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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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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춤 (나니아 영성 이야기 6) 장엄한 춤(나니아 영성 이야기 6) “잠시 후, 루시와 작은 파우누스는 손을 맞잡고 기쁨에 겨워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었다.” 마녀의 집 안뜰에서 석상(石像)이 되어있던 툼누스를 아슬란이 숨을 불어넣어 되살려내자 벌어진 장면입니다. 옷장을 통해 루시가 나니아에 오게 되었을 때 처음 만난 인물(?)이 바로 툼누스였지요. 툼누스는 파우누스(Faunus), 즉 목신(牧神)이었습니다. 신화적 의미에서 자연만물을 뜻하는 그 신을 딱딱한 돌로 만들어놓은 건 하얀 마녀였습니다. “모든 나무는 님프이고, 모든 행성은 신(神)"이었던 코스모스, 나니아를 만물이 얼어붙은 동토(凍土), 모든 것이 자기 색을 잃고 백설에 뒤덮여 있는 설국(雪國), "크리스마스도 없이 영원히 겨울만 계속되는" 나라로 만들어버린 하얀 마녀 말입..
루시, 반짝이는 눈 (나니아 영성 이야기 5) 나니아 영성 이야기 5루시, 반짝이는 눈 "루시가 [아슬란을] 가장 자주 보았어(Lucy sees him most often)." 나니아 이야기에서 루시는 "보는 사람"입니다. 페벤시 가(家) 아이들 중에서 가장 어린 아이였던 루시는 그 아이들 중에서도 아슬란을 가장 자주 보는 이였습니다. 'Lucy'라는 이름은 라틴어 'lux', 즉 '빛'에서 온 말입니다. 빛이 있어서 우리는 보게 되는 것이지요. 루시는 분명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였을 것입니다.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나니아의 모든 것을 바라보는 아이 말입니다. 아이는 자라면 어른이 되지만, 어른이 성숙하면 다시 아이가 된다지요? 여기, 나이 들어 다시 어린 아이가 된 한 노(老) 시인이 부른 노래가 있습니다. 나이 60에 겨우 / 꽃..
아슬란, 유다의 사자 (나니아 영성 이야기 4) 나니아 영성 이야기 4아슬란, 유다의 사자 “나니아에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착하면서도 동시에 무서운 존재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페벤시 가(家)의 아이들도 아슬란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니아의 주(主)인 아슬란을 처음 보게 되는 순간, 아이들은 그 사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사시나무 떨 듯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여러분은 떨어보셨습니까? 공포심 때문에가 아니라 경외심 때문에 말입니다. 공포(恐怖)와 경외(敬畏)가 어떻게 다르냐고요? 그게 그거 아니냐고요? 혹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여러분은 아직 나니아에 가본 적이 없으신 것입니다. 여러분의 주님이신 분을 예배해본 적이 없으신 것입니다. 예(禮)와 배(拜) 예배시간에 예배당 안에 있..
아슬란, 봄 (나니아 영성 이야기 3) 아슬란, 봄나니아 영성 이야기 3 "아슬란 님이 오신다는 소문이 있어요..." 옷장을 통해 나니아에 오게된 페벤시 가(家) 아이들이 '아슬란'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 아이들은 마치 꿈속에서 뭔가 대단히 의미심장한 말을 듣게 되었을 때와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뜻은 잘 모르면서도, 그러나 너무도 중요하게 느껴지는 말, 그 말 때문에 그 꿈 전체가 좋은 꿈이 되기도 하고 악몽이 되기도 하는 그런 말, 말입니다. 여러분은 그런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꿈속에서. 사람은 왜 꿈을 꿀까요? 그건, 사람에게는 '영혼'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영혼은 무언가를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워하는 이는 꿈을 꾸지요. 사실, 종교나 예술은 인류가 꿔온 꿈들이라고 할..
코스모스, 나니아 (나니아 영성 이야기 2) 코스모스, 나니아나니아 영성 이야기 2 루시에게 루이스는 『나니아 연대기』의 첫 권인 『사자, 마녀, 옷장』을 절친 오웬 바필드(Owen Barfield)의 딸이자 자신의 대녀(代女, goddaughter)인 루시 바필드에게 헌정하면서 이렇게 헌사에 적었습니다. "너는 이제 요정 이야기를 읽기에는 너무 나이를 먹어 버렸[지만]...하지만 언젠가는 요정 이야기를 다시 읽을 나이가 될 게다." 루시는 당시 15살이었으니까 요정 이야기 책을 좋아하지 않을 나이였긴 합니다. 하지만 루이스는 루시가 언젠가는 다시 요정 이야기를 읽게 될 것이라고 예견합니다. 아이는 크면 어른이 되지만, 어른이 성숙하면 다시 "[돌이켜] 어린 아이 같아" 지게 되는 법이니까요. 『나니아 연대기』는 어린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또한..
커다란 집 안을 탐험하는 아이 (나니아 영성 이야기 1) 커다란 집 안을 탐험하는 아이나니아 영성 이야기 1 "많은 것이 보는 눈에 달려 있다" 루이스는 세상이 달리 보이게 만들어주는 작가입니다. 제게는 그렇습니다. 사후 60여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의 글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가 글을 읽고, 또 글을 쓰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이것 때문이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세상이 달리 보이는 체험을 선물로 받고, 또 선물로 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우리더러 '달라지라'고 (닦달)하는 소리들로 가득합니다. 너가 달라져야 성공할 수 있다, 너가 달라져야 행복할 수 있다, 는 것입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행복에 이르는 길'을 가르쳐주겠다고들 말합니다. 서점에 가보면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을의 기도, 가을의 독서 가을의 기도, 가을의 독서 기도의 계절 가을은 기도의 계절입니다. 물론 1년 365일, 사시사철이 모두 기도의 날이지만 특히 가을이 되면, 두 손을 경건하게 모으고 고요히 기도하고 싶어집니다. 그것은 아마도 언젠가 교과서나 엽서에서 읽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시구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 김현승, 〈가을의 기도〉 1연. 그렇다면 왜 하필 가을일까요? 이 시에서 말하는 가을은 산이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드는 단풍철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서서히 빛을 잃어 가는 나뭇잎이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리다 덧없이 떨어지는 늦가을입니다. 이때를 시인은 침묵 속에 기다리다가, 낙엽이 떨어지면 드디어 언..
태초에 아름다움이 있었다 태초에 아름다움이 있었다 태초에 아름다움이 있었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할 때에 하나님께서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찼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다. 얼마 전 한 사진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교회에 새로 등록한 한 청년을 심방하였는데, 그는 전문 사진작가였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모던한 분위기의 스튜디오에 걸려 있는 사진들을 둘러보다가, 그 중 한 흑백 사진에 시선이 사로잡혀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어떤 젊은 여성의 인물사진이었는데, 왼쪽 위에서 대각선으로 내려오는 빛이 환히 웃고 있는 그녀의 오른뺨을 비추고 있었고, 반대쪽으로 넘긴 긴 머리칼은 어둠 속에 있었지만 고개를 흔들면 곧 찰랑거릴 것만 같은 힘과 윤기가 느껴졌다. 참 아름다웠다. 지금 다시 그 사진을 머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