계하라. , 그것을 극도로 멀리하라. 과열된 상상을 결코 용납하지 말라. 아무 일이나 하나님께로 말미암은 것으로 속단하지 말라. , 음성, 인상, 환상, 계시 등을 쉽사리 하나님께로부터 온 것으로 상정하지 말라. 그런 것들은 하나님께로부터 올 수도 있고, 본성으로부터 올 수도 있으며, 마귀에게서 올 수도 있다. 그러므로 영들을 다 믿지말고 그 영들이 하나님께 속한 것인지 시험해 보라.’ 모든 것은 기록된 말씀으로 시험해 보고 모두 그 말씀 앞에 굴복하게 하라. 당신이 만일 조금이라도 성경에서 떠난다면, 실로 혹은 어느 본문에 관해 그 문맥에 비추어 문자 그대로의 명백한 뜻에서 떠난다면, 당신은 언제나 열광주의에 빠질 위험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성(理性)이나 지식 또는 학문을 멸시하거나 경홀이 여겨도 마찬기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것들은 모두 하나님의 탁원한 선물로서 가장 고귀한 목적을 이루는 도구가 될 수 있다. (§25, p.110).

 

웨슬리는 여기서 하나님 체험을 추구함에 있어서 주관적 느낌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태도의 위험성에 대해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경험은 우리가 하나님을 알게하는 중요한 하나의 수단(means)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이 옳바로 하나님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웨슬리가 지적하듯이 우리의 감각과 욕망과 감정이 자기 부정을 통한 정화purification를 거쳐야 합니다. 또한 자기 경험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것에 성서는 언제나 중요한 표준이 될 것입니다. (여기서, 웨슬리가 문자 그대로읽어야 한다는 것은 문자주의적 해석이나 축자영감설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는 성경의 어느 부분을 해석할 때에는 반드시 그 부분이 속한 성경의 넓은 문맥과, 역사적 정황을 감안해서, 신학적 성과와 교회의 전통의 토대 위에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완전 성화의 삶에 중요한 여러 주제들을 웨슬리는 소상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교만, 율법무용론(율법주의), 유신론(唯信論, Solifidianism), 분열 (이들은 경계의 대상들이다), 그리고 의도의 순수성, 환대, 복종과 자기포기, 경청, 인내, 끊임 없는 기도, 실천, 깨어있음, 선행 (이상은 수련의 덕목들이다)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5, pp. 86-121).

 


신앙 생활의 새로운 활력

 

우리의 신앙 생활에서 새롭운  활력을 얻는 일은 우리의 신앙의 궁극적 모습이 무엇이지를 확인하고, 그것이 얼마나 좋고 기쁘고 위대한 것인지를 깨닫는 데서 시작될 것입니다. 이런 자각은 우리 속에서는 그것을 이루고 싶은 열망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을 읽는 일은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이 신앙 생활을 일신하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책은 우리 신앙 생활의 궁극적 목표인 그리스도인의 완전이 무엇이며, 얼마나 거룩하고 좋은 것인지를 말해주고 있으며, 우리가 우리가 어떻게 다가가게 되는지를 소개해 주고있기 때문입니다. / 새결새김



그리스도인의 완전

저자
존 웨슬리 지음
출판사
감리교신학대학교출판부 | 2006-11-10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감리교회의 창시자 존 웨슬리의 『그리스도인의 완전』. 그리스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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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결새김

모래와 함께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 (방성규 지음)

2012년 12월의 추천 도서

 

방성규 지음, 《모래와 함께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 사막 수도자들의 영성과 삶》(이레 서원, 2002).

 

봉쇄수도원에서 일상을 만나다

2002 신학대학원 졸업을 학기 남겨두었을 , 교회에서 파트타임 전도사로 사역을 하며, 모자란 학비를 벌기 위해 과외, 출판사 일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다. 졸업 후의 진로와 결혼, 여러 가지 일상에서의 삶의 문제들 앞에서 점점 지쳐가고 있던 학기, 신대원 수업의 일환으로 교수님과 학우들과 함께 인천에 있는 봉쇄 수도원을 방문했다. 봉쇄 수도원은 바깥 출입을 제한하며 곳에서 평생 머물면서 수도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당시 나는 수도원을 현세 도피적이고 비성경적이라 여기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이들은 마치 군대 훈련소 주간에 방문했던 영창 속의 사람들을 생각나게 했다. 그 만큼 봉쇄 수도원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무섭고, 낯설었다. 그들을 수는 있었지만 수도 중이던 그들과 이야기를 수도 없었고, 그들 또한 우리에게 관심이 없는 듯 하였다


미리 교수님의 부탁이 있었던지 수도자가 나와서 수도원을 안내해 주었고, 그리고 우리에게 마디 말을 했다. "개신교 신학생들이 보기에 우리가 어떻게 보일 알 만합니다. 속세를 떠난 사람들처럼 도피한 사람들로 보일 수도 있지요. 세상 안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부딪치며 살아가는 삶이 어쩌면 맞는 것이겠지요.  교회는 세상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실어 나르는 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라는 바다 속에서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그런데 배도 때때로 길을 잃지요.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들이 길을 잃었을 때에 잠시 바라보며 길을 되찾는 등대처럼, 저희 수도자들은 세상 속의 교회가 길을 잃었을 때에 번이나마 빛을 비추어 있는 그런 소망을 가지고 매일 매일 똑같은 일상을 훈련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때때로 우리도 교회 목사님들의 설교를 듣거나 읽습니다. 그들의 말씀의 깊이와 기도의 분량에 때때로 도전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신문을 보면 많은 목사님들이 때로 사사로운 일상의 문제 안에서 넘어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넘어짐이 결코 말씀이 없거나 기도가 모자라서 생긴 같진 않습니다. 일상에 대한 훈련, 삶에 대한 연습이 좀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가 여기서 수행하는 것은 반복적인 매일 매일 속에서 일상에 대한 훈련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상에 대한 훈련!"

매일 매일 일상 속에서 지쳐 그리스도의 은혜마저 볼 수 없 때에 수도사의 마디는 내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고, 일상 속의 많은 문제가 그들의 반복되는 일상의 훈련 속에서 정말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수도원의 방문은 삶을 조금씩 바꾸었고 미국에서 영성을 공부하게 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미국에 와서 지나 나를 수도원으로 데리고 갔던 교수님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가슴 한 편이 아련해져 왔다. 한국에 잠시 기회가 있어서 방문하던 때에 그분의 유작처럼 남아 있던 권의 책을 가지고 돌아왔다. ' 교수님'의 ' 책'이 바로 방성규 교수님의모래와 함께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 사막 수도사들의 영성과 이다.

 

오늘도 말을 걸어오는 모래 바람의 이야기

이 책은 3세기 콘스탄틴 황제가 즉위한 후의 초대교회 교부들에 대한 책이다. 박해 받아 순교자가 넘쳐나던 기독교가 기독교 공인 오히려 이방 타인들을 탄압하던 '종교' 되었던 때에,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 동참하는 진정한 의미의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몇몇의 무리가 이른바 ' 다른 순교'(white martyrdom)를 하기 위해 사막으로 들어가 수도자들이 되었다. 책은 이들 사막수도자들의 훈련의 기쁨과 육체, 감정, 생각, 영성, 공동체에 관한 구체적인 훈련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책에는 막연히 초대교회사를 공부하고자 유학을 갔던 저자가 어떻게 사막 수도사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에 대해 공부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좁은 신학, 편견에서 벗어나 기독교인으로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풀어가는지의 여정이 나타나있다. 중세 시대의 유물로서 타락의 온상지로만 여겨졌던 수도원과, 현실의 도피자로서만 여겨졌던 수도사들이 고대 기독교 삶의 영적 원천이었고, 오히려 교회를 새롭게 했던 적극적인 헌신자들이었다는 것은 방성규 목사님께 충격이었고 도전이었으며 발견이었다.


성경 안의 '광야' '사막'과의 관계, 모래 바람이 되고자 했던 수도자들의 소박한 꿈에 대한 이야기는 좁은 신학의 테두리에 갇혀 있는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우리가 근거하고 있는 신앙과 비전에 대한 넓은 시각을 열어준다. 초대 교회 사막에서 살았던 수도자들을 현대인의 독자에게 전해 주기 위해 과거에 살았던 이들이 남긴 책과 자료, 그리고 그것에 대한 묵상과 기도를 통해 깊은 대화를 나누고 그들을 시공간을 넘어 오늘을 사는 현대인에게 말을 걸어오도록 고민한 그의 글은 영성을 공부하는 나의 고민과 정확히 일치한다.


학기의 수업. 그리고 번의 수도원 방문, 그리고 방성규 교수님의 삶과 그분이 남긴 유작모래와 함께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 예전 수도사가 말한 대로, 내가 다시 일상의 문제에 빠져 허덕일 때마다 틈틈이 들여다보며 잃어버린 길을 되찾는, 나에게 있어서 등대 같은 책이다. 비록 이책은 출간된지 10년이 넘었지만 사막의 수도자들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나 일상 생활에서 깊은 영성의 뿌리를 내리길 원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것이다.  /소리벼리



모래와 함께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

저자
방성규 지음
출판사
이레서원 | 2002-07-31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사막 수도사들의 영성과 삶을 소개한 책. 사막의 수도자들과의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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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리벼리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 전기

  • 피터 브라운, amazing한 학자이지요. <성인숭배>(새물결)라는 책도 대단히 흥미롭고 훌륭한데, "본서는 '천상'과 '지상'의 연합에 관한 책이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책이지요. 새판 출간 소식 고맙습니다.

    BlogIcon 산처럼 2012.11.29 06:53 신고

역사를 통틀어 (성서 기자들을 제외하고)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 of Hippo, 354-430) 만큼이나 유명한 기독교 저자가 또 있을까? 진리 찾아가는 한 영혼의 영적 여정을 담은 그고백록은 약 1600여 년 동안 수많은 이들을 자신과 같이 영적 여정에 오르도록 격려해왔고, 서구 문학에서 '자서전'(Autobiography)이라는 장르의 효시가 되는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물에 관한 좋은 평전이 최근에 한국에서 새롭게 번역 출간 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자서전이 자신의 내적 여정과 회심 과정을 1인칭으로 이야기한 고백이라면, 아우구스티누스에 관한 피터 브라운의 평전은 어거스틴의 삶과 사상을 후기 로마시대라는 사회 역사적 상황을 고려하여 제3자의 관점에서 전체적으로 조망한 글이. "아우구스티누스는 급속하고 극단적인 변화의 시대에 살았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 또한 계속적으로 변화했다"는 피터 브라운의 서문처럼 이 책은 아우구스티누스의 변화를 그의 시대의 변화 속에서 연대기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Society and the Holy in Late AntiquityBody and Society 등 후기 로마시대와 고대 기독교 연구에 관한 중요한 글들을 저술한 피터 브라운(Peter Brown)이 저자라는 사실이 이 책을 주저 없이 선택하게 만든다. 


원래 미국에서 초판은 1967년에 나왔고, 2000년에 그간의 아우구스티누스 연구 동향과 새롭게 발견된 자료들을 반영한 개정판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1998년에 호남신학교 차종순 교수가 초판을 번역하여 《어거스틴 생애와 사상》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장로교 출판사에서 출간하였고, 최근에 개정판이 새롭게 번역되어 《아우구스티누스》라는 제목으로 새물결에서 나왔다. 해외에 있으면서 번역본을 재빠르게 구해서 읽고 비교할 형편이 되지 못해서 현재로서는 새로운 번역본에 대한 평가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역사학을 전공한 학자이지만 "나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고, 신학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다"고 말하는 옮긴이가 기독교 사상과 영적 경험에 대한 내용을 어떤 식으로 옮겼는지가 궁금하다. 만만치 않은 책 가격이 부담스럽겠지만,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혼자서 읽다가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나 아우구스티누스를 연구하기 원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서 피상적으로나마 정보를 제공한다. / 바람연필




아우구스티누스

저자
피터 브라운 지음
출판사
새물결 | 2012-10-25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아일랜드 태생의 역사학자 피터 브라운의 『아우구스티누스』. 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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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거스틴 생애와 사상

저자
피터 브라운 지음
출판사
한국장로교출판사 | 1998-05-20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어거스틴의 생애와 사상을 기독교적 시각으로 분석한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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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ine of Hippo : A Biography

저자
Brown, Peter 지음
출판사
California | 2008-03-06 출간
카테고리
문학/만화
책소개
A new expanded edition of Peter B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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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연필

영성을 살다: 기독교 영성회복의 일곱 가지 길





"전통주의는 산 자들의 죽은 신앙이고, 전통은 죽은 자들의 살아있는 신앙이다" - 자로슬라브 펠리칸(Jaroslav Pelican)


이 책은 독자를 “기독교 영성 전통”이라는 고색(古色) 창연하고 오색(五色) 찬란한 세계로 안내한다. 이 드넓은 세계에 들어가보면, 3세기 알렉산드리아의 "최초의 기독신학자" 오리게네스가 이교의 교양인들에게 "아파테이아"론을 설파하고 있는가 하면, 20세기 미국의 트라피스트 수도사 토마스 머튼이 방콕을 방문하여 동서양 영성의 만남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골교회 목사 조지 허버트가 성례를 행하듯 시를 쓰고 있는가 하면, 아빌라의 테레사나 노르위치의 줄리안 같은 여성 영성가들이 남성 신학자들이 헤아리지 못한 신성과 인성의 깊이를 헤아리며 성육신의 신비를 관상하고 있다.


왜 기독교 영성 전통을 공부해야 하는가? 책의 첫머리에 인용된 가다머의 말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다: "전통 안에 서 있다는 것, 그것은 지식을 얻을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다시 말해, 전통에 굳게 발 딛고 서 있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지성의 영역에서뿐 아니라 특히 영성의 영역에서 더욱 맞는 말이다. <영적 훈련과 성장>이라는 기념비적 저서를 통해 현대 그리스도인들을 영성훈련의 도량(道場)으로 이끌어 내었던 리차드 포스터가 이번에는 자신의 친구와 더불어, 그런 기독교 영성훈련들을 낳은 어머니(母體)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 영성의 신학적 역사적 "전통"에 대해 개괄하는 책을 썼다. 더더구나 이 책은 두 사람이 스승과 제자로서 맺었던 우정의 산물이자, 공동 연구자로서의 동역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이 책은 질서, 여정, 앎, 관계, 체험, 관상/행동, 등반이라는 일곱 가지 키워드를 통해 기독교 영성의 다양한 면모를 알차게 개관해주는데, 특별히, 각 영성가에 대한 소개 뒤, 리차드 포스터가 성숙한 시각을 담아 겸손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반추와 반응'은, 전통을 나름대로 소화하여 “우리 것 삼는다”(appropriation)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일례로, 포스터는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해, 회심 뒤 그가 동거녀를 버리지 않고 결혼해 함께 사랑하며 살았더라면 더 좋은 모델이 되지 않았을까라며, 그리스도께서 그를 성(性)으로부터 "좀 지나치게" 자유케 하신 것 같다고 말하며, 독자들에게 눈을 찡긋한다. 서구 영성사에 심원한 영향을 끼쳤던 그 저명한 주교의 영성에 대한 오늘의 재해석의 일면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 책은 우리 앞서 하나님의 영을 들이쉬고 내쉬며 살았던 분들의 숨결을 느껴보라는 초대다. "영"("루아흐", "프뉴마")이라는 말이 "숨"을 뜻한다면, 영성이란 그 숨의 결, 즉 "숨결"을 뜻할 터이다. 칼뱅과 위(僞)디오니시우스, 누르시아의 베네딕트와 조지 폭스는, 했던 "말"(신학)에 있어서는 많이 달랐다. 하지만 "숨결"에 있어서는 서로 통하지 않았을까? 모두, 하나님의 숨, 곧 성령을 호흡했던 분들이니 말이다. 먼저 영성의 길을 걸어간 이들의 숨결을 가까이서 느껴보는 것보다 지금 우리의 거칠어진 숨결을 골라주는 것이 또 있을까? 일독 후 우리의 숨이 깊어졌다면, 이는 그분들의 말이 아니라 “숨”이 우리에게 와 닿았기 때문이리라.


이종태


IVP 북뉴스 2009년 7-8월호


posted by 산처럼

베네딕트의 규칙서 (Rule of St. Benedict)




블로그를 시작하며 7월의 추천 고전으로《베네딕트의 규칙서 Regula Sancti Benedicti 를 선정하였다. 6세기 초 이탈리아의 수도승 누르시아의 베네딕트(Benedict of Nursia)에 의해서 쓰여진 이 작품은 현재까지 기독교 수도원운동에 있어서 기준이 되는 가장 권위 있는 텍스트로 여겨져 오고 있다. 


오늘날 교회 안팎에서 '공동체'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지만, 사실은 물질주의와 개인주의의 영향으로 인해 많은 기독 교회들이 분열과 분쟁을 거듭하고 있으며 참된 공동체성을 상실해가고 있다. 그러므로 과거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가 되기를 원하는 열망으로 공동체 생활을 택한 수도자들의 규칙서가 오늘날 한국 교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과 지혜를 주고 있다고 믿는다. 최근에 새롭게 출간된 한국어 번역본을 소개하고, 그 책에 필자가 쓴 도움말로 작품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대신한다. 

 

베네딕트 저. 《베네딕트의 규칙서》 권혁일, 김재현 역. 서울: KIATS, 2011.

  


《베네딕트의 규칙서》:

천국을 향한 공동체 여정의 이정표

 

 

왜 고대의 수도원 규칙서를 읽는가?

문학에서 고전古典은 그 작품이 쓰여진 시대와 장소를 넘어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읽히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작품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베네딕트의 규칙서 Regula Sancti Benedicti》는 기독교 영성의 고전이라고 부르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이 작품은 6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베네딕트Benedict of Nursia(c.480-c.547)의 지도 아래 공동생활을 하던 수도사들을 위해서 쓰여졌다. 그리고 이 규칙서는 지난 1500여 년 동안 수도원 안팎에서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 왔고, 또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베네딕트의 규칙서》가 기독교 고전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기록 목적과 규칙의 유연성이 중심적인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규칙’을 뜻하는 라틴어 레귤라regula는 여행자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 ‘길의 울타리,’ 또는 행동과 삶의 잣대를 의미한다. 베네딕트의 규칙은 수도사들의 행동을 규제하기 위한 딱딱한 규범이 아니라, 단순하고 순수한 영성생활을 통해 천국을 향한 수도사들의 영적 여정을 안내하기 위한 이정표와 지침이다.서문 제45-50

베네딕트는 이 규칙이 문자적으로 적용될 것이 아니라, 각 수도원이 처한 기후와 환경, 그리고 수도사 개인의 영적, 육체적 조건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규칙은 수도생활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수도원장의 판단에 따라 적절하게 변경될 수 있으며, 더 나은 것으로 대치될 수도 있다. 이러한 규칙의 유연성은 오늘날 전 세계의 수도원 안에서 사는 이들은 물론 수도원 밖에서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이 베네딕트 영성의 유산을 자신의 삶과 공동체의 삶에 창조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수도원주의의 발달과 《베네딕트의 규칙서》

《베네딕트의 규칙서》는 서방기독교 수도원 발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서이다. 기독교 수도원의 역사는 4세기 초 이집트의 사막에서 시작되었다. 304년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Diocletianus 치하에서는 많은 이들이 혹독한 박해를 피해 사막으로 도망쳤다. 그런데 313년 콘스탄틴 황제Constantine the Great의 기독교 공인 이후에는 당대 기독교인들이 새로운 형태의 ‘순교’를 찾아서 이집트의 황량한 사막으로 나아갔다. 아타나시우스Athanasius of Alexandria에 따르면 4-5세기에는 “사막에 도시를 이룰 정도로 많은 수도사들이 이집트의 사막에서 은둔형 혹은 공동체형 수도원을 만들어 수도생활에 전념하였다.

그렇다고 당시 사막의 수도사들이 세속 도시와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박해시대의 순교자들처럼 교회에서 ‘영웅’으로 인식되며, 로마제국의 종교적 관용으로 인해 신앙이 느슨해진 교회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이 같은 이집트 사막의 수도사와 수도원 이야기는 아타나시우스의 《안토니의 생애 Vita Anthonii》와 요한 카시아누스Johannes Cassianus의 《제도집 Institutes,《담화집 Conferences》과 같은 글과 종교-문화적 접촉을 통해 서방교회의 수도원 발달을 크게 자극하였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갈리아Gaul와 팔레스타인, 로마가 지배한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적지 않은 이들이 수도생활의 이상을 추구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수도원 전통의 유산들이 축적되어 6세기《베네딕트의 규칙서》로 꽃피어났다. 실제로 《베네딕트의 규칙서》는 사막 교부들의 생애와 금언집Apothegmata, 히에로니무스Hieronymus, 암브로시우스Ambrosius of Milan,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 of Hippo, 바실리우스Basilius of Cappadocia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특히 《베네딕트의 규칙서》보다 조금 앞서 쓰여진 《스승의 규칙서 Regula Magistri》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베네딕트는 자신의 규칙을 토대로 서구 수도원제도의 기초를 놓으려 하거나 자신만의 수도회를 창설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규칙은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융통성과 온건한 금욕적 수행, 그리고 균형 있는 생활규율 등으로 인해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후 8세기 후반과 9세기 초에 프랑크왕국의 샤를마뉴 대제Charlemagne는 베네딕트의 규칙을 자신의 카롤링거 제국에 속한 수도원의 공식적인 규범으로 채택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기반 위에 10세기에는 베네딕트의 규칙을 사용하는 수도원들이 연합하여 베네딕트 수도회Benedictine Order를 창설하였다. 이후 《베네딕트의 규칙서》는 중세에 수도원이 타락하고 위기에 처했을 때는 물론 수많은 수도원개혁의 과정에서 신앙적 활력과 기준을 제공해주었다. 20세기에 들어서 베네딕트 수도원들은 영국성공회와 스웨덴 루터교 안에도 세워졌으며, 오늘날 전 세계에 약 3만 여명의 수사와 수녀가 베네딕트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고 있다.

 

베네딕트의 생애

베네딕트의 생애에 관해 현재 남아 있는 자료는 그의 사후 약 50년 경에 교황 그레고리우스 1Gregorius the Great가 자신의《대화집Dialogues》제2권에 남겨둔 베네딕트의 생애Vita Benedicti가 전부이다. 물론 그레고리우스의 성인전聖人傳이 오늘날의 전기biography의 개념으로 베네딕트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그는 다만 “하나님의 사람” 베네딕트의 거룩한 성품과 영적인 특징을 묘사하고 이것을 통해 자신의 의도한 교훈을 교회와 이탈리아 사회에 전달하고자 했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의 기록에 따르면 베네딕트는 480년 이탈리아 중부의 누르시아Nursia라는 지방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 로마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당대 사회의 방탕함과 무의미한 생활을 목격한 그는 13세가 되던 493년에 로마를 떠나 수도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는 처음 1년은 엔피데Enfide에서 다른 금욕주의자들과 같이, 이후에는 수비아코Subiaco의 산 위에 있는 동굴에서 약 3년 간 홀로 기도와 금욕훈련에 매진했다. 그는 악마의 유혹과 육체의 정욕을 이겨내기 위해 심지어 쐐기풀과 들장미 덤불 속에 들어가 그의 몸에 상처를 내기도 하였다.

그의 종교적 생활이 주변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그는 수비아코의 한 수도원장으로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베네딕트의 엄격한 삶의 방식은 평이한 삶을 원하는 그곳 수도사들의 기대와 상충했고, 그는 다시 동굴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그의 종교적인 거룩함에 대한 평판과 기적에 대한 소문 때문에 많은 제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는 수비아코에서 약 19년 동안 열두 개의 수도원을 설립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곧 지역 사제들의 질투를 불러 일으켰다. 이를 피해 베네딕트는 529년경에 로마와 나폴리Naples 사이에 있는 몬테카시노Monte Cassino로 옮겼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적용하여 이방신을 섬겨오던 이곳에 수도원을 세우고 수도사들을 지도하였다. 《베네딕트의 규칙서》가 기록된 것도 바로 이 시기이다. 그는 수도사들의 삶에만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라, 가뭄이 극심할 때는 수도원의 식량을 풀어 가난한 자들을 구제하는 등 수도원 밖의 사람들에게도 많은 자비를 베풀었다.

베네딕트의 죽음은 그의 기도하는 삶의 아름다운 절정을 보여준다. 그는 547 3 21일 몬테카시노에서 형제들의 부축을 받아 서서 기도하는 중에 세상을 떠났다고 알려져 있다. 그레고리우스 1세는 베네딕트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면서 그의 규칙서는 자신이 살았던 삶의 방법과 양식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생애와 대화[가르침]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사람은 베네딕트의 규칙을 통해 그의 삶의 방식과 훈련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거룩한 사람[베네딕트]은 그가 가르친 것을 모두 삶으로 살아 내었기 때문이다(그레고리우스 1세의 《대화집》 제2권 제36)

 

《베네딕트의 규칙서》의 내용과 주요 주제

《베네딕트의 규칙서》는 규칙을 제정한 의의를 설명하는 서문과 수도원에서의 각종 제도와 생활규율 등을 설명하는 73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문에서 제7장까지는 《스승의 규칙서》와 아주 많이 일치하는 부분으로, 수도사의 종류(1)와 수도원장(2-3), 그리고 영적성장을 위한 훈련방법(4-7)을 개괄적으로 설명하며 글 전체의 도입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에서는 이전 도입부의 정신을 강조하면서 보다 구체적인 규칙을 다루고 있다. 전체를 간략히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전례규칙과 자세(8-20), 직책과 역할(21, 31-32, 38, 47, 57, 62-66), 입회, 책벌, 파문(23-30, 42-46, 58-61), 노동과 각종 생활규칙(22, 33-37, 39-42, 48-56, 67-72), 끝맺는 말(73)로 이루어져 있다.

 

상호적인 사랑에서 솟아나는 순종

“들으라, 나의 아들아”라는 권고로 시작하는 서문은 이 글이 법률적 문서보다 구약성서의 지혜문학wisdom literature 전통잠언 1:8, 4:1 참조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베네딕트는 규칙서에 기록된 가르침들을 부모가 자녀에게 들려주는 사랑의 교훈에 비유한다. 그러므로 자녀들은 이 가르침들을 주의 깊게 듣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즉각적으로 순종해야 한다서문 1.

이러한 지혜문학으로서의 글의 성격은 베네딕트회의 3대 서약 중의 하나인 ‘순종’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도와준다. 즉 베네딕트에게서 ‘순종’은 권위자의 일방적인 명령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나오는 맹목적인 반응이 아니라, 영적인 부모와 자녀 사이의 상호적인 사랑과 신뢰에서 자라나는 미덕이다. 수직적인 관계에서 이렇게 형성된 순종은 나아가 수평적인 관계로 확장된다. 베네딕트는 그의 규칙서 끝부분에서 수도원장과 수도사 사이뿐만 아니라, 수도사들 사이에서도 상호순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71.1, 72.5. 이와 같이 순종은 겸손과 더불어《베네딕트의 규칙서》의 처음과 마지막을 꿰뚫으며 모든 규칙을 하나로 묶는다. 이런 점에서 베네딕트의 순종은 효를 모든 행위의 근본으로 삼는 동양의 유학儒學의 가르침과도 통한다. 예를 들면, 유학에서도 부모의 사랑에 대한 자녀의 사랑의 반응이 효라고 가르친다. 부모와 자녀의 수직적인 관계에서의 효가 형제자매와 친구와의 수평적인 관계로 확장된 것이 우정이다.

또한 순종은 발전시켜야 하는 미덕인 동시에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영성훈련의 효과적인 방법이다. ‘순종’을 뜻하는 라틴어 오보에디레oboedire는 어원적으로 ‘듣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곧 순종은 수도원장이나 다른 형제들의 말 속에서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는 훈련이다. 그래서 베네딕트는 수도사는 상급자의 명령이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여기고 실행해야 하며, 상급자에게 보여준 순종은 곧 하나님께 드려진 것이라고 말한다5.4,15. 이처럼 순종의 훈련을 통해서 수도사는 하나님의 말씀에 자신의 귀를 열어놓게 되며, 자신의 뜻을 포기하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법을 배우게 된다.

 

겸손, 환대, 그리고 자비를 통한 그리스도와의 연합

순종과 마찬가지로 겸손은 《베네딕트의 규칙서》의 기초를 이루는 미덕이며 동시에 영성훈련 방법이다. 7장에는 겸손의 열두 단계가 기록되어 있는데, 베네딕트는 겸손을 인간이 몸과 영혼, 즉 전인적으로 성장해가는 점진적인 과정으로 제시한다.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죄에 관한 욕망을 인식하고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그것을 극복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두 번째부터 일곱 번째 단계를 거치면서는 수도사는 자신의 비천함을 인식하고, 자신의 뜻을 버리며, 죄를 고백하고, 인내하는 가운데 순종하는 것을 배운다. 그리고 여덟 번째부터 마지막 단계는 겸손을 마음으로뿐만 아니라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충실하게 나타내는 과정이다. 겸손의 단계를 모두 거치면 수도사는 모든 두려움을 내어 쫓는 하나님의 사랑에 도달하게 된다. 이 사랑은 또한 수도사로 하여금 하나님의 말씀과 자신을 연합시켜서, 하나님의 뜻을 자신의 것처럼 즐거이 준행하게 만든다. 이런 의미에서 겸손의 사다리는 수도사를 금욕적인 삶 또는 능동적 삶의 정점으로 인도한다. 이와 같은 하나님과의 사랑 깊은 연합이 곧 베네틱트가 추구한 수도생활의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겸손은 또한 베네딕트 영성의 또 다른 특징인 다른 이들에 대한 환대자비로 표현되어야 한다. 수도사들은 방문한 모든 손님들에게 머리를 숙이거나 몸을 완전히 엎드려 겸손히 영접하고 진심으로 대접해야 한다. 손님대접을 위해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담당자는 중요한 금욕훈련 중의 하나인 금식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 규칙서는 공동체의 병들거나 약한 이들에 대한 커다란 관심과 배려를 보이고 있다. 손님과 병든 이들은 모두 그리스도와 같이 돌봄을 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환대를 통해 나그네로 오신 그리스도께서 경배를 받으시기 때문이다36, 53. 이처럼 겸손과 환대, 그리고 자비는 금욕수행보다도 더 우선되는 미덕이자 훈련이며, 하나님의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섬기고 그분과 연합하는 삶의 길이다.

 

삶의 균형과 리듬

베네딕트 영성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균형과 리듬이다. 먼저 베네딕트는 하루 중 기도와 노동이, 그리고 공동체의 예배와 개인의 영성생활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가르친다. 물론 우선순위는 공동체가 함께 드리는 성무일도officium divinum 또는 하나님의 일Opus Dei에 있지만, 육체적인 노동과 개인적인 독서lectio divina 역시 매일의 수도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베네딕트는 제8장부터 제20장에 걸쳐 매일 혹은 매주 드릴 성무일도의 시간과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기도와 예배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적인 형식이 아니라 이집트 사막의 수도사들이 추구한 “마음의 순수함과 참회의 눈물”이다20.3. 기도는 짧고 단순해야 하며20.4, 찬송은 마음과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어져야 한다19.7. 그리고 하나님이 어디에나 임재하시며, 모든 곳에서 주님의 눈이 감찰하고 계시기 때문에19.1 성무일도를 비롯한 모든 일은 매 순간 하나님의 임재를 의식하는 가운데서 행해져야 한다.

그 외에도 베네딕트는 사순절을 지키는 방법49과 취침과 식사 등 일상생활에 대한 지침22, 41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전례규칙과 일상생활의 규칙은 함께 어우러져 짧게는 매일의 생활, 길게는 연간 생활의 리듬을 형성한다. 즉 《베네딕트의 규칙서》에 심겨져 있는 수도원의 이상은 단조로운 매일의 의무들로 채워져 있는 삶이 아니라, 균형 잡힌 일상생활의 반복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리듬 있는 삶이다. 그런데 이러한 반복은 발전 없이 같은 자리를 맴도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있는 집”을 향해 오르는 영적인 여정이며, 공동체가 사랑으로 서로를 격려하며 규칙이라는 리듬에 맞춰 내딛는 공동의 발걸음이다72.4, 73.8.

 

라틴어 원문들

《베네딕트의 규칙서》는 그의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주듯 많은 사본들이 발견된다. 현재 삼 백여 개 이상의 다양한 라틴어 사본들이 남아 있는데, 전승 과정에서 곳곳에 가필된 부분이 많아 원문을 확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규칙서》본문에 대한 비평적 연구는 19세기 후반에 들어서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고대 라틴어 사본들은 문서가 시작하는 첫 단어에 따라 아우스쿨타ausculta옵스쿨타obsculta,두 그룹으로 구분되어 명명되어왔다. 중세시대에는 이 두 그룹의 사본을 적절히 조합하여 주석을 단 공인본문textus receptus이 사용되기도 하였다.

《규칙서》각 장의 구분은 모든 사본에 나타나며, 절의 구분은 17세기부터 시작되어 1947년에 안셀모 렌티니Anselmo Lentini에 의해 본격적으로 활용되었다. KIATS영성 선집도 이 기준을 따랐다. 중세 기독교 문학의 일반적인 특징을 반영하듯, 규칙서에는 약 300여 개 이상의 성서본문이 직간접적으로 인용되었다. 물론 베네딕트는 성경본문을 문자 그대로 인용하거나 출처를 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도사들이 보다 쉽게 낭독할 수 있도록 운율을 살리기도 했다.  KIATS영성 선집에서는 독자들에게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경우에만 성경인용의 출처를 담았다. 우리는 이 《규칙서》의 한글 번역과 연구를 위해 지금까지 나온 많은 라틴어와 영어 번역을 참조했다. 동시에 믿을만한 비평본인 아달베르트(Adalbert de Vogüé)가 편집한 La Règle de Saint Benoît: Introduction, Traduction, et Notes par Adalbert de Vogüé: Texte Établi et Preésenté par Jean Neufville (Paris, Éditions du Cerf, 1972)과 프라이(Timothy Fry)가 편집한 RB1980: The Rule of St. Benedict in Latin and English with Notes (Collegeville, Minnesota: Liturgical Press, 1981)의 도움을 받았다.

 

주요 참고문헌

1차 문헌

Fry, Timothy . RB1980: The Rule of St. Benedict in Latin and English with Notes. Collegeville, Minnesota: Liturgical Press, 1981.

Gregory the Great. The Life of Saint Benedict. Hilary Costello, Eoin de Bhaldraithe. Petersham, Massachusetts: Bedes Publications, 1993.

Lentini, Anselmo. S. Benedetto, La regola: testo, versione e comment. 2. Montecassino: Pisani, 1980.

McCann, Justin. The Rule of Saint Benedict in Latin and English. London: Burns and Oates, 1952.

Penco, Gregorio. S. Benedicti Regula: introduzione, testo, apparati, traduzione e commento. Florence: La Nuova Italia, 1958.

de Vogüé, Adalbert . La Règle de Saint Benoît: Introduction, Traduction, et Notes par Adalbert de Vogüé: Texte Établi et Preésenté par Jean Neufville. Paris, Éditions du Cerf, 1972.

 

 

2차 문헌

강치원. 『베네딕트 규칙서』에 나타난 렉시오 디비나. 《선교와 신학》제19 (2007): 187-220.

김봉수. 『베네딕트 규칙서』에 나타난 수도원이념에 관한 연구. 《總神大論叢》제16 (1997): 249-290.

Casey, Michael. Strangers to the City: Reflections on the Beliefs and Values of the Rule of St. Benedict. Brewster, Massachusetts: Paraclete Press, 2005.

Ladrigan-Whelpley, Theresa. “Benedict of Nursia (c.480–c.547), Rule.” Christian Spirituality: The Classics. Arthur Holder . New York: Routledge, 2009: 62–73.

Merton, Thomas. The Rule of Saint Benedict: Initiation into the Monastic Tradition 4. Collegeville, Minnesota: Liturgical Press, 2009.

Stewart, Columba. Prayer and Community: The Benedictine Tradition. Maryknoll, New York: Orbis Books, 1998.

Swan, Laura. The Benedictine Tradition: Spirituality in History. Collegeville, Minnesota: Liturgical Press, 2007.

de Waal, Esther. A Life Giving Way: A Commentary on the Rule of St. Benedict. Collegeville, Minnesota: Liturgical Press, 1995.

 


posted by 바람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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