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생활/수필 한 조각 (41) 썸네일형 리스트형 결혼하는 벗들을 위한 기도 '영성지도'를 받는 '피지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나는 참으로 긴장이 많은 사람이었다. 면담실 긴 복도를 걸어갈 때 올라오는 긴장감, 가슴이 두근거리다가 터질 것 같은 그 느낌을 인지하는 것이 30일 피정 내내 큰 과제 중의 하나였다. 그 후에도 일상에서의 삶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받는 영성지도 면담을 앞두고 우황청심환을 먹은 적도 있으니, 돌이켜 보면 빙그레 웃음이 난다. 영신수련의 특징이자, 나의 경험상 어려운 부분이 일대일 면담이다. 대다수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수련' 자체의 어려움과 '일대일 면담' 에 대한 부담 때문에, 영적 여정을 심도 있게 걸어가지 못하는 것 같다. 때가 아닐 수도 있고, 또 영성지도자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 경험상, 이 모든 것은 '하나님과 나'의 관계.. 광한루에서: 춘향의 정절을 생각하며 남원에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숙소로 잡은 호텔 앞이 광한루입니다. 춘향이와 이몽룡이 살아있는 듯 합니다. 첫사랑의 시샘인지는 몰라도 그들은 반대와 이별 그리고 시련을 경험합니다. 님 그리며 매일 이 정원을 거닐었을 춘향이와 함께 걸어봅니다. 춘향이에게 사랑을 지켜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보이지 않고 약속은 희미해지는 님을 그리며 정절을 지켜간다는 것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문득 날마다 기도의 시간에 목마르고 보이지 않은 약속에 흔들리며 세상의 요구와 흐름에 허우적대면서도 주를 향한 정절을 지키고 싶은 저와 많은 성도들의 모습이 겹쳐져 떠올랐습니다. 목에 큰 칼을 찬 채 님을 기다리는 춘향은 아마 처음에는 이도령이 장원급제해서 돌아올 것을 기대하는 소망으로 살았을 겁니다. 그러나 변사또의 회유가 가.. '하고 싶다' 추석 연휴가 정신없이 흘러갔다. 태풍이 한바탕 휘몰아치고 지나간 것 같다. 약간 멍하고, 졸음 때문에 무거운 눈꺼풀을 껌벅이면서 책상 앞에 앉아있다. 흐트러진 감각을 옷매무새 정리하듯 가다듬으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겠다. 일상의 삶에서 침묵기도를 뿌리내리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고군분투한다. 잠을 근간으로 하는 몸 상태, 결혼과 육아의 살림살이, 교회의 일반사역과 영적지도 사역, 개인 공부, 기타 사회활동 등의 요소 속에 하루 1시간 이상의 침묵기도와 성찰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기가 쉽지 않았다. 도반들의 경우를 살펴봐도 9-10개월짜리 일상에서의 영신수련이라고 일컫는 ‘19번 피정’을 어떻게 해냈을까 싶을 만큼, 매일매일 침묵기도를 꾸준히 수행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고 한다. 교회의 영성 훈.. 진짜와 가짜 본래 마음이야 하나님을 닮아 곱고 청명하고 아름다운 것을. 사실, 내 마음이라 불릴만한 것도 따로 없지. 내 마음 내 님과 하나니까, 내 마음 찾으러 들어가면 반드시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 찾아질 것 아닌가. 하나님 아버지께서 사랑하시고 기뻐하셨던 아들의 참 마음이 찾아 질 것 아닌가. 그것이 진짜니까. 근데, 이것은 뭔가. 종일토록 정신 나간 아낙네 머리 풀어 헤친 것처럼 사방팔방 뛰어 다니면서 발에 닿는 것은 다 뻥뻥 차고 다니는 이것은. 채인 사람은 이유 몰라 섭하다 눈물 찔금 짜고. 눈물 방물 맺혀 서럽게 바라보는 까만 눈동자 들여다보면, 내가 제 정신인가, 내가 사람 맞나 싶은데. 이것이 도체 뭐란 말인가. 아! 이거 가짜 아닌가! 가짜 맞구먼. 어째서 가짜가 진짜 노릇하고 있고. 또 어째서 가.. 엄마 마음 삑삑삑삑 현관문이 열리고 “학교 다녀왔습니다”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가방이 휙 던져집니다. 현관 앞에 나가보면, 가방 주인은 벌써 사라졌고 거꾸로 쳐박힌 책가방과 신주머니만 뒹굴고 있습니다. 저녁밥 때가 다 되어 돌아온 가방주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먼지 범벅에 땀내가 진동합니다. 한마디로 때 구정물이 쪼르르 흐릅니다. 할머니의 성화에 마지못해 씻고 머리 말리고 자라고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어느새 보면 맨바닥에 곯아떨어져 있습니다. 그러기를 며칠하더니, 머리를 북북 긁어댑니다. 아니나 다를까, 머릿니가 생겼습니다. 약국에서 약을 사다 머리를 꼼꼼히 감기고, 헤어드라이기로 말리고, 참빗질을 곱게 해 머릿니를 잡아줬습니다. 깨끗이 씻은 몸에서, 곱게 빛은 머리칼에서 차르르 윤기가 돕니다.문득, ‘철없는 아이.. 사과 자리에 돌아와 보니, 사과 하나가 성경책 위에 얹혀있다. 친구가 먹으라고 놓아두고 간 모양이다. 곱기도 한 마음 씀씀이. 사과만한 즐거움에 마음은 벌써 단맛을 느낀다. 맛깔스런 빛깔, 탐스런 맵시……. 사과가 원래 이렇게 예뻤나! 향기가 이제사 닿는다. 색보다 늦게 와서는 먼저 온 색을 무색케 하려는 듯 내 눈을 감긴다. 아, 전에도 몇 번인가 내게 닿은 적이 있는 이 냄새, 이 느낌, 이 젖은 냄새……. 자연의 냄새는 젖어있다. 물기는 자연의 냄새를 자연의 냄새이게 한다. 사과의 향을 사과 향이게 하는 것은 바로 그 물기. 향수(香水)의 태생적 한계는 아마 그 ‘물기 없음’에 있는 것이 아닐까. 향수(香水)에도 물(水)이 들어있겠음은 물론. 하지만 그것은 그저 예사로운 H2O일 뿐. 영혼을 적셔오는 자.. 내 어린 시절 그리움이 말을 걸어올 때 친구야! 여름을 알리는 빗소리가 반가운 이른 아침, 오늘따라 네가 참 보고 싶다. 지난 번 너를 보려고 어려운 길을 찾아간 날, 짧게 얼굴만 마주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과 그때 하지 못한 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빗소리에 취해 글을 불러내는구나. 나, 이번 달에 세 번에 걸쳐서 비슷한 꿈을 꾸었다. 아빠에 관한 것이야. ‘아빠’가 내 삶에 던지는 ‘화두’가 무엇인지는 너도 익히 알고 있지? 그 꿈에 내가 어릴 적 참 많이 좋아하던 동화 속 인물 ‘키다리 아저씨’ 같은 사람이 등장했어. 나는 어둠 속에서 밝은 쪽을 향해 계단을 통통통 올라가고 있었는데, ‘키다리 아저씨’가 내 목덜미를 휙 낙아 채더니, 나를 꽉 안아주었어. 다리가 들려 동동 안겨있는 그 품이 얼마나 크고 깊던지……. 꿈인데도 긴장이.. 진부한 드라마를 이젠 끝내자 왜 후회할 짓을 자꾸 반복하게 되는 것일까? 나는, 우리는, 과연 이 짓을 그만 둘수 있기나 한 걸까? 우리는 늘 반복해서 죄를 짓고, 하나님은 그런 우리를 언제나 자비롭게 용서하고. 또 우리는 죄를 짓고, 하나님은 또 우리를 한량없이 용서하는 이 드라마를 우리는 언제까지 찍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언제나 변함없이 항상 나쁜 죄인 역할이고, 하나님은 언제나 그런 우리를 '단지' 용서하시기만 하는 그런 역할을 보기가 이제 좀 슬슬 지겨워지지 않는가 말이다. 혹자는 이렇게 질문하지 않겠는가? "무슨 신이 자기 사람을 맨날 나쁜 역할에 앉혀 두냐?" 고. 우리가 인간은 응당 나쁜 짓을 하는 존재라 여기고, 죄인의 역할을 당연시하고 안주할 때, 제기되는 가장 큰 도전은 그러한 안주가 하나님을 욕보이는 꼴이 된.. 이전 1 2 3 4 5 6 다음