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생활 (60) 썸네일형 리스트형 거룩한 상처 사순절, 주님의 성흔을 묵상하는 때입니다. 성흔(stigmata)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손과 발, 그리고 옆구리에 난 상처를 말하지요. 예로부터 주님을 깊이 사랑하고 따르기 원하는 사람들은 그 성흔을 묵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예수의 상처까지도 닮기 원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사도 바울은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stigmata)을 지니고 있노라”(갈6:17)고 말했고, 예수를 닮기를 추구했던 성 프란체스코(Fransis of Assisi: 1181-1226)는 세상을 떠나기 두 해 전에 베르나 산에서 금식하며 기도하는 중에 몸에 오상(五傷)을 얻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들이 실제로 육체에 성흔을 지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 두 성인들은 그리스도를 사랑하여, 고난에 이.. 창구멍, 겨울의 숨구멍 창구멍, 겨울의 숨구멍 “숨구멍이 트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답답한 상태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됨을 비유한 표현이지요. 요즘처럼 사회적으로 어려울 때뿐만이 아니라, 계절적으로 찬바람이 매서운 겨울에는 문을 꼭꼭 닫아 놓고 지내기 때문에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갑갑한 상황 속에서 ‘숨구멍이 트이게’ 하는 나름의 방법이 있나요? 오는 2월 16일은 윤동주 시인(1917-1945)이 일본 후쿠오카 감옥에서 서러운 죽음을 맞이한 지 72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12월 30일은 우리에게 언제나 청년의 모습으로 기억되는 윤동주 시인의 백 번째 생일입니다. 그는 〈서시〉나 〈십자가〉와 같은 잘 알려진 서정시 외에도 많은 동시를 지었는데요, 그 중에 〈창구멍〉이라는 작품을 함께 읽어.. "속히 내려오라!" 새해의 표어를 구하며 몇 주일을 기도하는데 예수님께서 삭개오에게 하신 말씀,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눅 19:5) 라는 말씀을 주셨다. 아니 그 말씀밖에 마음 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 구절을 가지고 표어를 만들려니 영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새해에 진취적이고 발전적으로 "올라가라!" 라는 말은 모를까 내려오라니, 그것도 속히 내려오라니……. 아무리 말을 붙이려 해도 새해 표어로는 어울리지 않는 말씀이다. 며칠을 다른 말씀을 달라고도 기도해 보고 마음 속으로 새해 계획에 맞는 이런저런 말씀들을 떠올리려 해도 막상 아무런 말씀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속히"라는 말에 마음이 꽂힌다. 어릴 적 담장 옆 나무 위에서 놀던 때가 있었다. 어른들은 항상 ..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연말이라 바쁘다. 내년에도 다시 볼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다시 못 만날 사람들처럼 송년모임을 한다. 일 년의 삶을 나누고 서로를 보듬는 것은 좋은데 너무 많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축복이지만, 너무 많다 싶어 마음이 쓰인다. 분주한 연말인데 멀리 계신 아버지께서 편찮으시니 마음은 복잡하고 생각은 많아진다. 해야할 일은 많은데 일사천리가 아니라 꼬여만 간다. 함께 동역하는 분들이 정말 귀하게 섬겨주고 있는 데도 간혹 일어나는 사소한 부딪힘에 얼굴빛이 달라진다. ‘자기 일만 문제없이 해 주어도 신경이 덜 쓰일 텐데. 나 좀 도와주지. 진짜…….’ 마음에 요철이 생긴 듯 덜그덕 소리가 하루에 몇 번이나 난다. 말 끝에 까칠함도 스물스물 올라오려고 하니 내가 일년 동안 한 걸음이라도 나아간 것이 맞을까? 자괴감이.. 천사, 위로를 주는 사람 천사, 위로를 주는 사람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다른 날보다 오늘, 벗들이 많이 모인 것은. 새벽 기차를 타고, 또 아이들을 맡기고, 식구들을 먼저 보내고, 늦은 오후 이 자리에 와 앉아 있기까지 얼마나 수선을 피웠을 지 생각하니 맘이 짠하다. 벗들은 십자가를 향해 앉아 기도 삼매에 잠겨있다. 벗들 사이로 흐르는 적막하고 고즈넉한 기운이 참 좋다. 대나무 숲에 앉아 있는 것 같다. 침묵 사이로 벗들의 마음이 와 닿는다. 이들을 뭐라고 부를까? 그래, 위로가 되는 사람들! 하나님의 위로의 메시지를 들고 한걸음에 달려온 천사들이다. 이냐시오(Ignatius of Loyola)는 이와 비슷한 체험을 ‘영적 위로’라고 불렀다. “위로란 마음에 어떤 감동이 일어나며 영혼이 창조주 주님에 대한 사랑으로 .. 아빌라의 테레사가 아픔과 더불어 사는 법 아빌라의 테레사가 아픔과 더불어 사는 법 예배당 십자가 밑에 앉아 가만히 머리를 숙이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기도를 아룁니다. 얼굴 하나에 고통 한 아름, 이름 하나에 눈물이 고이는 까닭은 지금이 사순절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흐려진 눈동자, 거절과 배신, 상실의 잔을 마셔야하는 그 씁쓸한 입맛 다심, 세속의 거센 물결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자기를 자꾸 격려하며 수줍은 미소로 괜찮은 듯 돌아서는 그 뒷모습은 마치 그림자를 보는 것 같습니다. 각기 모습은 천차만별이지만 사람인 이상 따라붙은 그림자가 다 비슷비슷한 것처럼, 우리는 여러모로 닮아 있습니다. 수녀원 입회 2년 만에 얻은 중병아빌라의 테레사(Teresa of Avila)는 1515년 스페인 출신.. Pick Me Up? 요즘 〈Pick Me〉라는 노래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유행한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정당에서는 이 노래를 선거 로고송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하니 곧 전국 방방곡곡 거리를 이 노래가 채우게 될 것이다. 원래 〈프로듀스 101〉이라는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제가인 이 노래에는 "pick me up", 곧 "나를 골라줘", "나를 (차에) 태워줘", "나를 구매해줘" 등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가사가 반복된다. 이 오디션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신나는 멜로디를 갖고 있는 이 노래가 전혀 즐겁게 들리지 않는 것은 젊은 여성들을 "소녀"라는 풋풋하고 순수한 단어로 포장해 노골적으로 상품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방송에서 "국민 프로듀서"라는 거창한 이름이 부여된 시청자 집단은 만들어지고 있는 걸그룹이라는 상.. 나무 나무 힘 잃어가는 해를 산등성이가 겨우 떠받치고 있을 무렵뻗은 자신의 몸으로 그늘을 잔뜩 걸치고 있는 나무. 볕은 제법 따갑고 풀들은 성급한 봄단장을 했지만 아직 겨울옷을 입은 채 서 있는 나무는 고독하다. 얕게 뿌리를 내린 것들은 작은 바람에도 안달하며 들떠 있지만깊은 나무는 자기 때를 알고 가만히 서있다. 지난 해 가뭄이 극심했을 무렵 지금 짙푸른 풀들은 흔적조차 없었다.하지만 나무는 푸른 잎을 피우고 지친 걸음을 내딛던 이들에게 그늘을 주었다. 오래된 오늘 임 택 동 이전 1 2 3 4 5 6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