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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있음'의 신비 전능하신 하나님, 우리에게 밤을 주시니, 님을 찬양합니다. 아무 것도 의식하지 않고,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동물처럼, 나무처럼, 고래(古來)의 대지처럼, 아무 말없이, 아무 죄없이, 그저 어둠 속에 누워는 그 시간. 밤, 그 고요한 시간을 주시니, 님을 찬양합니다. 내 뜻과 내 말과 내 재간이 나를 '그냥 있음'의 신비로부터 떨어뜨려 놓지 못하는 그 시간. 그 시간, 우리는 그냥 있습니다. 돌처럼, 새처럼, 잎처럼, 님이 만들어내신 사람처럼, 님께서 손수 지으시고 붙들고 계신 작품들, 그저 가만 존재하는 그 모든 피조물들처럼. 세상을 다시 우리에게 주시니, 님을 찬양합니다. 깨어난다는 이 기적. 새로 깨어나 또 다시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이 기적. 우리에게 님의 자녀가 되는 자유, 님의 자녀이..
애기의 새벽 (윤동주) 애기의 새벽 우리 집에는닭도 없단다.다만애기가 젖 달라 울어서새벽이 된다. 우리 집에는시계도 없단다.다만애기가 젖 달라 보채어 새벽이 된다. 1938년 경윤동주 (1917-1945), 《정본 윤동주 전집》(서울: 문학과 지성사, 2004), 96. 이 시에 나오는 우리집은 닭 한 마리도 키울 능력이 없는 매우 가난한 집이다. 시계와 같은 문명의 이기를 가지지 못할 정도로 낙후된 곳이다. 이처럼 가난하고, 문명도 뒤처져있지만 우리집에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우는 애기이다. 우리집에 새벽이 오는 것은 시계가 울리기 때문이 아니라, 닭이 울기 때문이 아니라, 애기가 배고프다고 울기 때문이다. 사실 논리적으로 따지면, “새벽이 되면 애기가 젖달라고 운다”라고 써야 한다. 하지만 시인은 오히려 비논리적으로 애기..
모든 고통을 뛰어 넘는 변치 않는 사랑 (조지 폭스) "오! 하나님의 변치 않는 사랑! 내가 거대한 고통 가운데 있을 때에 내 영혼에 임한 그 사랑. 나의 시험과 고통은 거대했지만 그의 사랑은 그 거대함을 뛰어넘는 훨씬 더 엄청난 것이었다." 조지 폭스 (George Fox, 1624-1691), The Journal, 1647의 글 유난히 심성이 곧고 예민했던 폭스는 청년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영혼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보냈다. 그는 당시 이름 있는 성직자를 찾아가서 조언을 구하거나 홀로 금식하며 갖가지 노력을 하였다. 1647년의 그의 일기 중에는 “내 안에 주님께서 처음으로 일하셨던 때는 나는 슬픔의 사람이었다”고 표현하며 당시의 고통을 표현했다. 어느 누구로부터도 그 슬픔을 극복할 수 없었던 폭스는 어느 날 자기 영혼의 모든 고통을 뛰어넘는 변치 않..
언제나 주님을 바라봄 2 (존 웨슬리) “나는 가장 먼저 그리고 끝까지 그리스도를 생각하였는가?” 존 웨슬리(John Wesley, 1703-1791), “Monday Morning” in John Wesley’s Spirituality: A Collection of Forms of Prayer for Every Day in the Week, (1733). 웨슬리는, 월요일만이 아니라, 매일 매일 이렇게 자문해보라고 권한다. “나는” 매사에 임하면서 “그리스도를 맨 먼저,” 가장 최우선 순위에 두어 “생각하고,” “끝까지” 그분만을 “생각하려고” 애썼는가? 웨슬리가 제시한 이 질문은, 나는 늘 주님을 ‘사랑하면서 주목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게 한다. 그리고 내가 하나님 아닌 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다면 그것에서 마음을 돌이켜—이것의 회..
자기 꽃을 피우라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 ❝ 한 형제가 한 은수자에게 물었다. '제가 할 수도 있고 또 삶의 지침이 될만한 선한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그 은수자가 이르기를, '하나님 한 분만이 무엇이 선한 지를 아신다네. 하지만, 안토니의 친구인 대 니스테로스에게 어느 은수자들 중의 한 분이 이처럼 물었다는 것을 들었다네. '어떤 선한 일을 행해야만 할까요?' 그러자 그가 답하기를, '사실 모든 일들이 동일하게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않던가? 성경에 이르기를 아브라함이 손님을 환대하였기에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 하셨고, 엘리야는 고요함을 좋아하였기에, 그리고 다윗은 겸손하였기에 하나님께서는 그와 함께 하셨다네. 그러니,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가운데 그대가 무엇을 갈망하는지 알아야하네. 그리고 그것을 행하고 그대의 중심에 평화가 깃들도록 하게...
아침묵상 바람도 찾아오지 않는데까치만 애타게 울어댄다 자동차가 휑 지나가고빈 길 위에 아침 햇살이 쪼그리고 앉았다 밤 사이 비어 버린배가 고프다고 보채서그대를 찾아 나선다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고빈 흔들의자 위에그대가 묵상에 잠겨 있다 / 바람연필 "오늘 오후, 나는 낮은 초록색 나무 울타리를 보고 깊은 침묵에 귀 기울이며 만족했다. 그 울타리는 우리를 우주의 나머지 부분으로부터 분리시켜준다. 내가 만족한 이유는 경치나 침묵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 때문이다."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 1915-1968), The Sign of Jonas, (San Diego: Harcourt, 1981), 63.
우리를 위로하시는 어머니 (비드) "그리고 '말씀이 육체가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셨다' (요1:14). 이것은 어머니로서 우리를 위로하시는 하나님의 지혜가 [천사들을 새롭게 하시던] 바로 그 빵으로 우리를 새롭게 하시고 성육신의 성례전을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알고 보도록 이끄시기 위해서이다." 비드 (The Venerable Bede, 673-735), On the Song of Songs, bk3. 15. "엄마 이건 어떻게 해?" "엄마 저건 뭐야?" 어린 시절 어머니는 나의 지혜의 보물창고였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어머니는 눈에 보이는 사물들의 이름 뿐만 아니라, 옷은 어떻게 입는지, 숟가락은 어떻게 쥐는지 하나 하나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다. 어머니의 지혜는 지식 이상으로 내 마음에 큰 위로와 기쁨을 주었다. 영국의 베네..
단순한 기도가 어려운 까닭 (잔느 귀용) "우리가 한낮에 별을 볼 수 없는 건 빛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태양이 더욱 환하기 때문이다. 영적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성령의 강력한 빛이 인간의 희미한 빛을 모두 흡수해 버리면 인간은 더 이상 자기 자신의 노력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 하나님의 강렬한 빛이 인간의 모든 빛을 능가하기 때문에 인간의 노력은 완전히 희미해진다." 잔느 귀용 (Jeanne Guyon: c. 1648-1717), 《잔느 귀용의 친밀한 기도》(김진선 옮김, 두란노), A Short Method of Prayer 잔느 귀용은 기도 안에서 자신의 노력과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생각했다. 위의 문구에 덧붙여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므로 이 기도의 단계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노는 상태라고 비난하는 사람은 심각한 기만에 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