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592) 썸네일형 리스트형 잘못된 영성 훈련의 병증 (귀고 2세의 <수도승의 사다리>) 묵상 없는 독서는 건조하며 독서 없는 묵상은 오류에 빠지기 쉽고, 나아가 묵상 없는 기도는 미지근하며 기도 없는 묵상은 결실이 없는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겠습니다. 정성들인 기도는 관상을 얻게 해주며, 기도 없는 관상의 선물은 드물고 기적에 가까운 것이라 하겠습니다. - 귀고 2세(Guigo II: ?-1188), , 엔조 비앙키 지음, 이연학 옮김 《말씀에서 샘솟는 기도》(왜관: 분도, 2010), 154-55에서. 귀고 2세는 12세기 카르투지오 수도회의 원장을 지낸 분이다. 카르투지오 수도회는 베네딕트 규칙서를 엄격하게 지키기 위해 11세기에 설립된 수도회이다. 몇 년 전 개봉되어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는 다큐멘터리 은 이 수도회의 일상을 다룬 것이다. 봉쇄 수도원의 깊은 침묵이 분주한 현대인들의.. '하고 싶다' 추석 연휴가 정신없이 흘러갔다. 태풍이 한바탕 휘몰아치고 지나간 것 같다. 약간 멍하고, 졸음 때문에 무거운 눈꺼풀을 껌벅이면서 책상 앞에 앉아있다. 흐트러진 감각을 옷매무새 정리하듯 가다듬으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겠다. 일상의 삶에서 침묵기도를 뿌리내리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고군분투한다. 잠을 근간으로 하는 몸 상태, 결혼과 육아의 살림살이, 교회의 일반사역과 영적지도 사역, 개인 공부, 기타 사회활동 등의 요소 속에 하루 1시간 이상의 침묵기도와 성찰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기가 쉽지 않았다. 도반들의 경우를 살펴봐도 9-10개월짜리 일상에서의 영신수련이라고 일컫는 ‘19번 피정’을 어떻게 해냈을까 싶을 만큼, 매일매일 침묵기도를 꾸준히 수행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고 한다. 교회의 영성 훈.. 함께 사는 이유 (가이사랴의 바실) 그러나 홀로 수도하는 것은 개인의 필요를 위한 봉사에만 관여할 뿐이다. 이것은 사도들이 성취한 사랑의 법에 분명히 반대된다. 자신이 아니라 구원받을 영혼들의 유익을 구한 사도들의 그 사랑에 반한다. - 가이사랴의 바실 (Basil the Great: c. 330?-379), 《수도 규범(The Long Rules)》, 7. 카이사르의 감독이었던 바실은 삼위일체 교리의 정립 뿐 아니라 수도원 운동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그는 독거하며 과도한 금욕을 추구하는 것 대신에 공동의 수도 공동체를 그의 수도원 운동으로 제시하였다. 그 까닭은 극단적인 금욕 수도에 대한 회의 때문만은 아니었다. 도리어 그보다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이중의 사랑을 행하는 데에는 독거보다는 공동 생활이 더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었.. 믿음과 소망과 사랑 (노리치의 줄리안) 하지만 이런 느낌은 잠시만 지속되었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난 슬픔 속에 홀로 남겨졌다. 삶의 권태가 몰려왔고, 나 자신이 싫어졌고, 살아갈 힘도 잃어버렸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만이 유일한 위안과 위로였다. 난 그것들을 붙들었다. 느낌은 거의 없었음에도. 노리치의 줄리안 (Julian of Norwich: 1342 – c.1420),《하나님 사랑의 계시 Showings》, LT, ch. 15. "이런 느낌"이란 줄리안에게 찾아온 더없이 큰 영적 기쁨과 확신과 평화를 가리킨다. 하지만 줄리안에게도, 그런 느낌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다. 삶과 신앙의 토대는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은 '느낌'이 아니다. 느낌의 세계보다 더 깊은/높은 세계로 들어가게 해주는 성령의 움직임이며, 성령의 움직.. 영적 분별을 위한 규칙 1: 쾌락은 위안인가 유혹인가 (로욜라의 이냐시오) 규칙 1: 대죄(mortal sin)에서 대죄로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원수는 노골적인 쾌락을 제시하고, 감각적인 쾌락과 즐거움을 상상하도록 하여서 악덕과 죄들을 유지하고 더욱 키워가게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선한 영은 이성의 분별력으로써 양심을 자극하고 가책을 일으키는 등 정반대의 방법을 쓴다. - 로욜라의 이냐시오(Ignatius of Loyola: 1491-1556) 지음, 정제천 옮김, 《영신 수련》, no. 314. 로욜라의 이냐시오는 수많은 영적 경험들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우리 영성 생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영적 분별(discernment of spirits)의 원칙을 정립했다. 영적 분별이란 우리의 “심정의 여러 변화들을 어떤 식으로든지 느끼고 알아차려서 선한 것들은 받아들이고 나쁜 .. 원수와 함께 사는 삶 (디트리히 본회퍼) 그 얼마나 아름답고 즐거운가! 형제자매가 어울려서 함께 사는 모습!(시 133:1) …… 그가 오신 목적은 하나님의 원수들에게 평화를 주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도 홀로 수도원적인 은둔생활을 할 것이 아니라, 원수들 가운데 살아야 한다.-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 정지련, 손규태 옮김, 《신도의 공동생활》(Gemeinsames Leben),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1. 형제자매가 어울려서 함께 사는 모습이 아름답고 즐겁다고? 정말?난 반댈세!! 형제자매, 공동체로 함께 산다는 것은 죽기보다 힘든 일이다. 그런데 왜 성경은 아름답다 했는가? 그것은 공동체를 그리고 나를 힘들고 아프게 하는 자들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마치 습지가 땅.. 위대한 영적소명은 연대하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위대한 영적 소명은 남들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동일한 실체와 존재가 되는 것, 남들과 하나가 되는 것임을 나는 드디어 깨달았다. 조금이라도 튀어 보일까싶어 삶의 주변부를 헤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중심부로 들어가는 것이 나의 소명이다. 거기서 모든 인간과 연대하게 된다.- 헨리 나우웬(Henri Nouwen, 1932-1996), 《두려움에서 사랑으로》(서울: 두란노, 2011) , 142. 기억과 생각 너머에 (무지의 구름) 마치 하나님과 당신 사이를 압박하는 기억들과 생각들을 전혀 몰랐던 것처럼, 당신안에서 행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행하십시오. 그 기억들과 생각들 너머에 또 다른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십시오. 그 무엇이 무지의 구름에 가려져 계신 하나님이시라면, 당신의 기도는 점차 가벼워질 것입니다.- 작자 미상, The Cloud of Unknowning.(Mahwah, New Jersey: Paulist Press), 181. 하나님에 관한 지식이 오히려 하나님 임재 안에 거하는데 걸림돌이 될 때가 있다. 우리의 기억과 생각들이 일그러진 자아와 그릇된 욕망을 담아 내게 되면, 하나님께 가까이 가려는 우리의 어떠한 시도와 기도도 공허한 울림에 그칠 수 있다. 기억은 과거 경험에 대한 우리의 자의적 해석일 수 있으며, 생각은..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 7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