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594)
평온과 사랑: 기도 생활의 꽃과 열매 (에바그리우스) 수도자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떠나 있는 사람이며, 동시에 모든 사람과 함께 있는 사람이다.-폰투스의 에바그리우스(Evagrius Ponticus: 344-399), 《기도론》, 124.기도하기 위해서는 세상으로부터 물러나 홀로 있을 줄 알아야 한다. 이런 기도 생활이 깊어지면, 기도자는 욕망과 정념에 흔들리지 않는 평온(apatheia)에 이르게 된다. 에바그리우스는 이러한 평온에서 참된 사랑이 시작된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은 기도자로 하여금 모든 사람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하며, 그가 모든 사람과 함께 있음을 깨닫게 한다(《기도론》, 125). 그러므로 욕망과 정념에서 벗어난 기도자는 아파하는 사람과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는 사람과 함께 눈물 흘리는 사람이 되며(롬12;15), “세상에 얽매..
하나님의 아들도 넘어졌습니다 (노리치의 줄리안) 아담이 넘어졌을 때, 하나님의 아들도 넘어졌습니다.'When Adam fell, God's Son fell' 노리치의 줄리안(Julian of Norwich: 1342 – c.1420),《하나님 사랑의 계시 Showings》, LT, ch. 51. 줄리안이 그토록 어려워 하던 계시였던 '주인과 종에 관한 비유'의 한 구절이다. 줄리안은 자그만치 20여년을 자기 눈에 보여진 계시를 이해하기 위해 기도하고 묵상하고 하나님과 대화한다. 당시 흑사병으로 인해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죽고, 100년 전쟁, 농민 혁명, 아비뇽의 유수 등으로 극심한 혼란이 일어날 때,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이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 생각하며 절망했다. 우리는 무엇인가 비극적인 일이 우리 가운데 생길 때에 누군가의 죄, 혹은 우..
하나님을 보는 삶이란 (닛사의 그레고리우스) 하나님이 어디로 인도하든지 그를 따르는 것이 곧 하나님을 보는 것이다. 이것이 진실로 하나님을 보는 것이다. 하나님을 보고자 하는 갈망 안에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 닛사의 그레고리우스(Gregorius of Nyssenus, c.335-395), 《모세의 생애》 하나님을 보고자 하는 갈망을 느끼는 것, 기도하고 싶고 그런 갈망이 가득해지는 것은 영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라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때때로 내가 하나님을 향해 더 시간을 내고 하나님을 가까이 하려고 한다는 사실만이 경건의 증거로 오해되기도 한다.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한다는 사실이 만족이 되는 순간 우리는 하나님을 놓치게 된다.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은 하나님이 어디로 가시는 지를 등 뒤에서 계속 보며 따라가는 삶이다. 내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
내일을 향한 오늘의 고난 (디트리히 본회퍼) 우리가 진정으로 하나님의 평화를 찾았는지 확인하는 길은,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고통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통해 알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는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있지만, 사실 그들은 자신의 삶에 찾아온 모든 고난들을 거부하며 투쟁한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사랑한다고 믿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자신의 십자가를 미워할 뿐 아니라,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여, 고난으로부터 빠져다갈 시도(궁리)를 한다. -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 "Discipleship and the Cross," The Cost of Discipleship, part 1, ch.4.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란, 오늘보다 더 성공하여, 내 자유를 극대화하는 내일이라..
주님 속히 나를 도우소서 낮에 드리는 모든 기도는 "하나님이여 나를 건지소서, 주님 속히 나를 도우소서!"(시70:1)라는 성경 구절로 시작한다.- 《베네딕트의 규칙서》 18. 1. 오늘 우리가 드리는 모든 기도가 여객선 침몰 사고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간절한 기도로 시작되길 원합니다.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은 생각이 날 때마다 이와 같은 '화살 기도(ejaculatory prayer)'를 반복함으로써 쉬지않고 기도하라(살전 5:17)는 말씀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은 쉬지 않고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하나님이여 나를 건지소서, 주님 속히 나를 도우소서! / 권혁일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1) : 고요한 등불 2014년 4월의 추천 도서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1)고요한 등불 (Silent Lamp) 이 달의 추천 도서로 토머스 머튼(Thomas Merton, 1915-1968) 독서를 위한 윌리엄 쉐넌(William H. Shannon, 1917-2012)의 책들을 선정하였습니다. 쉐넌은 머튼을 좀 더 잘 알고자 하는 독자라면, 또는 머튼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안내자(guide)입니다. 그는 머튼의 타계 직후인 1970년대부터 그가 가르치던 나사렛 대학교(Nazareth College, Rochester, New York)에서 머튼 강의를 시작했고, 1887년에는 몇 명의 학자들과 함께 국제 토마스 머튼 학회(International Thomas Merton Society)를 설립..
이 땅, 조선을 위한 십자가 운보 김기창 화백은 조선의 예수님을 그려냈다. 십자가의 피가 이 촌박한 땅에 뿌려지기 원하는 마음으로 이 땅(한국)의 예수님을 그려낸 듯하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우리 나라의 사회 문화적 상황 속에서 이해하고 제시하려는 시도이다. 에서는 예수님이 화폭 중앙이 아니라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대신 화폭의 중앙과 오른쪽은 이 땅의 민초들에게, 그것도 여성들에게 할애되어 있다. (서양의 십자가 그림과 비교하면 이러한 차이가 분명히 나타난다.) 마치 예수님의 십자가는 이 땅의 약자를 위한 복음(복된 소식)이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주님, 이 땅, 조선을 굽어 살피소서!가장 미련한 자가 중심이 되는 세상이 되게하소서비탈길 따라 하늘로 올라간 예수님처럼 이 땅도 스올에서 일어나 주님따라 올라가게 하소서!/ ..
땅 자매가 드리는 찬양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찬양 받으소서, 나의 주님, 우리의 자매인 어머니 땅(Mother Earth)을 통하여,땅은 우리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고 우리의 삶을 관리해줍니다,그리고 땅은 색깔을 지닌 꽃들과 식용 풀잎들과 함께 다양한 과일을 만들어냅니다. - 아씨시의 프란치스코(Francis of Assisi, 1181-1226), 중에서 아씨시의 프란치스코는 땅이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을 노래한다. 이 땅은 지구이기도 하고 흙이기도 하다. 프란치스코가 보기에 땅은 어머니이다. 흙 위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을 낳아 기른다. 동시에 땅은 자매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창조하셨기 때문이다. 생명을 낳아 기르고 유지하는 일 자체가 땅 자매가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이다. 봄에 우리는 땅에 뿌리를 박고 올라오는 귀여운 풀잎들, 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