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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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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배는 자선이 아니라 정의를 행하는 것 (그레고리우스 1세) 우리가 궁핍한 이들을 보살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줄 때에, 우리가 주는 것은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정당하게 속한 것이다. - 그레고리우스 1세(Gregorius I: 540-604), 《목회 규칙(Regula Pastoralis)》, III. 21. 언젠가 사석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어느 분이 "부자들의 것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것"으로는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부자들의 것을 빼앗아" 가난 한 이들에게 준다는 표현이었다.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많이 걷어서 가난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는 것은 정말 "부자들의 소유를 빼앗는" 것일까? 수도자 출신으로서 교황으로 지명된 첫 번째 인물이었..
영적 결혼 안에서 평안 (아빌라의 테레사) 영적 약혼은 이와[영적 결혼과] 달리 흔히 서로 갈라지는 수가 있습니다. …… 하지만 영적 결혼의 은혜에 있어서는 이렇지 않습니다. 영혼은 항상 그 중심에 하나님과 같이 있기 때문입니다. …… 하늘에서 강이나 우물로 떨어지는 물과 같이 똑같은 물이 되어버려서, 강물과 떨어진 물을 나눌 수도 따로 갈라놓을 수도 없는 것입니다. - 아빌라의 테레사(Teresa of Avila: c. 1515-1582), 《영혼의 성(The Interior Castle)》, 일곱 번째 성채, 2장. 4절. 아빌라의 테레사는 한 영혼이 하나님과의 사랑의 연합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일곱 단계로 나누어 자세히 그려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내면의 성 안에서 영혼은 하나님의 신부로 발견된다.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혼인 상태인 자신의..
문자에 죽어가는 설교자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하느님의 문자(성서)의 정신을 따르기 원치 않고 말마디만을 배워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기를 열망하는 수도자들은 문자에게 죽임을 당한 사람들입니다-아씨시의 프란치스코(Francis of Assisi), 《성 프란치스꼬와 성녀 글라라의 글, 영적 권고 7》(분도출판사, 2004), 39. 점점 설교하기가 버겁습니다.회중석보다 딱 세 칸 위에 있는 설교단이왜 그리 높아 보이는지요? 말을 잘 하려니 말이 두려워집니다. 말씀의 잔치가 아니라 말 잔치로 끝나니 괴롭습니다.말(문자)에 치여 죽어가는 설교자들이 애처롭습니다. 말씀의 정신을 따르지 않으니 정신 나간 말들이 쏟아집니다.한 마디를 해도 정신을 살리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말 잔치는 파하고, 이제 말씀의 잔치가 열렸으면 좋겠습니다.정신 차린 삶이 앞서고,..
선을 선택할 힘이 없다고 여길때 (닛사의 그레고리우스) 악이 매우 강해서 우리가 선을 선택하기에는 너무 연약하다고 느낄 때는 모세가 그랬던 것처럼 가능한 한 빨리 위대한 신비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서 그 싸움터에서 도망쳐야만 한다. - 닛사의 그레고리우스(Gregorius Nyssenus, c.335-395), 《모세의 생애》. 악을 선택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악에게 지게 되는 연약함의 순간들이 있다. 선은 커녕 악을 선택하지 않는 것마저도 힘겨운 때가 있다. 악인가 선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부름 자체가 싫어지는 때가 있다. 그런 순간 악을 이겨내고 선을 선택하려고 하다가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이겨내고 선을 선택한다고 하는 데, 그것이 오히려 더 큰 악으로 나아가게 되는 경우다. 그 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
회개, 소망의 딸 (요한 클리마쿠스) 회개는 소망이 낳는 딸이며 절망에 대한 거부다. (Repentance is the daughter of hope and the refusal to despair.) - John Climacus (7C), The Ladder of Divine Ascent (New York: Paulist Press, 1982), 121 (Step 5 "On Penitence") 그래, 이 사순절의 회개는 부활절의 기쁨을 위한 '조건'이 아니다. 회개는 부활의 소망이 낳는 파장이다. 회개는 항복이다. 하나님의 평화가, 용서가, 사랑이 쳐들어왔다. 어찌 항복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이종태
재의 수요일, 그 분을 닮다 (디트리히 본회퍼) 우리 안에서 형상을 취하기를 원하는 것은 하나님 자신의 형상이고, 그리스도 자신의 형상이다(갈 4:19). 그것은 우리 안에서 스스로 나타나기를 원하는 그리스도 자신의 형상이다. 그리스도는 우리를 자신의 형상으로 만들기까지 우리 안에서 일하기를 쉬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된 자, 십자가에 못 박힌 자, 변모된 자의 온전한 형상이다. 우리는 그를 닮아야 한다. -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 지음, 이신건 옮김《나를 따르라》(서울: 신앙과 지성사), 372. "인간이 된 자, 십자가에 못 박힌 자, 변모된 자의 온전한 형상"이신 예수 그리스도! 변화되어 내 삶에서 그분을 나타내기 원한다면, 나는 십자가에 못 박혀야하고, 나를 게워내고 나를 죽여야 한다. 그런데..
과세 불균형은 사회를 파멸시킨다 (이현필) 능주(綾州)서 K 장로님이 오셨습니다. 죄송했습니다. 과세에 대한 불균형이 장차 사회를 파멸하고 말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기독교인들이 진정한 신앙에 입각하여 생활하고, 교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을 아뢰었습니다. 사회정의를 세우기 위해서 수양할 것을 의논했습니다. - 이현필(1913-1964), 《이현필: 풍요의 시대에 다시 찾는 영적 스승》(서울: KIATS, 2014), 272. 한국의 수도원 운동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받는 이현필 선생은 1952년 4월 19일과 21일의 일기에서 불공정한 세금 매김에 대해서 쓰고 있다. 그는 세금을 부과하는 자들이 "하나님을 두려워 한다면 불공평한 부과를 하지 않을 것"이며, 세금을 납부하는 자들도 "하나님만 두려워하고 섬긴다면 세금으로 전 재산을 빼앗겨도 잘 ..
모든 감각을 다 불러 모아라 (Guerric of Igny) 영원한 말씀이시던 주님께서 육신을 입으셨습니다. 이는 우리의 모든 감각을 통해 우리 영혼에 들어오시기 위함이다. 이렇게 하심으로써, 전에는 죽음이 우리에게 들어온 통로가 되었던 우리의 감각들이 생명이 되돌아 오는 길이 되게 하셨다. Guerric of Igny (ca. 1070-1157), Sermon, no. 10창세기의 선악과 대목에서 보듯이(창3:6), 죽음은 우리의 감각을 통해 우리 속으로 들어왔다. 이런 우리에게 다시금 생명을 되찾게 하시려고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 (요1:14). 창조 이전부터 영원한 말씀이시던 분이 우리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존재가 되신 것이다 (요일1:1). 그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뿐 아니라, 심지어 맛 볼 수 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