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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신비를 여는 문 (아빌라의 테레사) 우리가 아무리 애써보아도 쓸데없는 노릇입니다. …… 이 물[은혜]은 다만 주께서 원하시는 사람에게, 그나마도 흔히 그 사람이 전혀 모르고 있는 때에 주어지는 것입니다. …… 주님이 원하시는 대로 우리를 이끄시도록 맡겨드립시다. - 아빌라의 테레사(Teresa of Avila: c. 1515-1582), 《영혼의 성(The Interior Castle)》, 네 번째 성채, 2장. 9절. 2015년 새해, 우리는 계획과 목표를 세워간다. 더 구체적이고 세세한 계획을 세울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기 마련이고, 그래서 우리는 주도적으로 계산하고, 또 준비한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계획은 반대로 하나님의 신비와 은혜의 자리를 막아버릴 수 있다.사실 우리는 모른다. 10년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니 내일 ..
우리 마음에 빛을 비추어 (포티키의 디아도코스) 하나님께서 우리의 마음 속에 빛을 비추어 그 속에 있는 보화들을 빛나게 해 주시지 않는다면, 우리는 선한 것과 좋은 것들을 알지도 경험하지도 못할 것이다. - 포티키의 디아도코스 (Diadochos of Photiki, c.400-c.486), The Hundred Chapters, 29. 이 은총의 조명(照明)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온다. 그분은 이 세상에 오셔서, 감각적 세계에 갇혀 그 너머의 것은 아무 것도 보지 못하던 우리들의 시야를 열어 주셨다. 그리스도께서 온세상의 구원의 빛으로 스스로를 나타내신 날, 오늘 주현절(1월6일)의 아침, 때마침 햇빛도 찬란하고 따사롭다. 맘 속에 차오르는 찬송을 조용히 불러 그분께 찬양을 돌린다. 어둠의 권세에서 인생을 건지신 주 길 잃고 헤매이던 우리의 ..
영적 교제와 분별(요한 카시아누스) 사탄적 환영에 빠져 영적 숭고함에서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그 노인을 기억하라. 그는 지난 50여년 동안 사막에 기거하면서, 그 절제와 혹독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독거의 삶이 주는 은밀함을 사랑했던 사람으로 기억된다. …… 분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며, 영적 동료들과 대화와 조언을 구하기보다 자신의 생각대로 (영성 생활을) 인도하길 선호했기 때문이다.- 요한 카시아누스 (Johannes Cassianus, 360-435) 《담화집》 Conferences II.5. 카시아누스는 동방 교회의 수도 영성을 서방 교회에 최초로 소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훌륭한 영적 전통은 받아들이되, 한계와 약점은 보완하면서 비판적으로 수용했다. 그 건설적 비판의 중심엔 영적 공동체를 통한 영적 소통과 교제..
그리스도의 탄생은 온 인류의 생일(성 바실리우스) 그리스도의 탄생은 온 인류의 생일이다. - 성 바실리우스(St. Basilius the Great, 29-379), On the Nativity of Christ (PG 31:1473A), 칼리스토스 웨어, 《정교회의 길》(서울: 은성, 1999), 109쪽에서 재인용. 그리스도는 최초의 완전한 인간이시다. 그분의 탄생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간 본성의 진면목을 온전히 이루실 첫 인류의 탄생이다. 그로인해 모든 사람은 그분을 따라 하나님의 형상(image)을 따라 지음받은 본성대로, 참다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탄생은 온 인류의 생일이며 인류 역사상 일어난 사건 중 가장 기쁜 날이다. 이제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image)에서 하나님 닮음(likeness)으로의 영..
신앙생활은 존재의 뿌리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영적자아는 만족을 구하지 않습니다. 그 자아는 존재하는 것 자체로 만족합니다. 존재의 뿌리가 하나님께 있기 때문입니다.-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 1915-1968) 《묵상의 능력》(The Inner Experience)(서울: 두란노) 세속적인 것을 얻어서 만족을 얻는 사람은 세속적인 사람입니다. 그러면 영적인 것을 얻어서 만족하면 영적인 사람입니까? 꼭 그렇다고 말할 수 만은 없습니다. 세속적인 열망과 집착이 영적인 것으로 포장만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분을 향한 열망, 교회 안에 힘있는 부서를 향한 암투, 신앙생활로 인해 개인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에 대한 시기와 질투는 영적인 것 속에 숨겨진 세속적인 야망을 보여줍니다.머튼은 영적이든 세속적이든 무언가를 얻는 것에서 만족하는 삶의 ..
죽을 생각을 하고 살면 - 스데반의 순교 축일에 스데반이 부르짖어 이르되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하고 무릎을 꿇고 크게 불러 이르되 주여 이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이 말을 하고 자니라. (사도행전 7:59-60) 12월 26일, 초대 교회의 집사였던 스데반의 순교를 기리는 날이다. 성탄절 다음 날인 12월 26일이 초대 교회의 첫 순교자 스데반 집사의 축일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기 예수 탄생의 기쁨이 가시지 않은 조용한 아침, 생명의 탄생과 더불어 순교자의 죽음을 묵상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듯 하지만 어찌 보면 그리스도 안에서 삶과 죽음은 똑같이 하늘의 영광을 가리킨다. 바로 전장에서 사도들을, 그리고 가난한 자들을 돕기 위해 초대교회의 집사로 임명된 스데반은 뜻밖에도 사도들처럼 기사와 표적을 행하다가, 대제사장 앞에서 ..
그리스도의 탄생과 가치의 전복 (김교신) 성탄일은 벌써 조선에 있어서도 명절화하였습니다. 신자도 이 날을 축(祝)하고 불신자도 이 날을 하(賀)합니다. …… 이 날을 축하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그의 팔로 힘을 보이사 저의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를 흩으셨고 권위 있는 자를 그 지위에서 내리치셨으며 낮은 자를 높이셨고..." (눅 1:51-52). 마리아가 그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찬미한 것은 단지 평화의 신, 자비의 신인 연고가 아니었습니다. …… 예수의 탄강은 인간 가치의 총 전복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 인생의 갈구하던 행복의 표준이 전도되었습니다. …… 그리스도의 탄강으로 말미암은 이 변혁과 이 척도의 전도(거꾸로 넘어짐)에 능히 견딜 자가 누구입니까? 성탄을 축하하는 자에게 깊은 생각함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 김교신 지음 (..
정의를 비처럼 내리게 하라 (Roráte Caéli-대림절 찬송) 너 하늘들아, 위로부터 이슬을 내려라. 그리고 구름들이 정의를 비처럼 내리게 하라!Roráte caéli désuper, et núbes plúant jústum.- 대림절 찬송 "Rorate Caeli"에서 지금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오랜 가뭄 끝에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수 년 동안 가뭄을 겪으니 이 노래에 담긴 기다림이 얼마나 간절한지 좀 더 마음에 와닿는다. 이 노래는 아주 오래전부터 독일어권의 교회들을 중심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그레고리안 성가(Gregorian chant)이다. 주로 대림절(Advent)에 가톨릭 교회에서 불려졌으며 메시야의 오심을 대망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모두 4절로 이뤄져 있으며, 이사야 45장 8절의 라틴어 번역(Vulgata)에서 가져온 첫 구절(위의 인용구)이 후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