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영성 훈련의 병증 (귀고 2세의 <수도승의 사다리>)

한 줄 묵상 2014. 9. 12. 12:19
  • 대부분의 영성훈련이 일회성의 깨달음으로 그치기 때문에 아쉽지요~^
    지속하는 것이 중요한데~~

    BlogIcon 이기연 2014.09.12 18:31

묵상 없는 독서는 건조하며 독서 없는 묵상은 오류에 빠지기 쉽고, 나아가 묵상 없는 기도는 미지근하며 기도 없는 묵상은 결실이 없는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겠습니다. 정성들인 기도는 관상을 얻게 해주며, 기도 없는 관상의 선물은 드물고 기적에 가까운 것이라 하겠습니다.


- 귀고 2세(Guigo II: ?-1188), <관상 생활에 대해 쓴 편지>, 

엔조 비앙키 지음, 이연학 옮김 《말씀에서 샘솟는 기도》(왜관: 분도, 2010), 154-55에서.



귀고 2세는 12세기 카르투지오 수도회의 원장을 지낸 분이다. 카르투지오 수도회는 베네딕트 규칙서를 엄격하게 지키기 위해 11세기에 설립된 수도회이다. 몇 년 전 개봉되어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는 다큐멘터리 <위대한 침묵>은 이 수도회의 일상을 다룬 것이다. 봉쇄 수도원의 깊은 침묵이 분주한 현대인들의 영적 갈망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다.


귀고 2세가 쓴 <관상 생활에 대해 쓴 편지(The Letter on the Contemplative Life)>는 우리에게 <수도승의 사다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원조 큐티(QT)라고 할 수 있는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거룩한 독서)를 체계적으로 설명한 유명한 영성 고전이다. 귀고 2세는 렉시오 디비나를 네 단계, 즉 독서, 묵상, 기도, 관상으로 설명한다. 렉시오 디비나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각각의 단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각각의 단계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독서와 묵상이, 묵상과 기도가, 그리고 기도와 관상이 어떻게 체험적으로 흘러가는지를 알면 영성 생활에서 어느 한 요소도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성경을 빨리빨리 읽기만 하고 묵상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성경은 읽지 않고 이런저런 생각만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묵상은 하지 않고 기도부터 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묵상만 하고 기도를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기도를 마음을 다해 하지 않고 해야할 일을 해치우듯이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기도의 체험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관상의 경험을 자신의 영적 경험에서 아예 배제시켜버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영성 생활에서 이런 병증을 습관화시킨 사람들은 기도에 결코 맛들일 수 없다. 성경을 읽다가 기도로 흘러가는 것이 기독교 영성훈련의 기본이다. 위에 인용한 귀고 2세의 말은 그런 점에서 우리의 영성 훈련에 병증은 없는지 다시 돌아보게 해준다. / 이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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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다'

영성 생활/수필 한 조각 2014. 9. 11. 08:14

    추석 연휴가 정신없이 흘러갔다. 태풍이 한바탕 휘몰아치고 지나간 것 같다. 약간 멍하고, 졸음 때문에 무거운 눈꺼풀을 껌벅이면서 책상 앞에 앉아있다. 흐트러진 감각을 옷매무새 정리하듯 가다듬으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겠다.

    일상의 삶에서 침묵기도를 뿌리내리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고군분투한다. 잠을 근간으로 하는 몸 상태, 결혼과 육아의 살림살이, 교회의 일반사역과 영적지도 사역, 개인 공부, 기타 사회활동 등의 요소 속에 하루 1시간 이상의 침묵기도와 성찰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기가 쉽지 않았다. 도반들의 경우를 살펴봐도 9-10개월짜리 일상에서의 영신수련이라고 일컫는 ‘19번 피정을 어떻게 해냈을까 싶을 만큼, 매일매일 침묵기도를 꾸준히 수행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고 한다. 교회의 영성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역자들의 고민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 중에만 잠깐하고 일상에서 흐려지고 멈춰지는 것. 이 좋은 것을 왜 지속하지 못하는 것일까?

    지금도 좌충우돌이지만 더 흔들렸던 어제의 날들을 돌이켜보면, 명백해지는 것이 한 가지 있다. 아빌라의 테레사의 묵상은 많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사랑하는 것이란 명언에 잘 나타난다. 침묵기도는 해야 한다는 당위의식과는 상극인 것 같다. ‘해야 한다는 가치관에 이끌린 노예의식은 침묵기도가 펼쳐주는 세상과는 충돌한다. 침묵기도는 철저히 자발적 사랑과 관련된 세상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그곳은 하고 싶다는 내적인 갈망에 충실한 자발적인 선택이 우리를 이끌어 가는 곳이다. 그만치 긴장과는 거리가 멀다. 유연하고 자유롭다. 오직 사랑의 논리에 관해서만 철저하다.  

    따라서 침묵기도를 일상의 삶에 잘 녹여내려면, 하나님을 향해 해야만 하는행위를 넘어서 하고 싶은마음에 아주 깊은 진솔함으로 주목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매일의 기도 실천과 관련하여, 저녁과 아침을 이렇게 보내면 어떨까 싶다.

    로욜라의 이냐시오는 《영신수련》에서 잠자리에 든 후 자고자할 때 바로 성모송 한 번 할 사이에, 몇 시에 일어나야 하며 무엇 때문에 일어나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그 수련을 요약한다.”(73번)고 조언한다. 이 말을 이렇게 적용할 수 있다. 잠자기 전에 내일 기도할 성경, 기도할 주제, 이 기도를 통해 자신이 진실로 원하는 것 등을 미리 읽고, 혹은 생각해 놓고 잔다. 두세 번 읽고 줄거리나 구절, 영적인 갈망을 떠올려 보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의식이 잠에서 깨어나는 그 사이에, 자신의 영적인 갈망을 기억한다. 머리 속에 불어 넣는 매일의 첫 생각이 이것이면 참 좋겠다. 아마 대다수의 그리스도인들은 주님과 함께’ ‘주님의 인도하심을 따라살고 싶은 그 비슷한 갈망을 붙들고 있을 것이다. 그 갈망의 상징이기도 하고, 그 갈망이 구현되는 첫 자리이기도 한 침묵기도의 자리로 구체적으로 인도함을 받는 것이 좋겠다. ‘하고 싶은마음에 주목하면서, 가장 최적의 시간과 공간으로 주님의 인도를 받아 가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이 꽉 들어차 있고 매일의 기도 시간도 자기 주도적으로 배정되어 있어서, 주님께 뭔가를 떼어 드려야 하는 느낌이 드는 삶을 벗어나보자. 우리 중에 한가한 사람이 누가 있는가? 다들 너무 바쁘다. 이렇게 삶이 바빠 시간이 없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마음에 어떻게 기도 시간을 따로 내겠는가? 이기심 많은 인간에겐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예, 시·공간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확 바꿔보는 것이다. 우리보다 우리와의 사귐을 더욱 원하시고 기뻐하시는 주님께 주도권을 아예 내 드리는 것이다. 전부를 다 드리고 우리는 단지, ‘하고 싶은마음을 더욱 깊게 확인하고, 그 마음 앞에 정직해 지는 것이다하여, ‘하고 싶다는 끌림 그 자체도, 하지 않으면 찝찝해서 못 견디는 양치질처럼 완전한 일상이 되는 그런 날이 될 때까지, 언제나 다시 시작하면 될 터이다. 아직까진하고 싶음이 분명하니까. 자, 우리 다시 시작해 보자! / 주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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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기도 (어거스틴)

한 줄 묵상 2014. 8. 12. 20:49

내 영혼이

주님의 징계로 인하여 실망하지 않게 하시고

주님의 자비를 찬양하기에 피곤하지 않게 하소서.

주님의 자비로 나를 그릇된 길에서 구해주셨으니

주님께서 내가 이때까지 따르던 모든 달콤한 유혹보다

더 달콤한 나의 기쁨이 되어주소서

-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of Hippo: 354-430)

선한용 역. 《성 어거스틴의 기도》(서울: 대한기독교서회), 60.

 

가을학기에 <기도의 역사>라는 수업을 계획했다. 성경에 나오는 기도부터 시작해서 영성사에서 중요한 기도문과 기도 방법들을 학생들과 함께 훑어볼 계획이다. 자료를 찾던 중 선한용 교수님이 엮어서 번역한 《성 어거스틴의 기도》를 읽게 되었다. 신대원 시절에 선한용 교수님의 강의 <성 어거스틴의 고백록>을 들으며 감동 받은 기억이 났다. 선 교수님은 평생 어거스틴을 연구하고 강의하고 삶에 적용하려고 애쓰셨다고 들었다. 수업 시간마다 어거스틴의 기도문을 하나씩 읽어주시던 기억이 새롭다


기도문들 가운데 위에 인용한 부분이 유난히 마음에 다가온다. 주님께서 내가 이때까지 따르던 모든 달콤한 유혹보다 더 달콤한 나의 기쁨이 되어주소서!” 주님이 달콤하게 유혹해주지 않으시면 우리 마음은 세상의 달콤함에서 헤어나올 길이 없다. 세상에 있는 것들 가운데 가장 달콤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무엇이던가? 주님, 그것보다 더 달콤한 기쁨을 저에게 주소서! / 이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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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가짜

영성 생활/수필 한 조각 2014. 8. 11. 13:57


본래 마음이야 하나님을 닮아 곱고 청명하고 아름다운 것을. 사실, 내 마음이라 불릴만한 것도 따로 없지. 내 마음 내 님과 하나니까, 내 마음 찾으러 들어가면 반드시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 찾아질 것 아닌가. 하나님 아버지께서 사랑하시고 기뻐하셨던 아들의 참 마음이 찾아 질 것 아닌가. 그것이 진짜니까.

근데, 이것은 뭔가. 종일토록 정신 나간 아낙네 머리 풀어 헤친 것처럼 사방팔방 뛰어 다니면서 발에 닿는 것은 다 뻥뻥 차고 다니는 이것은. 채인 사람은 이유 몰라 섭하다 눈물 찔금 짜고. 눈물 방물 맺혀 서럽게 바라보는 까만 눈동자 들여다보면, 내가 제 정신인가, 내가 사람 맞나 싶은데. 이것이 도체 뭐란 말인가. ! 이거 가짜 아닌가! 가짜 맞구먼. 어째서 가짜가 진짜 노릇하고 있고. 또 어째서 가짜가 태연하게 진짜 노릇하고 다니게 그냥 두는 건가.

그래서 성인도 그렇게 기도하셨는가. 성인에게도 기도가 필요하셨는가. 진짜가 진짜 자리에 있고 가짜가 진짜 노릇 못 하게 깨어 있어야 하는 그 절실함을 알고 기도로 청하는 것이 바로 성인이구나. 그럼 이제 마음을 다 잡고, 성인을 따라 기도 한 자락 올려 보자.

 

사랑하옵는 주여,

제가 너그러워질 수 있도록

가르쳐 주소서.

 

당신을 섬기되,

마땅히 받으실 만큼 섬기도록

가르쳐 주소서.

 

주되, 그 대가를 셈하지 아니하고,

싸우되, 상처받음을 마음에 두지 않으며,

땀흘려 일하되, 휴식을 찾지 않게 하소서.

 

힘써 일하되,

당신의 뜻을 행하고 있음을 아는 보수 외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도록

가르쳐 주소서.

 

- 로욜라 성 이냐시오 기도. 한국예수회,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자서전 이냐시오영성연구소, 35.

 / 주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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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포기 (잔느 귀용)

한 줄 묵상 2014. 8. 8. 11:48

실제로 자기 포기는 하나님의 뜻 안에서 나의 뜻을 끊임없이 버리고, 아무리 선해 보여도 나의 모든 자연적인 성향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래야 오직 하나님이 선택하신 것만을 온전히 선택하게 된다. … 과거는 완전히 잊고 미래는 섭리하심에 맡긴 채 현재는 하나님에게 내드려야 한다. 

- 잔느 귀용(Jeanne Guyon:  c. 1648-1717), 《친밀한 기도(A Short Method of Prayer), 1부. 5장.


과거의 후회나 상처를 잊기는 쉽지 않고, 미래를 하나님의 섭리에 맡기는 것도 불안하다. 현재를 완전히 나의 것으로 삼고 싶은 욕망은 그 어느 것보다 크다. 이것이 나의 자연적 성향인데 잔느 귀용은 이를 포기하라고 말한다. 나의 뜻과 판단이 어느 것보다 중요한 시대를 살면서 하나님의 뜻을 존중하는 수준을 넘어 나의 뜻을 버리고 나를 포기하는 것은 분명 절대적으로 어렵다.

그렇지만 이 '점잖아' 보이는 문구를 가지고 오늘 하루 동안 '실제로' 고민하고 씨름해보고 싶다. 나의 생애보다 더 긴 시간의 검증을 거쳐서 현재의 나에게 전해진 이 문구를 오늘 하루 내 안에서 되살아나게 하고 싶다. / 작은소리찾기 박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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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3) : 머튼 백과사전 외

2014년 7월의 추천 도서


토마스 머튼 윌리엄 쉐넌 (3)

머튼 백과사전


*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시리즈

   (1) 고요한 등불(Silent Lamp)  http://spirituality.co.kr/258

   (2) 토머스 머튼: 생애와 작품(Someting of a Reble) http://spirituality.co.kr/282

   (3) 머튼 백과사전 (The Thomas Merton Encyclopedia) 외

   (4) 파라다이스 여행과 내적 체험 (Paradise Journey & Inner Experience) : 2014년 8월15일


지난 달에 이어 이 달의 추천 도서로 윌리엄 쉐넌(William H. Shannon, 1917-2012)이 쓰거나 편집한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 1915-1968) 서적들을 몇 권 소개하고자 합니다. 



1. 토마스 머튼 백과사전 (The Thomas Merton Encyclopedia. Maryknoll, NY: Orbis, 2002.)

      한 인물에 대하여 이런 백과사전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그리고 연구의 가치가 있는 인물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20세기의 위대한 수도자, 작가 그리고 영적 지도자인 토마스 머튼은 많은 저작물들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매우 독특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의 글들은 여러 매체에 중복해서 출판되기도 하였고, 지금도 계속해서 새롭게 출판되고 있습니다. 또한 그의 생각과 저술 주제는 개인적인 성장과 더불어 계속해서 변하고 발전하였습니다. 그래서 머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인생과 그의 글들의 탄생과 변화와 소멸을 제대로 '추적'하는 데에는 이 백과사전이 매우 도움이 됩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머튼을 연구하는 학자들 뿐만 아니라, 머튼에 대해서 좀 더 정확하게 알고 싶어하는 열정적인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아직 한글로 번역되어 있지 않아서 한국에서는 제한적인 연구자들과 독자들만 이 책을 접할 수 밖에 없는 점이 아쉽습니다.

      이 백과사전에는 (1) 머튼이 쓴 책들, (2) 그의 저술에 나타난 핵심적인 주제들, (3) 그의 삶에서 중요한 영향을 주고 받았던 사람들, (4) 그가 살았던 장소들에 관한 알찬 정보들이 알파벳순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인, 윌리엄 쉐넌, 크리스틴 보센(Christine M. Bochen), 패트릭 오컨널(Patrick F. O'Connell)은 모두 국제토마스머튼학회(ITMS)의 창립멤버이며 회장을 지낸 탁월한 머튼 학자들입니다. 이들 중 연장자인 쉐넌은 이미 작고하였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여전히 머튼 연구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책이 출판된 지가 이미 십여 년이 훌쩍 넘었기 때문에 2000년 대에 출판된 자료들은 반영되지 않았고, 그의 책의 해외 번역본이나 머튼이 수도원에서 한 강의가 녹음된 오디오 자료들은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출판되고 있는 그의 강의 자료들이 어느 정도 완간이 될 때, 이 백과사전도 업데이트가 되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2. 토마스 머튼의 편지 모음 (Collected Letters of Thomas Merton. 전5권. New York: Farrar, Straus, and Girous, 1985-1994.) 외

     한 인물의 인간적인 면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고 싶다면, 그가 쓴 일기와 편지 등의 개인적인 글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머튼은 수도원에서 참으로 많고 다양한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 받았습니다. 머튼 유작 관리위원회에서는 윌리엄 쉐넌를 총편집자로 선임하여 그의 편지들을 주고 받은 사람들과 주제 등을 기준으로 선택하여 다섯 권의 묶음집으로 출간하게 하였습니다. 이 중 쉐넌은 첫 번째 책인 The Hidden Ground of Love: Letters on Religious Experience and Social Concerns Witness to Freedom: Letters in Times of Crisis를 직접 편집하였습니다. 그리고 크리스틴 보센과 함께 이 다섯 권의 모음집 중 핵심적인 글들을 간추려서 Thomas Merton, A Life in Letters: The Essential Collection (2008)으로 출간하였는데, 이 축약본은 다섯 권의 편지 모음집들을 다 읽기 어려운 독자들에게 좋은 글이라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그는 머튼이 냉전 시대 때에 전쟁과 평화에 관한 주제로 쓴 편지들을 모은 Cold War Letters (2006)를 크리스틴 보쉔과 함께 편집하여 출판하였는데, 이 책은 다음과 소개할 책과 함께 머튼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사상을 잘 보여 줍니다.


  


3. 평화를 향한 열정 (Passion for Peace)

     이 책은 머튼의 전쟁과 평화에 대한 에세이들의 모음집입니다. 윌리엄 쉐논은 전쟁과 평화에 관한 머튼의 에세이 23편과 머튼의 유명한 <평화를 위한 기도>를 묶어  Passion for Peace: The Social Essays 라는 제목으로 1995년에 출간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다시 축약하여 Passion for Peace: Reflections on War and Nonviolence라는 제목으로 2006년에 다시 독자들에게 내놓았습니다. 아마도 쉐넌이 이 책을 이렇게 축약본으로 재출간한 것은 위의 편지글 모음집의 경우와 같이 두꺼운 책을 다 읽기 어려운 일반적인 독자들을 배려한 것이라 추측됩니다. 그런데 약 반 세기 전에 쓰여졌고, 이미 출간되었던 책이 십여 년 후에 축약본으로 다시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이 책이 일종의 '고전(classic)'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20세기 중엽에 쓰인 머튼의 글들이 21세기 초에도 여전히 유효한 지혜와 의미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서평은 필자가 영어로 쓴 졸고가 있는데 관심이 있으신 분은 참조하시길 바랍니다.(http://nephesh.tistory.com/254)



4. 깨달음의 기도 (Silence on Fire : The Prayer of Awareness)

     마지막으로 윌리엄 쉐논은 머튼의 1차 자료(에세이, 편지 등)를 편집하거나, 머튼에 대한 2차 자료(안내서, 평전, 백과사전, 논문 등)를 쓴 것 외에도, 자신이 머튼의 글을 읽고 연구하며 얻은 지혜와 통찰력을 가지고 신앙이나 삶에 대해 직접 쓴 책들도 여러 권 있습니다. 그 중에 한 권이 한국에 《깨달음의 기도》(은성, 2002)란 제목으로 번역되어 소개된 Silence on Fire : The Prayer of Awareness (New York: Crossroad, revised edition, 2000)입니다. 이 책은 관상에 이르는 침묵기도를 그 소재로 하고 있는데, 그것이 이 책의 제목인 "깨달음의 기도"입니다. 여기서 쉐넌이 말하는 '깨달음'이란 우리가 하나님의 현존(presence) 안에 있음을 '인식(aware)'하는 기도입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하나님의 현존 안에서 항상 기도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번역이 아주 흡족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글로 이 책을 읽을 수 있으니 한국어 독자들에게는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음 달에는 '토마스 머튼과 윌리엄 쉐넌'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머튼의 관상에 대한 성숙한 사상이 담겨져 있는 The Inner Experience와 이 책에 대한 쉐넌의 해설이 담긴 Thomas Merton's Paradise Journey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권혁일

   

posted by 바람연필

극기없는 기도생활은 환상이다 (토마스 머튼)

한 줄 묵상 2014. 6. 23. 11:36

명상 생활(관상적 삶)은 욕구를 이겨내는 자기훈련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빠져있는 습관적 쾌락 없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합니다. (중략) 극기없는 기도 생활은 순수한 환상입니다. 

- 토마스 머튼 《새명상의 씨》, 102쪽


일에 바빠 충분히 기도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당연한 레퍼토리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나는 끊임없이 반복하는 게임, TV프로그램, 스포츠, 특정한 만족을 느끼기 위한 행동들에 시간을 쏟고 있음을 안다. 과하지 않고 적절하다고 합리화해 보지만, "뭐 어때서?"라고 자문하는 내면의 요동 속에서 내가 묶여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습관적 쾌락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냥 두고서도 기도를 통해 마음의 고요를 얻는다면 나는 기도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충동이 자기 자신인 것처럼 여기는 삶에 노예가 되어가면서도 기도를 통해 면죄부만 받는 것은 아닌가? 그럴 때 기도하는 것, 기도자라는 이름은 환상에 다름없다. 기도하며 살아가는 삶이란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허용하는 환상의 연속이 아니라, 자신을 이겨나가는 투쟁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 투쟁은 윤리적 의무감에 따른 의지적 교정이 아니라 자신을 속이는 충동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를 얻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총 앞에 자신의 의지를 봉헌하기만을 구하는 단순함을 통해 이루어지는 변혁이다. / 유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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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날의 기다림 (잔느 귀용)

한 줄 묵상 2014. 6. 10. 07:17

영적으로 메마른 시기에는 이런 방법[노력해서 하나님을 구하는 것]이 통하지 않는다. 깊은 겸손함과 낮춤 가운데 지극한 사랑으로 기다려야 한다. 평온한 마음으로 겸허히 침묵하면서 사랑하는 그분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 잔느 귀용(Jeanne Guyon:  c. 1648-1717), 《친밀한 기도(A Short Method of Prayer), 1부. 4장.


잔느 귀용은 영적으로 메마른 시기에도 사랑과 성실함으로 주님을 찾을 필요를 말한다. 그러나 이 성실함은 노력해서 하나님을 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런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고 알려준다. 적어도 여기에서 영적 문제는 노력을 통해 성취해내는 과업이 아니라 연인의 사랑과 같은 관계로 그려진다.

마치 떠나려는 연인을 붙잡듯이 주님을 잡으려고 애를 쓴다면 이 메마름의 문제에는 역효과가 일어난다. 참된 사랑 대신 자기애적 욕망으로 조급해 한다면 님은 더 깊이 숨어버릴지 모른다.

영적으로 메마른 시기는 님의 사랑을 신뢰하기가 더 어려운 순간이다. 또한 사랑하면서도 겸손히 그러나 조용히 님을 기다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내가 드릴 수 있는 사랑을 겸손히 드릴 때 주님은 '반드시' 다시 오신다. 



"오늘도 사랑을 드리며 주님을 기다립니다." 작은소리찾기 박세훈


posted by 작은소리찾기

평온과 사랑: 기도 생활의 꽃과 열매 (에바그리우스)

한 줄 묵상 2014. 4. 29. 15:10

수도자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떠나 있는 사람이며, 동시에 모든 사람과 함께 있는 사람이다.

-폰투스의 에바그리우스(Evagrius Ponticus: 344-399), 《기도론》, 124.

image from evagriusponticus.net

기도하기 위해서는 세상으로부터 물러나 홀로 있을 줄 알아야 한다. 이런 기도 생활이 깊어지면, 기도자는 욕망과 정념에 흔들리지 않는 평온(apatheia)에 이르게 된다. 에바그리우스는 이러한 평온에서 참된 사랑이 시작된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은 기도자로 하여금 모든 사람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하며, 그가 모든 사람과 함께 있음을 깨닫게 한다(《기도론》, 125). 그러므로 욕망과 정념에서 벗어난 기도자는 아파하는 사람과 함께 아파하고, 슬퍼하는 사람과 함께 눈물 흘리는 사람이 되며(12;15), “세상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보다 더 효과적으로그런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된다(A. 라우스, 《서양 신비 사상의 기원》, 169). / 남기정



posted by 새결새김

주님 속히 나를 도우소서

한 줄 묵상 2014. 4. 17. 02:23

낮에 드리는 모든 기도는 "하나님이여 나를 건지소서, 주님 속히 나를 도우소서!"(시70:1)라는 성경 구절로 시작한다.

- 《베네딕트의 규칙서》 18. 1.


오늘 우리가 드리는 모든 기도가 여객선 침몰 사고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간절한 기도로 시작되길 원합니다.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은 생각이 날 때마다 이와 같은 '화살 기도(ejaculatory prayer)'를 반복함으로써 쉬지않고 기도하라(살전 5:17)는 말씀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은 쉬지 않고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하나님이여 나를 건지소서, 주님 속히 나를 도우소서!


/ 권혁일




posted by 바람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