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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와 책망을 겸손히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다른 사람이 해 주는 충고와 책망과 꾸지람을 마치 자기가 자신에게 하는 것 같은 인내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종은 복됩니다…. 변명하는 데 빠르지 않고 본인이 범하지 않은 죄에 대해서도 수치와 책망을 겸손되이 참아 견디는 종은 복됩니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Francis of Assisi), 《성 프란치스꼬와 성녀 글라라의 글》(분도출판사, 2004), 영적 권고 23.얼마 전에 지인에게 충고 한마디를 들었다. 아니, 충고라고 하기엔 동정과 호의가 가득한 조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날 하루 종일 마음이 평화롭지 못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당신이 뭔데', '뭘 안다고' 같은 단어들이 내 안에서 하루 종일 춤을 추었다. 형제 자매들에게 듣는 책망과 충고들은 신앙과 인격을 성숙시키는 좋은 거..
걱정은 절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손양원) 밤마다 꿈속에 당신의 마음의 근심과 몸이 불안한 것을 보았는데, 아마 근심 걱정에 눌려 병이 된 모양 같습니다. 그러나 근심과 걱정은 절대 할 필요가 없습니다. 걱정이랑 병 중에 병이요, 죄 중에 큰 죄가 되는 것이외다. -손양원 (1902~1950), "부인 정양순 사모에게 보낸 편지 2," 《손양원》(홍성사, 2009), 131. 손양원 목사님이 1942년 10월 14일 옥중에서 쓴 편지의 일부이다. 매달 정해진 날에 면회를 오던 아내가 찾아오지 않자, 그는 밤마다 꿈속에서 불안과 걱정 가운데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 그것은 아마도 사모님의 불안이 목사님께 전해졌다기보다, 목사님 당신의 마음속에 걱정이 자라났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 편지에서 아내에게 절대 걱정하지 말라며 당부하는 말씀은, 곧..
'체험' 이상의 것 (본회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고후 12:7). 우리는 하나님 '체험'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는 '체험'이 아니라 '은혜'로 구원 받는다. '은혜 체험'으로 구원 받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오직 은혜'로 구원 얻는다. 은혜는 은혜 '체험' 이상의 것이다. 은혜는 우리가 '믿어야' 하는 무엇이다.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 Spiritual Care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82), 55. 자신에게 하나님 '체험'이 부족하다며 근심하는 이들에게 주는, 루터교 목사 본회퍼의 영적 조언이다. 하나님의 임재/현존을 '느끼는' 것은 귀한 체험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임재/현존이 느껴지지 않을 때에도 '말씀'에 입각해 하나님의..
5. 감리교 신도회의 규칙 감리교 신도회의 규칙: “선을 행하라, 악을 피하라, 모든 성회에 참석하라” 존 웨슬리(John Wesley, 1703-91)가 이끌었던 초기 감리교 부흥 운동의 동인(動因)으로 ‘전격적 회심을 강조하는 열광적인 부흥 집회’를 꼽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는 초기 감리교 운동의 단편적인 모습일 뿐이다. 웨슬리가 옥외 설교(“field preaching”; 교회 건물이 없는 곳에서 열리는 대중 집회)를 중시했던 것은 사실이다. 공장 지역과 탄광 지대의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던 당시 상황에서, 옥외 설교는 지역 수많은 사람들이 복음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웨슬리는 이렇게 대중 집회를 통하여 회심한 사람들을 신도회(Methodist societies)라는 공동체에 가입시켜 영적으로 돌..
삼위일체의 인장 (칼리스토스 웨어) 피조된 모든 것에는 삼위일체의 인장이 찍혀 있다.- 칼리스토스 웨어(Kallistos Ware, 1934- , 동방정교회 감독), 《정교회의 길》(The Orthodox Way), 엄성옥 옮김(은성, 1999), 54. 성부와 성자와 성령, 이 성삼위께서는 단일한 의지와 에너지를 공유시며 늘 함께 일하신다. 성 이레니우스(St. Irenaues)는 성자와 성령을 성부 하나님의 “두 손”이라고 말한다(Against the Heresies, IV, xx. 1). 성부께서는 창조적이고 성화시키는 행동을 하실 때에 이 두 손을 동시에 사용하신다. “주(여호와)의 말씀으로 하늘이 지음이 되었으며, 그 만상이 그 입 기운으로 이루었도다”(시33:6). 성부 하나님은 말씀, 곧 로고스(제 2 위격, 성자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두 팔 (잔느귀용) 하나님께서는 두 팔이 있어서 당신을 안고 품어 주신다. 한 손은 전능한 보호를 나타내며, 다른 손은 그 분의 완벽한 사랑이다. - 잔느 귀용(Jeanne Guyon: c. 1648-1717), 《아가서 강해》, 8장 3절에 대한 주석. 아들은 배고플 때 엄마에게 말하면 된다. 학생은 어려운 문제 생길 때 선생님께 말하면 된다. 성도는 힘들 때 목사에게 말하면 된다. ... 목사는 힘들 때 하나님께 기도하면 된다. 하나님께 기도하면 된다. 기도하는 데 오늘은 "하나님 아버지…" 하고 부르는데 자꾸 "아빠, 아빠" 하는 소리가 나왔다. 나이 사십에...아빠하며 부르는 기도소리가 우습기도 하지만 마음은 울었다. "아빠, 아빠" 하는 소리만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하다가 그 품에 안겼다. 내가 기댈 수 있는 분..
오늘, 식사는 잘 하셨나요? 오늘, 식사는 잘 하셨는지요? 체중 감량해야 하는데 왕성한 식욕에 이끌려 오늘도 후회가 남는 식사를 하셨다구요? 요즘 밥맛이 통 없어서 모래알 씹듯 하시다구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 오랜만에 유쾌하셨다구요? 비즈니스 때문에 먹는 밥이라 가시방석이었다구요? 애들 밥 챙기느라 먹은 건지 전쟁 치른 건지 모르겠다구요? 오늘 저녁은 뭘 해 먹나 벌써 고민이라구요? 하루 두세 번의 식사, 그리고 사이사이에 먹는 음료와 간식. 우리는 참 많이 먹고 마시고, 거기에 기울이는 시간과 에너지도 상당합니다. 이 ‘먹는 것’과 영성 생활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요즘, 저는 ‘먹는 것’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느낌들, 특히 죄책감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과식했을 때, 주부로서 식사를 잘 챙기지 못했을 때,..
모욕을 참는 힘 (아빌라의 테레사) 이런 성과[모욕을 참을 결심과 모욕을 모욕으로 느끼지 못하는 사랑을 얻는 것]를 거두지 못하고 굳세게 참는 힘을 기도로써 얻지 못하면,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라 악마가 선사하는 착각인 것으로, 우리는 그에게 넘어가서 스스로 가장 존경을 받아야할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 아빌라의 테레사(Teresa of Avila: c. 1515-1582), 《완덕의 길》에서. 인간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모욕을 참기 힘든 데 있습니다. "나에게 먼저 알리지 않았다. 나만 배제당했다. 내가 모욕당했다. 나를 무시했다. 나는 존재감이 없다." 이런 표현들은 모두 모욕당한다는 느낌입니다. 모욕당하는 것을 넘어서는 것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도로 주어집니다. 굳세게 모욕을 참아넘길 수 있는 힘이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